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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각자 대표' 두겠다는데…카카오 '큰 그림' 이 사람이 그린다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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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

무슨 일이야

카카오가 리더십을 또 재편한다. 14일 카카오는 이사회를 열고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CAC) 공동센터장을 카카오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지난 3월 조수용·여민수 공동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남궁훈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된 지 4개월 만이다. 홍은택 대표는 2012년 카카오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으로 합류해 카카오페이지와 공동주문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를 선보이고, 2018년부터 3년간 카카오커머스 대표이사를 맡은 인물. 올해 초부터 CAC 공동센터장과 카카오 사내이사를 맡아 카카오 공동체의 ESG 경영을 총괄해왔다. 각자대표 선임 이후에도 현재 맡고 있는 CAC 공동센터장, 카카오임팩트재단 이사장직은 유지할 예정이다.

이게 왜 중요해

새 대표를 선임하고 반년도 안 돼 각자대표 체제로 돌아선 건, 그만큼 카카오의 미래 설계가 혼란했다는 방증이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류영준 전(前) 카카오페이 대표를 차기 공동대표로 낙점했지만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문제가 터지면서 계획이 엎어졌다. 류 대표 내정자의 자진사퇴에 이어 연임이 예정돼 있던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까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카카오는 준비 없이 수장을 교체했다. 이번 각자대표 체제로의 전환으로 카카오는 경영진 교체 작업의 매듭을 짓게 됐다. 카카오는 홍은택 대표 선임을 통해 카카오 공동체에서 사회적 책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존재감을 키운다는 계획. 지난해부터 따라붙던 사회적 책임 논란을 해소하고 기업가치도 다시 띄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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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대표는 각자 뭐한대?

각자대표 체제는 대표 공동의 합의가 필요한 공동대표 체제와는 달리, 사업별로 의사결정 권한이 명확히 분리돼 있다. 이에 따라 홍 대표가 이끄는 CAC의 권한이 전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올해 1월 설립된 CAC는 카카오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반복된 계열사 실책으로 카카오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가 훼손되자, 그룹의 전략을 큰 틀에서 조율하고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CAC는 계열사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골목상권 침탈 등 각종 논란을 빚었던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을 주도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가 카카오의 ‘큰 그림’과 ‘먼 미래’를 본다면, 남궁 대표는 ‘먹거리’를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과 동일하게 카카오의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한편 글로벌 확장을 주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지주회사 체제는 아니면서도 계열사의 지주회사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 (CAC의)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에 있어서도 ESG의 권한이 세졌기 때문에 CAC의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프렌즈 '선데이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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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계획은

카카오는 지난 4월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총 30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창작자·플랫폼 종사자·카카오 파트너들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소신상인’ 프로젝트, 농수산물 재고문제 해결을 위한 ‘제가버치’ 프로젝트 등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 중. ESG 경영차원에서 국내 IT기업 최초로 ‘디지털 접근성 책임자(Digital Accessibility Officer, DAO)’를 선임하는 한편,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Carbon-zero)를 목표로 하는 넷 제로(Net-ZERO)도 준비하고 있다.

홍은택 대표는 이 같은 ESG 경영을 카카오 플랫폼과 연계해 속도를 낼 계획이다. 홍 대표는 “우리가 가진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며 “카카오가 이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비즈니스도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당장의 숙제. 또 다른 내홍이 튀어나올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월 CAC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134개에 이르는 카카오 계열사를 연말까지 100여개로 줄이겠다고 예고했기 때문. 당시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134곳 중 80개사가 웹툰·웹소설·게임 등 K콘텐트 창작 파트너”라면서도 “계열사 간 통폐합, 골목상권 관련 계열사 정리 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C는 오는 18일 카카오모빌리티 전 직원들과 온라인 사내 간담회(올핸즈)를 열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동조합(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각자대표 선임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과 관련해) 독점 플랫폼에서 손을 떼고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게 사회적 책임이라 하는 반면 직원들은 회사가 상생 약속을 직접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계열사 정리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