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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셀럽이 되다]두꺼비 광고 스타 뜨고 타이니탄·펭수 실물처럼 추앙…올 캐릭터 시장 20조 넘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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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호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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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부터 17일까지 코엑스에서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2’가 열리고 있다. ‘여름을 즐기다’를 주제로 퍼레이드, 팬사인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 참여형 행사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코엑스에서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2’가 열리고 있다. ‘여름을 즐기다’를 주제로 퍼레이드, 팬사인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 참여형 행사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요즘 주류업계에서 가장 핫한 광고모델은 가수도 배우도 아닌 두꺼비다. 하이트진로가 개발한 두꺼비 캐릭터가 TV광고는 물론 전국을 투어하며 팝업스토어 ‘두껍상회’를 열고 있다. 최근 인천 부평에서 운영된 12번째 두껍상회까지 누적 방문객 24만명이 넘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골프공부터 이불까지 140종이 넘는 다양한 상품을 파는데, 베스트셀러는 소맥잔이다.

애들이나 좋아하던 캐릭터 상품이 어른을 위한 소주 마케팅에 동원된 것이다. 하이트진로 오성택 마케팅 상무는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던 협업 상품들이 출시 즉시 완판되는 걸 확인하고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까지 확장했다”면서 “원래 진로에 두꺼비 캐릭터가 있었지만, 요즘 소비자들의 캐릭터 일상용품에 대한 니즈에 적용한 것이 절묘했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불고 있는 포켓몬 열풍도 ‘어른의 세계’에서 활짝 열린 캐릭터 전성시대를 상징한다. 2월말 22년 만에 재출시된 SPC삼립의 포켓몬 빵은 1990년대 후반 포켓몬 만화를 보며 자란 MZ세대를 열광시켰다. 누적 판매량 4000만개 기록이 빵이 아니라 캐릭터 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 덕분인데, 7일 2세대 띠부씰을 추가한 신제품이 출시돼 열기가 재점화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내놓은 휴대폰 최신기종의 한정판 포켓몬 에디션도 출시 5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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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캐릭터는 우리 일상을 도배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의 62.4%가 상품 구매 시 캐릭터에 영향을 받고, 53%가 캐릭터 상품에 추가 비용을 지급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캐릭터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85.1%, 그중 43.5%가 주 1회 이상 캐릭터 상품을 이용한다. 산업 규모도 크고 있다. 2005년 2조700억원대였던 캐릭터 시장은 2011년 7조2000억원, 2019년 12조5000억원 규모로 커졌고, 팬데믹 정체기를 거쳐 올해 20조원 규모까지 전망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 7.8%는 전체 K콘텐트 산업 연평균 성장률(3.26%)의 2배가 넘는다.

캐릭터 IP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라인프렌즈로 유명한 캐릭터 플랫폼 기업 IPX는 2016년 캐릭터 IP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기록 중으로, 2016년 2700억원이던 IP 거래량이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콘진원 조사에서 ‘최근 1년간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로 꼽힌 카카오프렌즈 IP는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라이선스 파트너 기업 증가율 1086%, 로열티 매출 증가율 538%을 기록했다.

판타지 찢고 실제 세상으로 나와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에서의 위상도 격상했다. 올해 초 문체부가 발표한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2020년 캐릭터 수출은 7억1600만 달러 규모로, 방송(6억9000만 달러), 음악(6억8000만 달러)보다 높았다. 카카오프렌즈는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도 중국에서 전년 대비 30% 이상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350여종의 제품을 내놨고, 상하이 국제 영화제와 협업하는 등 아시아에서 인지도를 키워 지난 4월 아시아 최대 규모 글로벌 IP 시상식인 ‘2022 라이선싱 인터내셔널 아시안 어워드’에서 ‘올해의 아시안 프로퍼티’를 수상했다.

