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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투호·다트 장점 결합한 한궁, 남녀노소 200만 명 즐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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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호 26면

[스포츠 오디세이] 한궁 창시자 허광 회장

허광 회장이 지난 6일 한궁 대회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인제실내경기장에서 자신이 개발한 한궁 경기판을 설명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허광 회장이 지난 6일 한궁 대회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인제실내경기장에서 자신이 개발한 한궁 경기판을 설명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지난 7월 6일, 강원도 인제실내경기장에서 ‘제 1회 장애인 어울림 한궁대회’가 열렸다. 강원도내 13개 시·군 대표 200여 명이 장애인 3명+비장애인 2명으로 팀을 이뤄 과녁을 향해 핀을 던지고, 동료를 응원하며 함께 어우러졌다.

한궁(韓弓)은 다트와 흡사하지만 핀 끝이 뾰족하지 않고 둥그런 자석으로 돼 있어서 안전하다. 왼손과 오른손을 다 사용해 던지기 때문에 양손과 양눈, 좌우 두뇌를 자극하는 운동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녀노소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한궁은 전국에 200만 동호인과 1만6000명의 지도자가 있다. 지난해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 인정단체로 등록된 한궁은 매년 1000회 이상의 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표적인 생활스포츠다.

대회장에서 한궁 창시자인 허광 대한한궁협회장을 만났다. 기계공학도 출신인 그는 한궁의 장비와 시스템을 개발하고, 경기 룰을 만들고, 여기에 홍익인간의 정신까지 옷 입혀 ‘가장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스포츠를 만들어냈다. 그는 세계한궁협회와 대한장애인한궁연맹도 이끌고 있다.

작년 대한체육회·장애인체육회 등록

허광 회장이 강원도 장애인한궁연맹 서종만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대한한궁협회]

허광 회장이 강원도 장애인한궁연맹 서종만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대한한궁협회]

한궁은 다트와 뭐가 다른가요.
“다트는 핀 끝이 날카로운 쇠로 돼 있어서 위험합니다. 저는 2006년에 핀 끝을 둥근 자석으로 만든 E-다트를 개발해 유럽과 미국에 수출했어요. 그런데 유럽에서는 우리가 만든 걸 다트로 인정하지 않고 그냥 놀이로 보는 겁니다. 반면 하이서울 페스티벌 같은 데선 E-다트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저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한궁의 틀을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왜 이름을 한궁이라고 했나요.
“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뉴 스포츠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한궁을 창시했습니다. 영어로는 양손을 다 사용하는 활쏘기라는 뜻에서 핸즈 아처리(Hands Archery)라고 했는데 거기서 한(Han)이라는 음을 따 왔습니다. 위키백과에는 ‘한궁(韓弓, HANGUNG 또는 Korean Hands Archery, Hands Archery)은 대한민국에서 탄생한 생활체육이다. 양손운동을 통해 좌,우 집중력과 팔의 유연성 및 근력을 키우고 신체의 좌우 평형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본인이 창시자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배우고 익혀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의 전통 종목인 국궁과 투호, 서양 전통의 양궁과 다트, 이들의 장점을 결합하면서 IT 기술을 녹인 겁니다. 과녁에 맞는 순간 해당 점수와 합산 점수가 표시되는 기술, 꽂혀 있는 핀에 새 핀이 맞아도 다중접점 센싱 방식에 의해 정확한 점수가 기록되는 기술 등은 제가 개발해서 이미 특허 등록을 한 것입니다.”
한궁 인구를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대한노인회와 장애인 단체들과 협력해서 전국에서 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수백 명이 참가하는 대회가 매일 어디선가 열리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유료 교육을 받고 지도자 자격증을 딴 사람이 1만6000명입니다. 그들이 전국에서 일사불란하게 대회를 진행하고 있지요. 현재 한궁 인구를 200만 정도로 추산하는데, DB화를 통해 정확한 회원 수를 공개하겠습니다.”
한궁을 통해 홍익인간 이념을 실현한다고 하셨는데요.
“맞습니다.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정신을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를 통해 구현하겠다는 겁니다. 홍익인간의 실천 방안이 건강·행복·평화고, 그걸 구체화 하는 게 체인지(體·仁·智) 운동입니다. 스포츠가 더 이상 남을 이기고 메달을 많이 따는데 그쳐선 안 됩니다. 인성교육, 평생교육에 가장 적합한 분야가 스포츠, 그 중에서도 한궁입니다.”
한궁 세계화는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지난해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 인정단체 가입을 계기로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에 대한한궁협회와 장애인한궁연맹 지회 조직을 거의 완성했습니다. 일본에는 42개 현에 한궁이 보급돼 장애인 전국체전 시범종목이 돼 있고요, 미국에도 미주장애인체육회를 중심으로 한궁 대회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궁을 전국체전 종목으로 만들고,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종목까지 올려놓는 게 목표입니다.”
패럴림픽 종목 채택 가능성은?
“저는 100%로 봅니다. 한궁은 10분이면 배울 수 있는 체험형 스포츠이자 노소동락(老少同樂) 스포츠입니다. 가장 넓은 저변을 가진 종목으로서 당당하게 패럴림픽에 입성할 것입니다. 저희는 지체·정신·절단·시각 등 장애 형태와 등급에 따라 세분화된 룰을 갖고 경기를 진행합니다. 한궁이 올림픽에 가겠다고 하면 모든 장애인과 장애인 단체들이 크게 환영하고 도와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경로당에도 한궁을 보급하고 계시죠?
“치매 예방 차원에서 대한노인회와 함께 전국 경로당에 한궁 보급 사업을 하고 있죠. 한궁을 하면서 양손을 다 쓰면 뇌를 자극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건 이미 검증된 겁니다. 한궁을 꾸준히 하면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대인관계가 좋아지며,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혼성 경기 출전을 위해 함께 한궁을 하다가 커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하.”

