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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셀럽이 되다]글로벌로 가는 K캐릭터, 마블 히어로 같은 확장성 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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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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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니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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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캐릭터산업은 1960년대 영화나 TV 광고에 진로소주·락희치약 등의 기업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대중들의 이해와 관심으로 시작되었다.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거 수입되면서 캐릭터상품 구매가 일상화되었는데,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의 문구·완구·의류 등에 디자인 기능으로 활용되었다. 수입 캐릭터는 전문 양판점을 대상으로 고가상품으로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이 적용되었는데, 초기 시장도입기에는 불법복제 사례도 다양하게 적발되었다.

국산 캐릭터는 88올림픽 이후 개발되었다. 국내 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인기를 얻게 되면서, 캐릭터 산업은 콘텐트의 인지도 및 대중친화력에 기반해 상품화되는 라이선싱 비즈니스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1998년 IMF 경제위기를 맞으며 높아진 환율의 파도로 해외 캐릭터 라이선싱이 주춤한 사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국산캐릭터의 인기가 새롭게 부상했다. 특히 ‘마시마로’, ‘뿌까’, ‘졸라맨’, ‘우비소년’ 등의 개성적인 디자인이 캐릭터의 세대교체를 선도했다. 2000년대에는 웹툰의 혁신과 유아용 3D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집중적인 투자가 성공하면서, 국산캐릭터가 수입캐릭터에 대응해 매출과 시장 규모를 역전하는 골든크로스 시대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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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향 힐링용 펫캐릭터 확산

이 시기까지는 유아와 어린이 시장에 집중된 콘텐트와의 연계 효과가 상품의 신뢰도로 평가받는 것이 라이선싱 비즈니스의 일반화된 모델이었다. 그런데 2018년 이후 1인 가구가 확대되고, 혼인율과 출산율이 감소하며 캐릭터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홈코노미(homeconomy)가 본격화되면서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힐링용 펫캐릭터가 20~30대 성인층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한때 ‘오타쿠’로 평가절하됐던 키덜트 그룹은 소수의 변두리문화가 아닌 문화향유세대의 집중적인 구매행위를 선도하고 있다. 키덜트족이 더이상 서브컬처가 아니라 MZ세대 소비패턴의 핵심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더불어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한 ‘부캐’와 ‘캐릭터 세계관 놀이’가 공유되면서 캐릭터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 때마침 시작된 모바일 커머스 광풍과 함께, 캐릭터는 이제 소비중심세대의 상품 선택 기준으로 부상했다. 상품의 기능과 개성이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경쟁하게 됐고, 어떤 캐릭터의 상대적 스토리텔링이 소비자의 감성을 집중시킬 것인가로 마케팅 업계의 관심이 전환됐다. 이를 미리 파악한 소셜미디어 이모티콘 중심의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는 국내 캐릭터 프랜차이즈 매장을 선도하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환호했던 밀레니엄 세대들은 ‘곰표밀가루’의 곰캐릭터와 ‘진로소주’의 두꺼비 캐릭터를 힙한 세대의 상징으로 평가한다. 80~90년대 태어나지도 않았던 세대들에게 ‘응답하라’ 시리즈는 중장년층들이 사극드라마에서 느끼는 시간과 역사의 환타지를 제공했고, 힙지로(힙한 을지로)와 연트럴파크(연희동 구 기찻길)의 변신은 전국 각지의 새로운 상권과 소비문화로 이러한 변화를 추동시키고 있다.

캐릭터를 논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이슈가 IP(지식재산권)다. 미키 마우스는 1928년 ‘증기선 윌리’라는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 캐릭터인데, 미국 의회는 3차례나 IP 관련 법안을 수정해가며 캐릭터의 기업가치를 보호해주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2023년 만료되는 저작권 문제를 또 다른 전략으로 극복해 낼 전망이다. 미키 마우스는 최초의 형태에서 3~4차례 이상 디자인 이노베이션을 거듭하며 시대와 소비트렌드에 맞게 변형해 왔는데, 이러한 시도들은 실제 새로운 IP로의 저작권 혁신을 이미 진행시킨 성과로 인정받아 저작권 연한의 리스크를 관리해낼 것이다.

캐릭터는 끊임없이 디자인 스킨십을 통해 세대와 시대에 맞게 변신해야 한다. ‘스타워즈’가 디즈니의 일원이 되면서 캐릭터 디자인이 일대 혁신을 거치며 다양한 상품군으로 시장에 등장하고, 마블의 500개가 넘는 히어로 캐릭터는 거대한 세계관으로 연계되어 끝을 알 수 없는 콘텐트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차별화된 전략은 IP의 생명력을 무한하게 만들어낸다. 디즈니 픽사의 정문에 걸린 ‘너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라는 슬로건처럼, 우리도 끈끈한 네트워크 연계와 스핀오프 등의 확장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학폭·미투 등 스캔들 없어 더 인기

라인프렌즈

라인프렌즈

한편, 인기스타들의 갑작스런 스캔들(학폭·빚투·미투 등)로 인해 사람의 브랜드 가치가 위험할 수 있음이 알려지면서, 위기관리가 가능한 가상모델 버추얼 캐릭터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춤과 패션, 익스트림 스포츠와 보컬 능력을 나이도 먹지 않고 24시간 보여주는 버추얼 캐릭터들은 이제 광고와 마케팅의 새로운 정의와 재개념의 시대를 열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용지니어스’와 ‘제이릴라’ 등의 부캐로 브랜드 가치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고, 롯데그룹은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면서 초대형 캐릭터 ‘밸리곰’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시도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강아지 ‘흰디’, 편의점 CU는 캥거루 ‘헤이루’, 이마트24는 ‘e몬프렌즈’ 등 캐릭터를 기업 이미지의 대표선수로 등장시키고 있다.

가상과 실제의 간극을 뛰어넘은 캐릭터는 상품의 신뢰도와 품질의 대체재를 넘어서 또 다른 ‘나’ 자신을 드러내는 친근한 정체성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소비재와 전자제품, 가구와 자동차까지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에 캐릭터 IP가 라이선싱의 존재가치로 우뚝 서고 있는 이유다.

차세대 한류에 주목하는 글로벌 소비자들도 코로나시대를 거치며 편평해진 세계와 표준화된 트렌드를 공유하면서 IP기반의 새로운 콘텐트 생태계의 핵심으로 등장한 K캐릭터들을 추앙하기 시작했다. ‘핑크퐁’의 글로벌 성공과 ‘펭수’의 삐딱한 도전, 뽀로로의 성공적 스핀오프 ‘잔망루피’, ‘유미의 세포들’이 보여준 웹툰 캐릭터의 가치는 K캐릭터들의 응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DTC(Direct To Consumer) 시스템이 모바일로 구현되고, 라이선싱의 융합적 사고를 캐릭터가 비즈니스 모델로 실시간 전환시키고 있는 지금은 캐릭터의 NFT 시장과 메타버스로의 확장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7월 17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캐릭터라이선싱페어 2022’도 그러한 비전을 세대와 시대를 가로지르는 혁신과 ‘퀀텀 점프’라 할만한 비약적인 성과로 보여주고 있다.

한창완 한국캐릭터학회장·세종대학교 창의소프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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