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금융범죄 엄단 의지 보인 옵티머스 판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7호 30면

주범에게 징역 40년, 추징금 751억 확정

증권범죄합수단 부재 속 이성윤 수사지휘

피해자들 “재수사로 배후 철저히 밝혀야”  

1조원대 펀드 사기 행각을 벌인 주범에게 대법원이 14일 징역 40년이라는 중벌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벌금 5억원과 추징금 751억7500만원을 선고한 2심 판단도 그대로 유지했다. 공범들도 중형을 면치 못했다. ‘솜방망이 처벌’로 금융사기 행각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그간의 비판을 수용,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원은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타격을 주고 금융시장 신뢰성을 심각하게 손상시켜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7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공공기관 발주 관급공사 확정매출채권에 80~95% 투자하겠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1조3526억원을 받았다. 피해자가 약 3200명에 달하고 이들은 아직 5542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실제 펀드자금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단 한 건도 투자되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의 특수목적법인(SPC)인 비상장 기업이 발행해 투자가치가 없는 사모사채에 투자한 후 이를 통해 개인적인 투자를 하거나 만기가 도래한 펀드 투자금 상환에 사용했다. 급기야 2018년 대량의 환매사태에 직면하게 되자 위기만 모면하려고 돌려막기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해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

이번 판결로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수사는 완결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피해자들은 미완의 수사였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맡았다. 당시 지검장은 친여권 검사로 분류된 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었다.

전직 경제부총리, 검찰총장 등을 고문으로 두고 정관계 로비를 해왔다는 옵티머스 내부 문건이 나왔지만 근거 없는 의혹으로 결론 내렸다. 금융감독원 조사 무마 로비 등을 한 의혹이 있는 브로커 수사도 더 진척되지 않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총선 선거사무실 임대보증금 1000만원과 1100만원 상당의 가구와 복합기 임차료 등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진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옵티머스 측 로비스트에게 현직 부장판사를 소개한 의혹이 있는데 이 역시 무혐의로 결론 났다. 당시 이성윤 지검장 체제에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비등한 이유다.

이 때문에 최근 부활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수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합수단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때인 2020년 해체됐다. 하지만 합수단이 문재인 정부 인사의 비리 연루 의혹이 있었던 신라젠,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사를 막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수사를 다시 진행하면 사기 행각의 전모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을 펀드 판매사인 금융사들에 과도하게 물렸다는 점도 문제다. 사기 행각의 배후, 금융감독기관의 책임은 제대로 묻지도 않은 채, 펀드 판매를 대행한 금융기관에 원금 100%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금융투자의 근본인 자기 책임의 원칙이 지나치게 훼손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옵티머스 사건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검찰의 재수사를 요구하는 사건 피해자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소비자 피해 구제와 관련해 감독기관과 금융회사의 책임과 역할을 합리적으로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