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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1배 늘어난 ‘10대 마약’…검찰 “미국식 마약청 검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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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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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으로 마약이 확산하자 검찰이 수사와 치료·재활·예방 기능을 통합한 컨트롤 타워로 미국식 ‘마약청’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최근 10대·20대 마약사범 증가 대책에 관해 외부 연구용역을 의뢰해 이 같은 결론을 받았다.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1년 41명에서 지난해 450명으로 10년 새 11배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 1~6월에만 396명이 검거돼 작년 한 해 수치에 육박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2018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통합적 수사에만 초점을 맞춘 ‘마약수사청’ 신설안을 추진한 바 있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공식 제안해 2019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마약수사청 설립 태스크포스(TF)’까지 발족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최근 수년 사이 처벌보단 치료·재활이 우선인 10대를 중심으로 마약사범이 급격히 늘자 마약수사청 대신 마약청 신설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6월 13일 미국 마약청(DEA) 요원. 연합뉴스

2016년 6월 13일 미국 마약청(DEA) 요원. 연합뉴스

[10대 마약공화국⑩] 검찰, 예방·수사·재활 컨트롤타워 추진

14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2022년도 대검찰청 연구용역 보고서 「10대·20대 마약류 사범 증가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는 “별도 마약청을 둔 국가는 마약류 범죄와 관련하여 공급·수요 감소정책이 일관되게 이루어질 수 있다”라며 “마약청을 통해 교육·홍보, 치료·재활, 수사·단속 등이 통일되고 일관되게 수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4월 대외비로 발행된 해당 보고서의 연구진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전영실·김유근 연구위원과 송승연 조사연구원이다.

보고서는 현재 국내 실태를 두고 “정책입안과 관련해 부처 간 연계를 위한 컨트롤 타워(국무조정실 주관 ‘마약류대책협의회’)는 있지만, 실무(집행)에서의 부처 간 연계를 위한 컨트롤 타워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국가 마약 정책을 논의하는 느슨한 협의체만 있고 집행은 관련 부처가 알아서 하란 식이다. 그러다보니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찰, 경찰, 관세청 등에서 마약 관리 및 단속은 해당 기관의 주요 업무가 아닌 후순위, 하위 업무로 취급받는다.

특히 10대 마약 확산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예방 활동은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교육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의 폐해(弊害)에 대한 대국민 홍보·계몽 및 교육 사업과 중독자 사회복귀를 위한 사회복지 사업을 민간 재단인 ‘마약퇴치운동본부’에 맡기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운동본부에 예산만 지원하며 책임을 미루기 좋은 구조다.

7월 13일 대검찰청. 연합뉴스

7월 13일 대검찰청. 연합뉴스

보고서는 이런 문제점 등을 지적하면서 대안으로 미국의 마약청(DEA)을 꼽았다. 미국 마약청은 법무부 산하 독립기관으로서, 규제 약물을 직접 통제하고, 각 연방정부와 각 주 지방정부 수사기관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외국 기관과의 사법 공조 창구 역할을 한다. 또 지역사회 지원 부서(Community Outreach Section)를 두고 마약류 오남용에 관한 사전 예방·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속된 마약 중독자들에 대해선 민간단체와 연계해 치료·재활 지원 사업도 벌인다. 이 밖에 싱가포르 중앙마약청(CNB) 역시 마약사범 수사는 물론 마약 의존증 환자 관리·감독, 교정시설 안팎에서 치료·재활, 사후모니터링 및 보호관찰 등 모든 절차를 관장하고 있다고 한다. 태국 마약단속청(ONCB) 역시 산하에 예방국·약물수요감소국·치료재활협력국 등을 운영하며 모범 사례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또 한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마약청 도입에 수월하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선 다른 국가들에선 찾아보기 어렵게 검사의 교육이수조건부·치료조건부·보호관찰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제도와 해당 조건에 대한 감독 제도가 있는데, 이 덕분에 마약청 신설을 통한 수사와 치료·재활 등의 연계가 용이하다는 판단이다. 보고서는 “법원 단계까지 가지 않고 검찰 단계에서 마약류 의존증에 대한 치료·재활 서비스가 제공되어 사회통합의 기회가 부여된다는 건 소년사범의 경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성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통합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미국 등은 마약 문제가 국가적으로 심각해진 뒤에야 대규모 전담 기구를 만들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라며 “한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라고 밝혔다.

국회에선 여당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구갑)을 중심으로 법무부 산하에 마약청을 신설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마약청 신설을 두고 “거대한 기구를 만들면 비효율만 초래할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보고서는 “각 부처에 분산된 인원과 예산을 마약청에 다 모으자는 게 아니라 실무 차원 협력을 위한 컨트롤 타워 기능을 맡기자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장재인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은 “기존 법정단체인 운동본부에 예산을 확충해주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보고서 “통합이 관건인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분리” 비판

보고서는 마약 수사와 관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도 비판했다. 지난해 1월부터 검찰은 가액 500만원 이상의 마약류 밀수(수출입) 및 ‘관련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그 외 마약류 판매 및 투약 사범은 경찰이 전담하고 검사는 판매·투약 수사 등에서 배제했다. 이런 분리는 통합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치료·재활 관련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권자인 검사가 정작 투약 사범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에 수사지휘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또 마약류 범죄는 국제조직과 연계된 경우가 많은데 경찰의 경우 국제공조 부서는 경찰청에 있고 수사는 국가수사본부에서 맡아 외국 수사기관과의 외교 창구를 일원화하기 어렵다고도 지적됐다.

대검찰청은 다만 “보고서의 연구내용은 대검의 공식견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0대 마약공화국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청소년이 해외직구로 마약을 밀수하고 메신저 채팅앱으로 판매하는 세상입니다. 한때 마약청정국에서 시나브로 10대들의 마약공화국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중앙일보가 대검찰청ㆍ국가수사본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ㆍ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가와 단속은 물론 치료ㆍ재활ㆍ교육예방 전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세계 마약 퇴치의 날 6월 26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중앙일보 10대 마약공화국(www.joongang.co.kr/series/11575)을 지금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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