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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케인, 만화 같은 합작골로 한국 투어 피날레 장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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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합작 후 하이파이브 하는 해리 케인(왼쪽)과 손흥민(오른쪽). [연합뉴스]

골 합작 후 하이파이브 하는 해리 케인(왼쪽)과 손흥민(오른쪽). [연합뉴스]

손흥민과 '영혼의 파트너' 해리 케인이 만화 같은 콤비 플레이로 프리 시즌 한국 투어 피날레를 장식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비야(스페인)와의 프리 시즌 친선 경기를 1-1로 비겼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2021~22시즌) EPL 4위, 세비야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4위를 차지한 유럽 정상급 팀이다.

지난 13일 팀K리그(K리그 올스타)와의 프리 시즌 한국 투어 첫 경기에서 4골을 합작한 손-케인(각각 2골씩)은 이날도 그림 같은 팀워크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손흥민이 만화에나 나올 법한 마르세유턴(드리블하며 몸을 한 바퀴 돌아 상대를 제치는 기술) 후 패스하자, 케인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리그에서 EPL 통산 최다골(41골) 합작 기록한 손-케인의 호흡에 경기장을 찾은 4만3998명의 팬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로 세비야 수비진을 휘젓는 손흥민. [연합뉴스]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로 세비야 수비진을 휘젓는 손흥민. [연합뉴스]

토트넘은 세비야를 상대로 최정예를 내세웠다. 2021~22시즌 EPL 득점왕 손흥민, 간판 스트라이커 케인 그리고 이적생 히샬리송이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준비한 3-4-3 포메이션의 공격 삼각편대로 나섰다. 중원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올리버 스킵, 라이언 세세뇽, 루카스 모우라가 맡았고, 스리백 수비는 다빈손 산체스, 크리스티안 로메로, 에릭 다이어가 출전했다. 골키퍼는 주장 위고 요리스였다. 반면 세비야는 베스트 멤버를 내세우지 않았다. 간판 수비수 헤수스 나바스와 에이스인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 등 전력 일부를 숨긴 채 경기를 시작했다.

팀K리그와의 경기가 서로 웃으면서 뛴 이벤트전이었다면, 이날 세비야전에선 선수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빼고 뛴 실전이었다. 양 팀은 마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방불케 하는 양보 없는 공방전이 펼쳐졌다. 경기 시작부터 양 팀은 강한 압박과 몸을 사리지 않는 몸싸움으로 한 치 양보 없는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간판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에게 프리 시즌은 주전 경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새 시즌 개막전 베스트11에 든다. 상대의 거친 태클에 걸려 그라운드에 쓰러진 선수는 곧바로 일어나 재차 볼 경합에 가세했다. 덕분에 공·수가 순식간에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옛 동료 라멜라(왼쪽 둘째)와 반갑게 인사하는 손흥민(오른쪽 둘째). [뉴스1]

옛 동료 라멜라(왼쪽 둘째)와 반갑게 인사하는 손흥민(오른쪽 둘째). [뉴스1]

손흥민이 전반 16분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감아 차기를 시도하자, 관중석에선 탄성이 쏟아졌다. 슈팅은 아쉽게 골문을 빗나갔다. 전반 26분 케인이 페널티박스 전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으나,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이번엔 세비야가 반격에 나섰다. 전반 29분 세비야의 파푸 고메스가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토트넘 요리스가 가까스로 쳐냈다.

전반 33분 세세뇽이 올린 크로스를 골문으로 쇄도하던 손흥민이 헤딩으로 연결했다. 골문 정면으로 향해 세비야 골키퍼 보노의 품에 들어갔다. 전반 막판엔 다시 세비야 흐름이었다. 전반 37분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찬 라멜라의 강한 왼발 슈팅이 토트넘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아웃됐다. 워낙 치열한 경기 흐름이 이어진 탓에 전반전 종료 직후,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 몇 명이 세비야 선수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세비야 수비수 곤살로 몬티엘(왼쪽 둘째)과 신경전을 벌이는 손흥민(왼쪽). [뉴스1]

세비야 수비수 곤살로 몬티엘(왼쪽 둘째)과 신경전을 벌이는 손흥민(왼쪽). [뉴스1]

전반 내내 잠잠하던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케인과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5분 페널티박스 앞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이 상대 수비 한 명을 제쳤다. 이어 마르세유턴으로 또 한 명을 제친 그는 쓰러지면서 골문 앞에 자리 잡은 케인에게 패스했다. 케인은 왼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손-케인의 찰떡 호흡이 돋보이는 합작 골이었다.

그러자 후반 교체 투입된 세비야의 에이스 라키티치가 환상적인 골로 응수했다. 후반 19분 세비야의 루이스미 크루스가 내준 패스를 페널티 아크 오른쪽의 라키티치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토트넘 왼쪽 상단 구석에 꽂았다.

골을 합작한 뒤 하이파이브 하는 해리 케인(왼쪽)과 손흥민(오른쪽). [연합뉴스]

골을 합작한 뒤 하이파이브 하는 해리 케인(왼쪽)과 손흥민(오른쪽). [연합뉴스]

주축 선수들의 경기력을 충분히 점검했다고 판단한 콘테 감독은 후반 26분 손흥민, 케인, 호이비에르 그리고 요리스까지 모두 벤치로 불러들여 휴식을 줬다. 후보 선수들을 기용해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손흥민이 벤치를 향하자, 관중석에선 뜨거운 격려의 박수가 나왔다. 손흥민도 박수로 화답했다. 경기 후 세비야의 훌렌 로페테기 "손흥민은 한국 최고, EPL 최고의 선수다. 한국 팬들은 손흥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칭찬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뜨거운 성원을 보낸 한국 팬들에게 감사 인사했다. 선수단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수막을 들었다. 손흥민은 가장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팬들에게 손 흔들었다. 90분간의 아름다운 축구 드라마를 즐긴 축구 팬은 "손흥민, 손흥민"을 연호했다. 세비야 선수단도 한국 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로써 토트넘의 한국 방한 일정은 모두 끝났다. 17일 영국 런던으로 복귀한다. 손흥민은 "나는 항상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지난 시즌보다 잘하는 게 (매 시즌의) 목표"라며 "100% 이상으로 준비해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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