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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 주문 1.6초에 1박스 끝…물류혁신 끝판왕 그곳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송완료. 7월16일(토) 18:14에 문 앞에 놓아두었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온라인으로 사서 받는 생활이 이제 일상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7조3000억원으로, 불과 5년 전보다 130%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인터넷과 결제 시스템, 저온유지 유통, 포장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야채·과일·수산물 등 신선식품도 몇 시간 만에 집 앞까지 도착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경기 김포시 SSG닷컴의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003' 모습. 이소아 기자

경기 김포시 SSG닷컴의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003' 모습. 이소아 기자

온라인 신속배송의 핵심은 물류다. 지난 12일 경기 김포의 SSG닷컴(쓱닷컴) 물류센터 ‘네오(NE.O)003’을 찾아 ‘장보기 혁신’의 현장을 둘러봤다. 앞서 설립된 네오001과 네오002까지 네오 세 곳을 통해 하루에 8만 건이 넘는 주문이 처리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로봇이 관리하는 자동창고

2019년에 지어진 네오003은 지상 5층짜리 물류센터다. 작업의 80%가 자동으로 이뤄져 ‘아시아에서 가장 자동화된 물류시설’로 알려져 있다. 이곳엔 신선식품을 포함해 5만 종류의 상품이 있다. 모기업인 이마트에서 60%, 일반 업체에서 40% 비율로 상품이 입고된다.

네오003 물류센터 상온상품 작업장에 입고된 상품들이 쌓여있다. 전용 바구니에 담겨져 뒤로 보이는 14m 창고에 자동으로 옮겨진다. 이소아 기자

네오003 물류센터 상온상품 작업장에 입고된 상품들이 쌓여있다. 전용 바구니에 담겨져 뒤로 보이는 14m 창고에 자동으로 옮겨진다. 이소아 기자

주문한 물건이 문앞까지 도착하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작업장이 시작되는 4층부터 노란색 쓱닷컴 배송차량이 대기하는 1층까지 상품의 동선을 따라 내려갔다.

4층은 상온상품이 있는 곳이다. 컨베이어 벨트에 상품이 도착하면 작업자들이 상자를 뜯어 물류센터 전용 바구니에 담는다.
사람이 일하는데 무슨 자동화야? 이 질문에 네오 물류시스템을 개발한 이광욱 팀장은 ”무조건 사람이 없어야 자동화는 아니다. 사람이 변수에 노출되지 않고 실수없이 편하게 일하게 해 주는 시스템도 자동화”라고 설명했다.

실제 네오센터의 자동화는 상품이 전용 바구니에 담기고 나서부터 진면목을 발휘한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중앙에 서 있는 14m 높이의 창고다.
언뜻 보면 거대한 철제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이 안에 322개의 로봇(셔틀 유닛)이 들어있어 로봇팔이 상하좌우로 필요한 상품이 담긴 바구니를 꺼내오고, 빈칸을 찾아 채워넣기를 반복한다. 주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상품이 얼마나 필요한지 수요를 예측해 자동으로 재고를 관리한다.

◇ 상품이 온다 ‘날 집어요’

물류센터 작업자들이 상품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집어온다면 얼마나 헷갈리고 고될까. 하지만 여기선 상품이 작업자를 찾아온다. 이른바 ‘GTP(Goods To Person)’ 시스템이다.
자동창고에서 주문에 따라 작업자 앞까지 상품 바구니를 보내면 작업자는 모니터를 보고 상품 종류가 맞는지 확인한 뒤 불이 들어온 칸에 수량대로 상품을 놓고 ‘완료’ 버튼만 누르면 된다. 종류나 수량이 다를 경우 상품은 이동하지 않는다.

 상품이 사람에게 오는 'GTP(Goods To Person)' 자동 물류시스템. 작업자는 화면을 보고 바구니에서 상품을 꺼내 아래 빨간 불이 들어오는 칸에 수량대로 넣고 완료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소아 기자

상품이 사람에게 오는 'GTP(Goods To Person)' 자동 물류시스템. 작업자는 화면을 보고 바구니에서 상품을 꺼내 아래 빨간 불이 들어오는 칸에 수량대로 넣고 완료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소아 기자

라면이나 즉석밥처럼 사람들이 자주 찾는 상품은 작업자 옆에 상품 보관함이 있다. 바구니가 무빙워크처럼 줄지어 도착하면 불이 깜빡깜빡 들어오는 칸에서 상품을 꺼내 바구니에 담으면 된다. 이를 ‘DPS(디지털 피킹 시스템)’이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를 일 없이 모니터나 불빛 신호를 보고 담는 작업이라 작업자의 대부분은 40대 이상 여성이고 근속기간도 평균 2년 이상인 ‘인기 직업’이다. 고객이 주문한 모든 상품이 바구니에 담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6초. 시간당 2400박스를 처리하는 셈이다.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을 골라 신속하게 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디지털 피킹 시스템(Digital Picking System)'. 주변 상품 보관함에 불이 들어오면 해당 상품을 집어 불이 들어온 바구니에 담는다. 이소아 기자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을 골라 신속하게 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디지털 피킹 시스템(Digital Picking System)'. 주변 상품 보관함에 불이 들어오면 해당 상품을 집어 불이 들어온 바구니에 담는다. 이소아 기자

◇ 신선식품은 어떻게 배달되나

반소매 차림은 너무 춥다. 3층은 신선식품들이 쌓여있어 공간 전체가 10℃ 이하인 거대한 냉장고다. 작업자들도 모두 두꺼운 옷을 입었다. 냉동창고는 –35℃다. 만에 하나 전기가 나가도 비상전력으로 365일 24시간 저온이 유지된다.

