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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때리면서 기강잡고 X랄"…공포의 제자, 교사 888명 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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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5월 전북 익산의 한 초등학교로 강제전학을 온 5학년 A군은 학교를 발칵 뒤집었다. 등교 5일만에 같은 반 학생에게 날아차기를 하고 이를 말리는 담임 교사에 "때리지도 못하면서 기강 잡고 X랄이야"라며 욕설을 했다. A군은 교장에게도 욕설을 퍼붓고 자신을 쳐다본 여학생을 공격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제지하자 "아동 학대"라며 경찰관을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이 싸움을 말리던 담임 교사에게 욕설을 퍼부은 뒤 목공용 양날톱을 들고 "죽여버린다"고 위협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과 선생님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과 선생님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친구는 물론, 교사까지 위협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교육활동 침해 사건은 1만1148건에 달한다. 이 중에 교사를 상대로 한 상해·폭행 사건이 888건이다.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2011년 287건에서 2021년 437건으로 10년새 두배 가까이 늘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지 않고 혼자 참는 교사가 많아 실제 피해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폭언·폭행 노출된 교사들 "학생생활지도법 만들라"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생 지도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2009년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다수의 시·도교육청에서 직접 때리지 않는 간접 체벌은 물론이고 물리적 고통을 주지 않는 대체 체벌까지 금지했기 때문에 문제 행동을 중단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교육청은 학생에게 벽을 보고 서 있게 하는 행위도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금지하고 있다. 지난 5월 교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이 교직 생활 중 느끼는 어려움 1위는 '문제행동 학생 생활 지도'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시내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이 친구를 때려도 교사가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없다"며 "교사가 할 수 있는 건 피해 학생에게 '학교폭력위원회 회부를 원하냐'고 물어보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학생생활지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총은 ▲문제 행동 학생 분리 ▲학생 심리 치료 ▲교원 보호 방안 등을 담은 학생생활지도법 제정을 국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석 본부장은 "미국에서는 문제 학생의 부모를 학교가 즉각 소환할 수 있고 가정 내 학대 등이 의심되는 경우 교사 재량으로 학부모와 학생을 분리해 치료를 받게 할 수도 있다"며 "문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도록 교사 권한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익산 A군의 담임 교사는 "A군이 반 친구들에게 욕을 할 때 '아이들에게 욕하지 말고 차라리 나한테 욕하라' 말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력했다"며 "교사에게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교권 강화를 예고한 교육감도 있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담임에게 흉기를 휘두른 수원 초등학생 사건에 대해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사가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빨리 고쳐야 한다"며 "학생인권조례가 과도한 체벌을 없애는 데 기여한 부분도 있지만, 선생님들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말해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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