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 먹지 말아야 할 이유? 몇천가지 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

복날을 앞두고 문화예술가들이 뭉쳤다. ‘그만먹개(犬) 캠페인 2022’와 ‘동물권행동 카라’가 손잡고 “식용 개는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릴레이 영상을 온라인(두 단체 공식 SNS)에 공개한다. ‘그만먹개 2022’는 임순례(61·사진) 감독을 중심으로 결성한 모임이다. 임 감독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개 식용 종식을 할 때가 됐다고 말해서 그럼 2022년을 개 식용 종식의 해로 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연말에 모임을 시작했다”면서 “왜 개 식용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관객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기존의 캠페인 영상과 다른 차원의 영상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초복인 16일에 영화 ‘말아톤’(2005)을 만든 정윤철 감독의 초단편 판타지극이 첫 공개 된다. 음식을 맛보면 식재료의 과거가 눈앞에 떠오르는 초능력자가 ‘개고기’를 먹으며 개들의 과거 기억을 재경험한다는 내용이다. 중복인 26일 공개될 조세영 감독의 영상은 잡아먹힐 뻔했다가 구조된 개 ‘꽃별이’가 두려움을 딛고 사람과 친구가 되는 여정을 그렸다. 다음달 15일 말복에는 박새연·용이·이옥섭·이하루 감독이 만든 총 4편을 한꺼번에 공개한다. 이옥섭 감독은 농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개 ‘어푸’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또 개와 닭 등 동물들이 복날 대량 도살되는 현실을 뮤직비디오에 담은 ‘동물해방전선’의 활동가 이하루 감독의 영상 등이 공개된다.

“젊은 감독들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걸 보고 싶어서 제가 제작 실무 처리를 맡았다”는 임 감독은 “개 식용에 관심이 있어도 실상을 모르는 분이 많다. 작품 시작 전에 다 같이 카라에서 준비한 개 농장 현실에 관한 영상을 보고 공부했는데, 개 식용에 관한 자료화면이 너무 끔찍해서 감독님들이 많이 놀라시더라”고 했다.

임 감독은 “개를 먹지 말아야 할 이유는 몇천가지”라며 “복날 영양보충을 위해 먹는다지만, 우리 현실을 보면 잔인하게 도살되는 개고기를 먹지 않아도 영양이 충분하다. 비위생적으로 길러지는 개들은 오히려 영양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했다. “국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개 식용을) 고수하는 것보다 먹지 않는 게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을까. 사람이 아닌 생명까지 포함해서 누군가에게 큰 고통을 주는 건 문화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말도 남겼다.

“과거 어쩔 수 없이 먹은 시절이 있었다면, 너무나 많은 대안이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정부가 과감하게 철폐할 때가 됐다”는 그는 “개 식용업자들도 사양 사업이고 미래에 지속할 수 없다는 건 인식하지만, 15년 유예기간을 요구한다고 전해 들었다. 최대한 시간을 끌려는 건데 동물단체는 수용할 수 없다. 1년에 약 100만 마리가 도살되는데 1500만 마리가 도살된 후에 법이 폐지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정부가 합리적인 기준과 구체적 보상 방안을 마련해 최대한 그 기간을 줄일 수 있길 바란다”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