네오003 물류센터의 작업장에 각종 신선식품이 쌓여있다. 늘 섭씨 10도 이하로 유지되는 거대한 냉장고다. 이소아 기자

네오003 물류센터의 작업장에 각종 신선식품이 쌓여있다. 늘 섭씨 10도 이하로 유지되는 거대한 냉장고다. 이소아 기자

이곳은 다른 층에 비해 기계가 많지 않다. 야채나 청과 등의 신선식품은 잘못 다루면 망가질 수 있고 신선도나 품질을 관리하려면 아무래도 사람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오003 물류센터의 신선식품 작업장. 왼쪽 냉장고에 불이 들어오면 해당칸에서 상품을 집어 바구니에 담는다. 이소아 기자

네오003 물류센터의 신선식품 작업장. 왼쪽 냉장고에 불이 들어오면 해당칸에서 상품을 집어 바구니에 담는다. 이소아 기자

하지만 자동화 시스템은 이곳도 마찬가지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바구니가 지나가면 위생 관리를 위한 비닐이 자동으로 씌워지고 작업자들은 불빛 신호에 따라 신속하게 상품을 담는다. 드라이아이스도 최적의 무게가 계산돼 담긴다.
봉인근 네오003 센터장은 “신선식품은 매일 나가는 상품이라 물류센터 체류시간이 길지 않다”며 “네오센터에서 직접 나가는 먹거리는 특히 신선하다고 소문이 나 있다”고 귀띔했다.

◇ 결품률 0.1%의 비결

바구니에 어떻게 상품을 담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네오센터에선 인공지능(AI)이 테트리스 게임에서 막대를 쌓듯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상품을 담아 바구니 개수를 최소화한다.
또 주문량보다 무게가 적게 나가는 등 계산된 내용과 차이가 감지되면 별도의 컨베이어 벨트로 분리돼 다시 한 번 검수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주문 물건보다 부족하게 받는 고객은 1000명당 1명에 그친다.

◇ 집 앞까지 차갑다 

바구니에 담겨 포장된 상품들은 4층 또는 3층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2층으로 내려온다. 바구니에는 어떤 기사가 어느 고객에게 어떤 시간에 배달을 해야 하는지 도착 정보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다. 무엇보다 배송기사 사이에서 악명높은 ‘분류작업’이 자동으로 처리된다. AI가 배송 상품에 따라 차량마다 최적의 주행경로를 짜주고 가장 늦게 배송될 것부터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시킨다.

네오003 물류센터는 건물 전체가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돼 위 아래로 상품이 이동한다. 특히 상품이 입하되고 출하되는 모든 곳이 냉장상태로 유지돼 '극신선'을 지향한다. 이소아 기자

네오003 물류센터는 건물 전체가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돼 위 아래로 상품이 이동한다. 특히 상품이 입하되고 출하되는 모든 곳이 냉장상태로 유지돼 '극신선'을 지향한다. 이소아 기자

이렇게 내려온 상품들은 1층 입·출하장에 도착한다. 인상적인 건 2층과 1층도 여전히 서늘하다는 사실이다. 냉장·냉동상품이 ‘지나는 모든 길’의 온도를 10℃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배송기사들은 차 뒤 화물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가 내려오는 순서대로 상품을 싣는다. 그러면 가장 늦게 배송되는 택배는 가장 안쪽에, 가장 먼저 배송될 택배는 앞쪽에 실려 손쉽게 배달할 수 있다. 이곳에서 운행 중인 배송차량은 약 800대. 좁은 골목 구석구석을 지날 수 있게 너무 크지 않은 1t 차량으로 크기를 맞췄다.

경기 김포 네오003 물류센터 1층에 상품을 싣고 출발하려는 배송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상품이 도착지 정보와 배송순서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돼기 때문에 배송기사들은 별도의 불류작업없이 상품을 실으면 된다. 차량 뒷편 화물칸이 작업장과 연결돼 있다. 이소아 기자

경기 김포 네오003 물류센터 1층에 상품을 싣고 출발하려는 배송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상품이 도착지 정보와 배송순서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돼기 때문에 배송기사들은 별도의 불류작업없이 상품을 실으면 된다. 차량 뒷편 화물칸이 작업장과 연결돼 있다. 이소아 기자

안철민 SSG닷컴 물류총괄 본부장은 “네오센터의 기술력을 전국 120여 개 이마트 매장 물류공간과 앞으로 구축할 거점물류센터에도 전수할 계획”이라며 “온라인 장보기 영역의 배송 혁신을 모든 상품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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