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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값=1326.1원'…원화가치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미끌

중앙일보

입력

달러값이 1326원 고지를 밟았다. 달러의 질주에 원화 가치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3거래일 만에 연저점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의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도 원화 가치 하락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4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26.1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2일(달러당 1312.1원) 이후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320원보다 약세를 보인 건 2009년 4월 29일(달러당 1340.7원)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원화값은 달러당 1318원에 거래를 시작, 장중 1357.6원까지 밀렸다.

달러당 원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뉴스1]

달러당 원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뉴스1]

달러의 거침없는 질주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수퍼 긴축 기조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은 더 심화하고 있다. 당장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거나, 1.0%포인트 인상까지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9.1% 상승하며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게다가 CPI의 선행 지표 성격이 강한 도매 물가 상승 압력도 만만치 않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1년 전보다 11.3% 올랐다고 밝혔다. 상승 폭은 전달(10.8%)보다 높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3월(11.6%)에 육박한다.

유로화 약세도 ‘수퍼 달러’(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장중 유로 가치가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며 ‘1유로=1달러’ 패리티(Parity)가 깨졌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3일 유로 가치가 유로당 0.9998달러를 찍었고 앞서 12일에도 장중 유로당 0.9999달러까지 밀렸다. 유로화가 공식 출범한 2002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로화가 달러보다 싸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고물가에도 경기 침체를 우려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 왔다. ECB의 현재 기준금리는 0%, 예금금리는 –0.5%다. 미국의 기준금리(연 1.5~1.75%)와 격차가 상당하다. ECB가 이번 달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유로화 추가 가치 하락을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의 불똥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에너지 등 수입 가격을 자극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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