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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사람과 곡식(穀食)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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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호 31면

한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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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곡식은 가꾸기에 달렸다. 곡식은 사람 손이 많이 가고 부지런히 가꿔야 잘되며, 사람은 어려서부터 잘 가르치고 이끌어야 훌륭하게 성장한다. ‘자식 농사’처럼 곡식이 사람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것은 곡식이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곡식(穀食)’은 사람의 식량이 되는 쌀, 보리, 콩, 조, 기장, 수수, 밀, 옥수수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곡물(穀物)’을 뜻한다. “곡(穀)”은 의미 부분인 禾(화: 벼)와 소리 부분인 殼(각: 껍질)이 결합한 것으로 단단한 껍질이 있어 낟알을 벗겨야 하는 곡식을 가리키는 글자다. 고대 농경문화에서는 곡식을 봉급으로도 받았으므로 봉록, 봉양한다는 의미로도 사용됐으며 생장하다, 좋다는 의미로도 파생됐다.

곡식의 총칭으로 국어에서 ‘곡식’ 혹은 ‘곡물’을 혼용하는 것에 비해 중국어와 일본어는 ‘곡물’(gǔwù·구우, こくもつ 고쿠모츠)을 사용한다. 중국어·일본어에서 곡식은 ‘곡식을 먹다’, ‘곡물을 상식(常食)으로 하다’라는 동사적 의미이자 명사인 곡물의 의미도 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어와 구분된다.

한편, 곡식과 낟알은 영어로 grain이며, 1grain은 0.0648g으로 낟알의 무게다.

필자에게 있어 GRAIN은 성별(Gender), 연구(Research), 나이(Age), 흥미(Interest), 이름(Name)으로 ‘나’라는 존재의 일면으로 다가온다. 곡식, 낟알, grain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각자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과 평가가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고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도록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의 기울기는 언제나 가변적이다. 오로지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곡식 외부의 현실을 직시하고, 껍질 내부의 낟알을 재정립하자. 과거를 객관적 사실로 인정하고, 삶의 주체로서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 작은 낟알이 인류의 에너지원 역할을 해 온 것처럼, 미약하지만 단점을 극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시켜 주변을 이롭게 하는 존재,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살아내는 미래지향적인 존재가 되기를 다시 한번 다짐한다.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 것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가장 기쁘다.”

신아사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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