대표적인 한류 캐릭터 아기상어를 개발한 더핑크퐁컴퍼니는 올해 타임(TIME)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들었고, 싱가포르관광청 최초의 캐릭터 파트너로 최근 선정됐다. 유튜브 조회수 전 세계 1위(108억뷰)의 막강한 IP파워로 애니메이션·음원·공연·게임까지 전방위로 확장 중인데,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온다.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이승규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와 IP가치 유지를 위해 TV애니메이션과 극장용 영화는 물론 아기상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공연 등 다각도로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니탄

타이니탄

캐릭터 전성시대는 2010년대 등장한 모바일 이모티콘이 열었다. 2011년 카카오톡 출시 당시 6개에 불과했던 이모티콘은 지금 30만개가 넘고, 10년간 2200억 건이 넘는 이모티콘이 발신됐다. 2012년 탄생한 라이언·어피치 등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을 남녀노소 전 국민이 사용하게 되면서 캐릭터는 누구에게나 친근한 존재가 됐다. 2016년 강남역에 오픈한 카카오프렌즈 대표 매장은 개점 초 줄을 서서 입장할 정도로 화제였는데,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덧입힌 온갖 일상 용품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면서 국내 캐릭터 시장의 흐름을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 5조원 규모였던 캐릭터 시장은 2016년 11조원 규모로 2배가 됐다.

감정을 대변하는 이모티콘의 흥행은 캐릭터의 인격화로 이어졌다. 갈기 없는 숫사자 라이언 등 카카오프렌즈는 저마다 콤플렉스를 가진 것으로 설정됐고, 판타지나 동화적 세계관이 아니라 고달픈 현실을 공감하는 존재가 됐다. 라이언과 춘식이는 유튜브에서 아이돌처럼 ‘라춘 유닛’으로 활동하는데, 최근 선보인 인터랙티브 콘텐트 ‘집사는 왜 월요일이 싫을까’처럼 상호작용 속에서 현실적인 공감을 시도한다. 후속 이모티콘 니니즈의 캐릭터 죠르디도 최근 카카오TV 애니메이션에서 ‘짠내 나는 취준생’의 인격을 부여받아 MZ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카카오의 윤영진 카카오프렌즈 사업실 부사장은 “일상에서 재미와 공감을 선사하며 친구같은 친근함을 주는 캐릭터를 지향한다”면서 “콘텐트를 제작할 때도 일상적인 공감에 주목해 월요병, 취업, 짠내 등의 포인트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펭수의 등장도 캐릭터 역사의 변곡점이다. 잘 팔리는 차원을 넘어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배짱 좋은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인격으로 MZ세대를 대변하는 사이다 언행이 화제를 끌며 팬덤이 생겨났고,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회사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누비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현실의 셀럽(유명인사)이 됐다. 애니메이션 ‘뽀로로’ 속 착하고 순진한 캐릭터에서 속세의 현실적 캐릭터로 거듭난 잔망 루피의 인기도 ‘일상 공감’의 파워를 말해준다. 가식을 걷어내자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오른 잔망 루피는 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워 17만명을 돌파했고, 삼성전자 광고모델, 명품 브랜드 불가리 홍보대사로 발탁돼 패션지 화보를 찍는 등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허구의 캐릭터를 실존하는 셀럽처럼 추앙하는 현상은 점점 더 개인화되는 시대에 손쉽게 소속감을 채우는 ‘소셜 스내킹’으로 볼 수 있다. 무인도 생존기를 그린 영화 ‘캐스트어웨이’ 주인공이 배구공을 ‘윌슨’이라 부르며 의지하는 것과 같다. 조지선 연세대 심리학과 객원교수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현실에서 소속감을 채울 수 없을 때 소설 주인공에 탐닉하거나 셀럽 덕질처럼 확장된 세계에서 상호작용할 인물을 끊임없이 찾아왔다”면서 “과거에 나만의 상상 속 상호작용이었던 것이 지금은 테크놀로지 발달로 소셜 스내킹 소스가 다양해지고 가상의 존재와 현실감 있게 상호작용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타버스서 더 힘받는 캐릭터

무너

무너

캐릭터의 위상은 디지털 시대에 더 강력해졌다. 요즘 10대들의 핫플레이스는 메타버스에 있다. 지난해 말 IPX는 모바일 게임 ‘플레이투게더’ 안에 최초의 버추얼 스토어를 열고 라인프렌즈·BT21 등 인기 IP를 활용한 공연장, 트램펄린 놀이터 등 디지털 놀이동산을 만들었다. 여기 모여서 놀려면 저마다의 아바타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버추얼 세상에선 실제 셀럽도 캐릭터와 콜라보를 한다. IPX가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만든 BT21은 비대면 트렌드 속에서 ‘BT21 UNIVERSE’ 시리즈 영상 콘텐트를 꾸준히 선보여 누적 조회수 5000만뷰, 구독자 500만명과 공식 팬덤 ‘유니스타즈’를 거느린 셀럽 캐릭터가 됐다. 다정한 미식가 알파카 캐릭터인 ‘RJ(알제이)’의 우동 먹방이 600만뷰를 기록하자 실제 식품 브랜드 광고 모델로 발탁되는 식이다.

