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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NFT로 몸값 높인다...명품 브랜드의 '럭셔리 테크' 활용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 그린스트리트에 패션 1번지 소호와는 다소 이질적인 NFT(대체불가 토큰) 발행 부스 하나가 문을 열었다. 굴곡이 있는 겹겹의 거울에는 디지털 아티스트 셰익스피어(Shxpir)의 작품이 쉼 없이 펼쳐진다. 매장을 찾은 이들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갖가지 형태와 패턴을 직접 선택해 각자 취향에 맞는 작품을 현장에서 맞춤 제작 할 수 있다. '나만의 디지털 아트'는 그 자리에서 오픈씨 플랫폼을 통해 이더리움 기반의 NFT로 탄생한다. NFT 발행 과정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옆에서 매장 직원들의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이 컨셉트 매장을 기획·운영하는 주인공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지난달 미국 뉴욕 소호 지역에 소비자가 직접 NFT를 생성, 발행할 수 있는 콘셉트 스토어를 열었다. [사진 페라가모 공식 인스타그램]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지난달 미국 뉴욕 소호 지역에 소비자가 직접 NFT를 생성, 발행할 수 있는 콘셉트 스토어를 열었다. [사진 페라가모 공식 인스타그램]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지난달 미국 뉴욕 소호 지역에 소비자가 직접 NFT를 생성, 발행할 수 있는 콘셉트 스토어를 열었다. [사진 페라가모 공식 인스타그램]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지난달 미국 뉴욕 소호 지역에 소비자가 직접 NFT를 생성, 발행할 수 있는 콘셉트 스토어를 열었다. [사진 페라가모 공식 인스타그램]

'피지털'로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라
럭셔리 브랜드가 '피지털(Phygital)' 전략을 통해 소비자와의 끈끈한 관계 형성에 나서고 있다. 피지털은 물리적(physical) 공간 또는 제품에 NFT와 같은 디지털(digital) 상품을 결합한 것을 말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층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주요 상품을 보기 좋게 진열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색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불가리는 지난 3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인 '옥토 피니시모 울트라'에 NFT를 결합한 제품을 내놓았다. 전 세계 10개 밖에 없는 이 제품을 구매한 이들은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단계에 걸친 이력과 소유권 증명에 관한 정보를 NFT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사진 불가리]

불가리는 지난 3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인 '옥토 피니시모 울트라'에 NFT를 결합한 제품을 내놓았다. 전 세계 10개 밖에 없는 이 제품을 구매한 이들은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단계에 걸친 이력과 소유권 증명에 관한 정보를 NFT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사진 불가리]

불가리는 두께 1.8㎜로 세상에서 가장 얇은 시계로 알려진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로 피지털 상품을 선보였다. 시계를 손목에 차는 것만으로도 소비자가 브랜드의 역사적인 모든 순간을 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계 다이얼 왼쪽 상단에 새겨진 QR코드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5억원(33만 2695파운드)이 넘는 전 세계 10개 한정판인 이 시계가 어떻게 제작되고 유통됐는지 역사를 비롯해 시계와 관계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초고가의 럭셔리 시계를 가졌다는 것에서 나아가 브랜드 스토리까지 손목 위에 품게 되는 진짜 하이엔드 정수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시계 구매자는 해당 시계를 소재로 만든 NFT를 받는다. NFT를 보유함으로써 럭셔리 브랜드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일종의 소속감을 불러일으키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 강한 결속을 끌어내는 전략인 셈이다.

디지털 정품 인증서 NFT, 하이엔드 가치를 더하라
지난해부터 럭셔리 브랜드가 NFT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분은 '디지털 정품 인증서'이다. NFT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 관련 정보가 모두 저장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명품 업계의 오랜 과제인 '짝퉁과의 전쟁'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관련 업계는 그간 제품의 고유번호, 각인, 개런티(보증)카드, 홀로그램 스티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위조품을 분별해왔다. 럭셔리 제품의 온라인 구매가 더욱 빈번해 지고 있는 요즘, 업계는 NFT라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위조품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고자 힘쓰고 있다.

지난해부터 하이엔드 브랜드의 NFT 활용은 부쩍 빈번해지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지난해부터 하이엔드 브랜드의 NFT 활용은 부쩍 빈번해지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글로벌 대표 럭셔리 기업 LVMH, 리치몬트, 프라다 3사는 앞서 지난해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축한 바 있다. 이를 활용한 정품 인증 시스템을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의 제품은 제작 과정에서 아우라가 부여한 고유의 디지털 코드를 받게 된다. 제품에는 전자칩이 내장돼 있어 소비자는 제품 구매 시 이와 연동되는 디지털 정품 인증서를 발급받게 되는 셈이다. 해당 인증서에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단계에 걸친 상품 이력과 소유권 증명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보다 앞서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인 바쉐론 콘스탄틴, 피아제, 브라이틀링도 '아리아니'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위조품을 뿌리 뽑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관련 업계는 럭셔리 브랜드의 이 같은 'NFT 동맹'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 NFT 시장 약 20% 차지할 럭셔리 산업 
지난해 초부터 불어닥친 NFT 열풍에 비하면 현재 NFT에 대한 관심은 다소 누그러졌다는 시장의 시각도 팽배하다. NFT 대표 거래 플랫폼 오픈 씨의 하루 거래량이 급락하는 등 눈에 보이는 숫자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색 경험을 선사하며 소비자와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다지고, 정품의 희소가치를 한껏 끌어 올리기 위해 럭셔리 업계의 적극적인 NFT 활용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NFT 시장 규모가 3000억 달러(약 39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중 560억 달러(약 74조원)는 럭셔리 산업과 관련될 거란 예측이다.

돌체앤가바나의 디자인 시리즈인 알타 모다. [사진 UNXD]

돌체앤가바나의 디자인 시리즈인 알타 모다. [사진 UNXD]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브랜드와 상품 가치를 인정받은 럭셔리 산업군은 소비자들에게 물리적 경험(실제 제품)과 NFT라는 가상자산 소유권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지난해 발표한 돌체앤가바나(D&G)의 NFT 콜렉션 '콜레치오네 제네시(Collezione Genesi)'가 대표적이다. NFT 마켓 UNXD와 협업해 선보인 이 NFT 컬렉션은 모두 돌체앤가바나의 디자인 시리즈인 알타 모다, 알타 사토리아, 알타 조엘레리아 라인에 속하는 것이다. 현실판 진짜 옷과 NFT를 모두 소장한 이들에게는 돌체앤가바나가 기획한 차후 이벤트를 독점해 누릴 수 있게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후 총 1885.73 이더리움(약 67억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대박 성공에 힘입어 돌체앤가바나는 자체 NFT 커뮤니티 'DG패밀리'를 만들기도 했다. DG 패밀리 박스 NFT를 구매하면 실제 상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한도 준다. '오픈 런'의 수고로움도 덜 수 있고, 자연스레 NFT로 소비자-브랜드 간 공고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셈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돌체앤가바나의 이 같은 NFT 활용법은 럭셔리 업계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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