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도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일대는 2030 청춘으로 바글바글했다. 질퍽한 커피색 진흙탕 속에서 우르르 넘어지고 뒹굴고 환호했다. 얼굴은 물론이고 옷과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진흙 속 청춘은 열광했다. 머드를 덕지덕지 묻히고 뒹구는 모습은 진흙탕 밖 구경꾼에게도 여간 흥미롭지 않았다.
보령머드축제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여파로 2020년은 온라인 축제로, 2021년은 오프라인 행사를 대폭 축소한 반쪽 축제로 개최했으나, 올해 3년 만에 정상 개최에 들어갔다. 보령머드축제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지자체 축제로 꼽혀왔다. 코로나 확산 이전 매년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 2019년에는 외국인만 38만명이 찾았다.
보령머드축제는 16일 오전 9시 30분 ‘2022 해양머드박람회’ 오프닝 행사를 시작으로 축제에 돌입했다. 궂은 날씨에도 입장객이 구름처럼 몰렸다. 지름 15m의 대형 머드탕엔 열댓명이 한데 뛰어들어, 그야말로 진흙 범벅이 됐다. 14세 미만 어린이들은 별도 키즈존에서 머드 슬라이드를 타며 놀았다. 오전 11시 30분 머드 대포와 음악, 물놀이가 함께하는 머드 몹신(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 30분, 4시 30분 30분씩 진행)이 진행되자 젊은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장관을 연출했다.
“어어 마스크 빼시면 안 돼요, 머드탕에서도 필수입니다”
머드탕 안이든 밖이든 축제장 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다. 마스크를 끼고 진흙탕에서 뒹구는 모습은 체험자에게도 구경꾼에게도 퍽 낯설었다. 안전요원과 검역 담당 직원 곳곳에 배치됐으나 마스크를 하지 않은 시민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진흙범벅의 참가자들 사이에는 외국인도 많이 보였다. 서울 이태원에서 왔다는 대학생 애슐리(21)는 “한국에 있는 동안 꼭 경험해보고 싶었던 페스티벌에 와서 너무 신난다”고 말했다.
올해 보령머드축제는 8월 15일까지 열린다. 기존 10일이었던 축제 기간이 31일로 대폭 늘어났다. 보령시는 천북면 지역에서 채취해 가공한 600여 톤의 머드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엔 2022 보령해양머드박람회도 동시에 열린다. 축제와 박람회에 투입된 사업비만 145억원(국비 43.5억원, 도비 29억원, 시비29억 등)에 이른다. 7만3430㎡(약 2만2000평) 부지에 해양머드체험관, 해양레저&관광관, 웰니스관 등 7개 전시관이 들어섰다.
보령시는 올 축제 기간에 120만명(내국인 108만명, 외국인 12만명)의 방문객이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변 음식점과 숙박시설도 간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대천해수욕장의 머드먹자골목은 전날 저녁부터 손님으로 북적였다. 축제장 주변의 한 게장 전문점 주인은 “지난해 축제기간은 손님이 없었는데, 올해는 벌써 단체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리조트 대천 관계자도 “축제가 한 달가량 이어지는데도, 축제기간 객실 예약율이 96% 이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