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 임금체계 바꿔, 정년연장 분위기 조성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7.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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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호 01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사 현안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적 해결을 지향하되 불법행위는 노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이 같이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임금 체계를 유연화하고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힘써 달라”며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적용해 일자리 수요 공급이 잘 매칭되도록 고용 시스템을 고도화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임금체계를 바꿔 정년을 자연스럽게 연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해만 바뀌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연공급)를 역할급이나 직무·성과급으로 바꾸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4차 산업혁명과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급변하는 노동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법·제도·관행으로는 경제성장과 공정한 기회·보상을 꾀할 수 없다”며 “산업화 시대의 노동규범과 관행을 과감히 혁신하고, 취약계층은 확실히 보호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1970~80년대 공장 근로 시대에 만들어진 법·제도로는 고용시장의 활력을 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고용부는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제도를 우선 개혁 과제로 선정해 바꿔나가기로 했다. 임금체계는 역할급이나 성과·직무급으로 호봉제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개편키로 했다. 성과 등과 관계없이 나이만 많으면 많은 돈을 받는 현재의 연공급으로는 청년과 고령층의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생산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이와 상관없는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접목한 임금체계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새 임금체계가 정착하면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호봉제는 성과·직무급으로 대체, 법으로 정년 못 박는 방식은 배제

15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고용부는 노동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고, 11시간의 연속휴식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15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고용부는 노동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고, 11시간의 연속휴식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나이가 젊어도 성과나 역할에 따라 중장년층보다 임금을 더 받을 수 있고, 장년층은 능력을 인정받으면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길을 터겠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법으로 정년을 못 박는 형태의 규제 방식은 쓰지 않을 방침이다. 노사 자율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을 통해 임금체계를 바꿈으로써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 또는 능력에 따라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근로시간 개혁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정하는 ‘시간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주 최대 52시간제를 유지하되 일감이 몰리면 더 일하고, 일한 만큼 휴가를 더 주는 방식이다. 다만, 특정 기간에 지나치게 장시간 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휴식’과 같은 근로자에 대한 건강보호조치를 병행한다.

국내 기업 임금체계 유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기업 임금체계 유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노사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 해결 기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불법점거, 노조의 채용 강요, 부당노동행위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법 테두리 안에서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노동시장은 바뀌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예방도 자율 예방체계 구축에 무게를 실었다. 이를 위해 노동계와 근로자의 참여를 독려할 방침이다. 기초 안전질서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근로자의 참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온전히 사용자에게 예방책임을 지우는 방식에서 노사 공동으로 사전 예방에 나서도록 해 책임을 나눠서 지도록 의식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안전보건체계는 자율 점검을 우선으로 하되 취약한 현장에 대한 감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다만 감독을 하더라도 결과를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통보해 자체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행정지원을 해 나가기로 했다. 또 중대재해법의 현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시행령도 개정키로 했다. ‘충실히’와 같은 모호한 규정을 정비하고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고용부가 정책 추진함에 있어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확보에 만전 기하고 산업현장 안전사고 예방 교육에 힘써 달라”며 “특히 언어소통 자유롭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 안전에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돈을 퍼부어 만드는 아르바이트형 직접 일자리 사업은 과감하게 폐지 또는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 대신 인력 양성으로 눈을 돌린다. 2024년까지 디지털 선도기업과 혁신 훈련기관 통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신산업 분야의 인재 18만명을 양성한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삼성·SK하이닉스 등 실제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생산 장비를 활용해 현장 적합도가 높은 훈련을 확대한다. 채용 뒤 기업이 별도의 교육을 하지 않고 곧바로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과 농어촌 등의 구인난 해소를 위해 입국 대기 중인 외국인력 5만명을 신속하게 도입하고, 신규인력 배정도 1만4000명에서 2만1000명으로 확대한다.

고용안전망을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도 취한다.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사람에게는 단계적으로 실업급여를 삭감해 원래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의 최대 절반 정도만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실업급여를 받는 구직자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도 강화한다. 구직활동은 현행 4주에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실질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실업급여를 중단한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어학수강이나 취업특강도 구직활동의 일환으로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입사 지원한 경우에만 구직활동으로 인정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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