2020년 하이브가 방탄소년단 제2의 자아가 발현했다는 콘셉트로 만든 ‘타이니탄’ 캐릭터는 90여개 브랜드와 글로벌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캐릭터왕국 일본에서 콘텐트 기업 세가, 반다이와 동시에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유명 음료 브랜드 TV 광고 모델이 되는 등 활약이 두드러진다. 하이브 이승석 IPX 사업대표는 “일본 시장은 캐릭터나 2D 아이돌 등 가상의 IP를 활용한 확장 산업이 활성화된 반면 방탄소년단처럼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셀럽으로 캐릭터 비즈니스가 전개된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가상의 IP와 셀럽에 대한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는 타이니탄이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테크놀로지 발달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약화될수록 셀럽과 캐릭터의 경계도 모호해진다. 가상 세계에 현실과 같은 수준의 가치를 부여하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정말 온다면 경계성 존재인 캐릭터의 위상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싸이월드 도토리부터 일정 수준의 가상세계가 우리 속으로 침투한 지 꽤 오래됐다”면서 “메타버스 등 현실과 가상세계가 더욱 융합되는 환경에서 가상세계의 아이덴티티들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기업의 마케팅 채널로서도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효과는 크다. 사람 모델은 비싸고 리스크가 있지만 가상 캐릭터는 리스크가 없고 원소스멀티유즈도 가능하기에 여러모로 효율적인 소통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NFT 만나 또 한번 진화

캐릭터는 웹 3.0시대를 맞아 또 한번 진화하고 있다. 웹 3.0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콘텐트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개념인데, 캐릭터 IP가 블록체인 시대의 핵심 키워드 NFT와 결합되면서 투자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브랜드나 아티스트의 전유물이었던 IP를 누구나 제작, 소유하고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IP3.0’을 선언한 기업도 있다. IPX는 캐릭터 IP 생성 플랫폼 ‘프렌즈’ 베타 버전을 운영 중인데, 누구나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IP홀더가 될 수 있고, 이 IP를 게임에 연동하거나 라이브 방송, 숏폼 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트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8월에 첫 번째 NFT 프로젝트로 버추얼 아티스트 ‘웨이드’의 NFT를 선보일 예정이고, 라인프렌즈를 잇는 새 캐릭터 ‘오오즈 앤 메이츠(OOZ & mates)’도 NFT 데뷔를 예고했다. 9명의 오오즈 캐릭터 각자에게 1111개의 NFT를 발행해 총 9999개의 NFT를 판매하고, 구매자는 이를 활용한 사업권을 가진다. 유명 캐릭터를 살짝 변형시킨 IP를 팔고 원본 캐릭터의 인지도를 개인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 한 셈인데, NFT 출시도 전에 2만명 이상이 커뮤니티에 모였다.

IPX 김경동 부사장은 “캐릭터 IP는 팬을, NFT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SNS 소통, 마케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면서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즈니스의 핵심이 본질적으로 같다”면서 “NFT의 본질은 결국 IP의 가치에서 비롯된다. 라인프렌즈라는 메가 IP를 만든 우리 역량과 개개인의 참여가 맞물려 IP 기반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NFT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신세계백화점의 캐릭터 ‘푸빌라’ NFT가 1초 만에 완판되고, LG유플러스의 캐릭터 ‘무너’ NFT가 2초 만에 완판되는 등 캐릭터의 NFT화는 기업의 마케팅 트렌드가 됐다. 이런 기업들은 NFT 기반의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 NFT는 구매자에게 일정한 혜택을 주는 메타버스 커뮤니티의 회원권 개념으로 발행되고 있을 뿐, IP 사업권을 보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메타버스와 NFT가 아직 마케팅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웹 3.0시대의 투자자산으로서 캐릭터 IP의 가능성을 판단할 순 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철 교수는 “20년 전 등장했던 가상세계 ‘세컨드라이프’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법적·제도적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메타버스도 또 하나의 마케팅 채널이 열린 것일 뿐 아직 우리 실생활과 밀접해졌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게임 등에서 NFT로 수익모델을 시도하는 정도가 유의미한 변화로 볼 수 있지만, 버추얼 캐릭터가 진짜 투자자산으로서 수퍼 IP로 기능할 것인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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