심장에 스텐트 6개 박고도 ‘한궁 올인’

한궁 보급에 한마음이 된 허광 회장 가족. [사진 대한한궁협회]

한궁 보급에 한마음이 된 허광 회장 가족. [사진 대한한궁협회]

서울에서 태어난 허 회장은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힘든 세월을 헤쳐나왔다. 전액장학금을 받고 성동기계공고 기계제도과에 입학했다. 주경야독으로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는데 취업은 전자회사에 했다. 타고난 성실성과 리더십을 앞세워 국내 최초 IBM 공장을 만들고, 일본 소니에 납품하는 신기술 제품도 개발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만난 한궁에 일생을 걸기로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즈음에 사업 실패를 겪고 큰 병에도 걸리게 된다.

허 회장의 회고다. “2009년 대한한궁협회를 만든 직후에 금융위기 여파로 회사가 부도가 나고 어렵게 마련한 집도 경매처분 당했죠.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는데 병원에서는 여섯 군데 심장혈관이 막히고 심장근육이 괴사했다며 수술을 권했습니다. 수술을 하면 2년 정도 정상 활동이 어렵다고 해서, 저는 막 시작한 한궁을 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해 스텐트 삽입술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시술 중에 혈관이 터져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죠. 심장에 6개의 스텐트를 박는 대수술을 마치고 깨어난 아침, 저는 ‘덤으로 사는 인생, 한궁에 남은 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허 회장에게는 15년 동안 한궁 보급이라는 한 뜻으로 함께한 우군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족’은 가장 든든한 울타리다. (주)한궁세계화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는 부인 이옥희씨는 “미쳤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으면서도 묵묵히 남편의 외길을 내조했다. 중견기업 기획실에서 승승장구하던 큰아들 도휘씨는 미련 없이 다니던 회사를 접고 아버지 일을 돕고 있다, 경희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해병대에서 장교로 복무했던 둘째 도원씨도 한궁 교육과 조직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허 회장은 “제가 거짓되거나 부끄럽게 살지 않았기에 아내와 아이들이 가장 힘들 때 제 편이 되어주었습니다. 식구끼리 서로를 믿고 즐겁게 사는 가정을 만드는 게 한궁의 역할이자 목표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중앙UCN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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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 각각 5개씩 던져 점수 합산, 동점 땐 좌우 편차 작은 쪽 승리

강원도 장애인 어울림 한궁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한궁협회]

강원도 장애인 어울림 한궁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한궁협회]

한궁의 경기 방식은 다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핀 끝에 둥근 자석이 달려 있어 다칠 위험이 없고, 점수판에 맞으면 즉시 전광판에 그 투구의 점수와 지금까지의 합계 점수가 뜬다.

지름 40㎝ 동심원인 점수판은 1~10점으로 구분된다. 과녁 중앙은 지면에서 140㎝(유·초등부와 휠체어 장애인은 120㎝) 높이에 있다. 투구 지점에서 과녁까지의 거리는 1.5m(유치부)~3m(고등·대학·일반부)다.

선수는 오른손 5개 투구를 50초 안에, 왼손 5개 투구를 50초 안에 마쳐야 한다. 10개 투구를 마치면 한 세트가 끝나는데 보통 2세트 점수 합산으로 순위를 가린다. 동점일 경우 어르신 대회에서는 나이가 많은 쪽이, 일반 대회에서는 좌우 점수 편차가 작은 쪽이 이긴다.

과녁 하나에 주심과 부심이 한 명씩 배치되고, 전체 경기를 감독하는 감독관도 있다. 이들은 모두 흰색 상의, 검정 하의에 태극 문양의 넥타이로 구성된 유니폼을 입는다.

반칙도 있다. 투구선을 밟거나 넘어서는 행위, 야구 하듯이 핀을 눈 뒤로 보냈다가 던지는 행위, 투구 시 한쪽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는 행위를 할 경우 페널티를 받는다.

허광 회장은 “모든 경기장에는 선수 전원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배치해 노약자와 장애인들이 안전하고 불편하지 않게 경기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아직까지 한 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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