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폰 러 시장 점유율 17%P 늘고, 삼성폰 13%P 줄어

중앙선데이

입력 2022.07.1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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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호 15면

러시아로 진격하는 중국 기업

샤오미가 지난 9~11일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한 신제품 체험 행사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받은 한 소비자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 샤오미 러시아 페이스북]

샤오미가 지난 9~11일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한 신제품 체험 행사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받은 한 소비자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 샤오미 러시아 페이스북]

지난 9일 밤(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의 올림픽공원에 시민들이 모였다. 중국 IT기업 샤오미가 주최하는 ‘미 로드 무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샤오미는 다양한 영화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시민들을 맞이했다. 러시아 시민들은 샤오미의 스마트폰 ‘미11’로 스튜디오에서 직접 영화 촬영을 했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 시설과 각종 음악 공연도 즐겼다. 축제 분위기 속에 행사장에 진열된 샤오미의 다양한 제품도 자연스레 살펴봤다. 샤오미는 지난달 말에도 중부 도시 카잔에서 같은 행사를 여는 등 러시아 시장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중국이 러시아 시장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하며 무주공산이 된 러시아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접수하고 나섰다. 특히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높았던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애플폰 점유율도 6%P 떨어져

중국 기업의 공세는 지난 2월 시작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서방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러시아 시장 철수 움직임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현재까지 약 180여 개의 해외 기업이 러시아 내 상업 활동 및 러시아로의 상품 수출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빈자리를 메운 건 중국 기업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샤오미·리얼미·아너·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61%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기존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삼성전자는 31%에서 18%로 급감했다. 애플도 11%에서 5%로 쪼그라들었다. 미 경제매체 포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삼성과 애플은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며 “삼성과 애플이 각각 러시아 수출을 중단함에 따라 그 빈자리를 약 3개월 만에 중국 브랜드가 메웠다”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의 러시아 시장 약진은 전 분야로 확산 중이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분석 기관 아프토스타트 인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의 점유율은 16.9%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6.9%)에 비해 10% 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러시아(25.2%), 한국(24.7%)에 이은 3위다. 지난해 3위였던 일본(12.3%)을 제쳤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로는 하포(哈佛)와 치루이(奇瑞), 지리(吉利)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아프토스타트 인포는 전문가를 인용해 “서방 제재 속에 현대·기아, 닛산·도요타 등 기존 인기 브랜드가 러시아 내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중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며 “중국 자동차의 러시아 시장점유율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패션 업계에서도 중국 기업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아디다스·푸마에 이어 지난달 말 나이키가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현재 러시아 시장에선 서방 스포츠 브랜드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 리닝(李寧)은 올해 2분기 러시아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에 첫 스포츠 매장을 열고 러시아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리닝은 향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 15~20개 매장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는 “서방 스포츠 브랜드가 떠난 자리는 안타(安踏)스포츠와 리닝 등 중국 브랜드가 메울 것”이라며 “패션을 넘어 중국 기술기업이 러시아 시장의 90%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경제적으로 공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간한 ‘러시아 경제의 상대적 선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 5월까지 1103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배 늘었다. 달러당 루블화 가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오히려 28% 올랐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이런 지표는 서방 제재에도 러시아의 경제가 큰 타격을 입지 않음을 보여 준다”며 “대러 제재에 불참한 중국의 지원이 대표적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제재로 판매길이 막힌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하루당 65만 배럴에서 지난달 110만 배럴로 늘렸다.

러시아와 중국 경제적 공생 보여줘

제조업 무역에서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러시아는 대표적인 소비재 수입국”이라며 “대다수 서방 기업이 철수한 데다가 제재가 길어지면서 유일하게 소비재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 중국이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중 갈등 속에 수출시장 확보가 쉽지 않아진 중국으로서도 자국 브랜드의 해외 진출 무대로 러시아가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두 국가의 동행이 앞으로 더욱 공고해질지는 의문이다. 중국으로선 자국 기업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위반해 해외 사업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67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 감소하며 지난 4월부터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미 CNN은 “중국은 서방이 제재 물품으로 차단한 첨단 기술 수출품이 러시아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조심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IT 기업을 중심으로 러시아 수출량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도 지난 5월부터 제3국을 통한 병행수입을 허용하면서 서방 기업의 제품 수입을 다시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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