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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이 0.065% 박순애 0.251%…이 4배가 민심과 尹심 간극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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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9년 8·15 광복절 사면을 앞둔 시점이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은 이들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명박(MB)청와대를 담당했던 기자에겐 "음주운전도 구제를 받느냐"는 이메일과 전화 문의가 쏟아졌다. 돌아보면 기자생활 중 경험한 독자들의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운전대를 잡은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생업을 위해 사면을 받으려는 이들의 열망도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하지만 음주운전에 면죄부를 줘선 안된다는 반대 여론도 강력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담당했던 법무비서관이 현재 여권의 최고 실세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대행이다.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그와 통화했다. 투박한 면이 없지 않지만 선이 굵고 심지가 굳은 '전직 검사 권성동'의 본질은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돌다리 두드리듯 신중했다. 우여곡절 끝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자들 중 일부만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음주운전에 몸서리 치는 일반 국민 여론에 MB도,청와대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음주운전은 이미 논쟁적이고 예민한 주제였다.

선수시절의 박한이 선수. [중앙포토]

선수시절의 박한이 선수. [중앙포토]

#2. 골수 야구팬인 기자가 가슴 아파하는 음주운전 사례가 있다. 2019년 5월 27일 단 한번의 실수로 19년 야구 인생을 허무하게 접었던 삼성라이온즈 박한이다. 전날 경기가 끝난 뒤 자녀의 아이스하키 운동을 참관한 박한이는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마셨다. 다음날 숙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는데 그만 접촉사고를 냈다.
그는 2001년부터 삼성에서만 2127경기를 소화한 원클럽맨이다. 특히 2013년 두산에 1승3패로 몰렸던 한국시리즈를 기적처럼 뒤집었던 그의 대활약을 삼성팬들은 모두 기억한다. 하지만 숙취 운전 한 방에 그는 스스로 구단에 전격적으로 은퇴를 통보했다. '착한이'로 불렸던 성실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야구 선수 인생을 접었다. 그가 기대했을 성대한 은퇴식과 등번호 33번의 영구 결번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 삼성팬들 중엔 "굳이 은퇴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동정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박한이는 "음주운전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유니폼을 벗었다. 당시 박한이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65%였다.

얼마전 윤석열 대통령이 청문회 없이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을 임명했다. 논란이 된 장관의 2001년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박한이의 4배 수준인 0.251%다. 방송에 출연한 야당 의원은 "부모조차 못 알아볼 인사불성 상태"라고 했고, 여당 원로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나 처럼 하지 말라'고 가르쳐야 하나"라고 어이없어 했다. 법원의 음주운전 선고유예 처분까지 논란이 되고, 음주운전 외에 다른 의혹도 넘쳐났지만 결국 윤 대통령은 청문회 없는 임명을 강행했다. 임명장을 주면서 했던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는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요금 다양화와 소비자권익 증진'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있다.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요금 다양화와 소비자권익 증진'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있다. 김상선 기자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놓고 여러 이유가 거론되지만,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있는 태도와 발언이 가장 문제인 듯 싶다. 마치 박한이의 0.065%와 박순애 장관의 0.251%만큼이나 국민적 감성과의 간극이 커 보인다.

1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13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권성동은 "국민들 눈높이에서 대통령(실)과 당에서 발언을 하고, 행동을 하면 (지지율은)올라가리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답이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윤 대통령에겐 불가능하지 않은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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