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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권도형 고발한 변호사 "검증 안 된 코인판, 법제화 전엔 신중 접근"

중앙일보

입력 2022.07.15 07:00

업데이트 2022.07.15 07:26

지난 5월 루나·테라의 몰락으로 전 세계 코인 투자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당장 두 코인에 몰렸던 60조원 가까운 돈이 휴지조각이 되어버렸고, 국내 투자 피해자만 2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루나·테라 사태의 후폭풍으로 펀드를 청산하거나 거래를 중단하는 암호화폐 관련 업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코인판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죠.

대형 금융사기 피해자들은 금전적 피해가 막심해도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들을 좀처럼 고소·고발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형사 처벌받는 것보다 본인의 잃어버린 돈을 찾아오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 감옥에 있으면 내 돈을 찾아줄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루나·테라 사태에선 총대를 멘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만나볼 김현권 앨케이비앤파트너스(LKB&Partners) 파트너변호사입니다. 김 변호사는 최근 부활한 '여의도 저승사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에 가상화폐 루나·테라를 설계하고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CEO 등 관련자들을 고소·고발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지, 언제 나에게 닥칠지 모르는 코인 사기의 함정을 피하는 방법을 들어보시죠.

김현권 LKB앤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현권 LKB앤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번 사태와 관련해 거의 유일하게 고소·고발하신 것 같아요.
"저는 공대 출신으로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5년간 일했어요. 그러다가 변호사가 된 케이스에요.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자본시장법과 지식재산권팀에서 주로 일했습니다. 이번에 저희 로펌 내부에 루나·테라 피해를 보신 분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상담을 하러 오셨어요. 이야기를 듣고 검토하다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피해자분들도 참여하셨어요. '스테이블'하게(안전하게) 20% 가까운 이자를 준다고 해서 대출까지 받아 수억대로 투자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본격적으로 김 변호사 이야기를 듣기 전에 우선 '스테이블 코인'의 개념을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달러 등을 담보로 안전장치를 마련한 암호화폐입니다.

루나·테라도 스테이블 코인 기반입니다. 하지만 기존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미국 달러로 그 가치를 보증하지 않고 두 암호화폐간 단순 차익거래와 시장 유인전략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사실상 신뢰 있는 담보물이 없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19.4%의 이익을 보장했습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루나를 산 뒤 그대로 가지고 있어도 되고, 이걸 테라로 바꿔도 됩니다. 테라는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곳에 예치가 돼 있고 여기에 예치를 해놓으면 가지고 있는 테라의 19.4%에 해당하는 테라를 지급했습니다. 1테라가 1달러로 바꿀 수 있을 때는 최고의 투자 상품이었죠. 돈이 엄청나게 몰린 이유입니다. 문제는 그 가치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지 못했다(일각에선 안했다고 봅니다)는 것이죠.

김현권 LKB앤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현권 LKB앤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어떤 문제가 눈에 들어오던가요.
"알고리즘상의 설계 오류와 하자에 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백서 등을 통해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아 투자자들을 기망했어요. 사기 혐의(피해자 1명의 피해 금액이 5억원 이상이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고소·고발한 이유죠. 또 신규 투자자 유인을 위해 '앵커 프로토콜'이란 걸 개설해 지속 불가능한 연이율 19.4%의 이자 수익을 보장하면서 수십조원의 투자를 유치한 건 법에서 금지하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알고리즘의 설계 오류는 뭐였죠.
"가장 큰 오류는 루나와 테라가 서로 연동되게 설계했다는 점이에요. 루나·테라 생태계를 유지하는 가장 큰 특징이 테라 가격을 1달러 수준으로 유지를 시키기 위해 서로를 바꿔준다는 거에요. 가령 테라 가치가 1달러보다 올라가면, 루나 1달러를 보유한 사람들이 더 가치가 높은 테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반대로 테라 가치가 1달러보다 떨어지면, 1달러 가치가 있는 루나로 바꿀 수 있는 구조죠. 이게 유지가 되려면 안전 자산인 달러 같은 담보가 굉장히 많아야 해요. 그런데 이들은 알고리즘만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문제는 그렇더라도 루나와 테라 가치가 서로 연동되면 안돼요. 은행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이유가 나의 소득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담보물을 잡아두는 거잖아요. 투자자들은 루나와 테라가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한쪽이 무너지니까 둘 다 팔아버리려고 한거죠.(이것을 '죽음의 소용돌이'이라고 하죠.) 이건 개발자가 생각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해요. 루나가 오르고 내리고, 테라가 오르고 내리고 경우의 수가 4가지인데 내릴 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요.
"최초 코인 백서에는 루나의 최대 발행량을 10억개로 제한했는데, 문제가 터지니까 이걸 지키지 않고 '무한 발행'으로 전환해 6조개 넘게 발행해버렸어요. 이것만 하지 않았더라도 사태가 이 정도까진 안됐을 텐데...결국 가치가 0으로 수렴해버린거죠. 그때 주식 시장의 '사이드카' '써킷브레이커' 처럼 잠시 거래를 중단시켰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어떤 분들은 최초 ICO할 때 코인을 받아간 사람들만 피해자로 규정될 수 있고, 그 이후 시장에서 거래된 것까지 권도형 CEO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스테이블'하지 않은데 안전하다고 홍보한 것 자체가 기망 행위고요. 이런 알고리즘 설계상의 오류를 알면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속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한 사람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죠."
이번 케이스가 유사수신 행위가 될 수 있냐, 없냐도 의견이 분분해요.  

(유사수신법은 금전의 수취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암호화폐는 '법정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금전이 아니라는 시각에서 법리 구성이 안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선 섣불리 유사수신 행위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도박에서 칩을 이용했다고 해서 죄가 안되는 건 아니잖아요. 금전과 교환하는 수단으로 쓰였을 때는 유사수신으로 보고 있어요. 특히 테라는 1달러 가치가 있다고 홍보했기 때문에 더 금전성이 있다고 봅니다."
검찰이 기소해서 유죄까지 나왔다고 쳐보죠. 권도형이 돈이 없다고 하면 피해 회복은 가능한가요? 
"그게 가장 어려운 문제죠. 저희도 거기에 제일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형사 책임보다 민사 책임의 범위가 더 넓거든요. 형사는 고의성까지 입증이 되야 하지만 민사는 과실, 방조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검찰 수사를 통해 권도형 이외에 관련자들이 더 나오게 된다면 그들에게도 민사 책임을 물을 계획입니다."
김현권 LKB앤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현권 LKB앤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사실 이 질문을 하기 위해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 코인 투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디지털자산법 등 법제화가 되기 전엔 투자 자체를 신중하게 하시는 게 좋다고 봅니다. 검증 안 된 세력들이 전부 코인 판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해요. 백서를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고, 주식처럼 종목 리포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인들이 옥석을 가리는 건 쉽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은 안전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에 '스테이블'이란 말도 써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하시면 정말 잃어도 되는 여윳돈으로 투자하길 권합니다."
만약 제2의 루나·테라 사태로 피해를 입게 됐을 경우엔 피해 입증을 위해 코인을 가지고 있어야 하나요? 
"피해를 입은 순간 범죄 행위가 성립하기 때문에 일단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빨리 팔아야죠. 대신 코인을 구매한 기록 등 자료는 수집해두시는 게 추후 법적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권도형은 최근 "사기가 아니라 실패다"라던데요. 
"사기가 아니라면 왜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고 숨어다니죠? 떳떳하면 왜 자료로 설명을 하지 못하죠? 당연히 투자자들은 실패한 것은 알고 있고, 그걸 속여서 의도적으로 했다는 의혹 때문에 고소·고발을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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