'탈세 혐의' 벗은 범 LG일가, 189억 양도세 취소소송도 이겨

중앙일보

입력

LG그룹 총수 일가가 세무 당국의 180여억원대 세금 부과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1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사건과 관련된 형사재판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된 바 있다.

컷 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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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완LB휴넷 대표,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등 10명이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용산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2017∼2018년 세무조사를 진행한 서울지방국세청은 LG그룹 재무관리팀의 주도 아래 총수 일가 중 한 명이 매도 주문을 내면 다른 사람이 곧장 매수하는 방식(통정매매)으로 주식을 거래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방식으로 오간 주식이 287만여 주에 이른다.

세무당국은 이들에 대해 총 453억원가량의 양도소득을 적게 신고했다며 2018년 5월 총 189억1000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내라고 통보했다. 그룹 차원에서 거래에 관여한 정황이 있고 거래 당사자들이 모두 사주 일가란 이유로, 당초 매매가액을 무시하고 과세당국이 다시 양도소득세를 계산해 추가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구 회장 등은 "장내 경쟁매매 방식으로 주식을 양도했을 뿐 특수거래인 간 거래가 아니었다"며 조세 심판을 청구했고, 기각되자 2020년 9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정을 종합해보면 원칙적으로 거래소 시장에서 경쟁매매는 특정인 간의 매매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거래가 경쟁매매의 본질을 상실했다거나 경쟁매매로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이 사건 거래의 주문 평균가가 항상 당시 주가의 고가와 저가 사이에 형성됐고 그 거래로 주가가 왜곡된 것으로 볼만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부당하게 저가로 거래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 주장처럼 원고들이 사전에 거래를 합의했더라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장내 경쟁매매로 이뤄진 거래를 특정인 간의 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무당국의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과 별도로 검찰은 LG 총수 일가가 156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고 보고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2019년 9월 서울중앙지법은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단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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