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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약인데 사망률 절반 뚝…화이자보다 센 변이 막을 무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만9196명을 기록한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만9196명을 기록한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을 맞아 새로 도입 추진하겠다고 밝힌 경구용(먹는) 치료제 '사비자불린'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화이자), 라게브리오(MSD)는 확진 직후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사비자불린은 이미 상태가 나바진 중증 환자에게 쓸 수 있다. 복용 시 사망률을 절반으로 떨어트리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도입된다면 코로나 유행에 맞서는 새로운 무기가 될 전망이다.

중증 환자 대상 먹는 치료제…사망 위험 절반 감소

14일 질병관리청은 새 먹는 치료제인 사비자불린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가을~겨울 재유행에 대비해 확진자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비자불린은 미국 제약사 베루가 개발한 먹는 치료제다.

이 약은 원래 항암제로 개발됐다. 암세포는 체내 세포 간 이동하는 통로인 '미세소관(microtubule)'을 타고 성장하는데 이를 차단해 암세포가 자라지 못하게 한다. 이 약을 개발한 미국 테네시 대학 연구진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세포 내 미세소관을 차단해 코로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수 있을거라 보고 추가 연구에 돌입했다.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임상 3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비자불린은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 위험을 절반 아래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코로나19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3분의 2는(98명) 사비자불린, 나머지 3분의 1은(52명) 표준치료제와 위약(플라세보)을 투여했다. 60일 후, 위약군은 45.1%가 사망했으나 사비자불린을 맞은 환자들은 20.2%가 사망했다. 위약 대비 사비자불린의 상대적인 사망 위험도가 55.2% 수준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환자실 입원 기간과 인공호흡기 사용 기간도 위약군 대비 사비자불린 투약 환자들에게서 각각 14일씩 줄었다. 베루 측은 “코로나19 변이, 치료 표준, WHO의 기준, 연령, 백신 상태, 지역과 관계없이 치료 결과가 일관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된 임상 결과, 사비자불린 투약 코로나19 환자들은 위약 대비 55%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였다. NEJM 논문 캡처.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된 임상 결과, 사비자불린 투약 코로나19 환자들은 위약 대비 55%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였다. NEJM 논문 캡처.

기존 항체 치료제의 경우 바이러스 변이에 따라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지만, 사비자불린은 변이에 따른 치료 효과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그 자체가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세포 내 미세소관을 직접 방해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베루 측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대부분이 사망 시 원인이 폐의 과잉 염증 반응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인데, 사비자불린은 세포에서의 염증 반응 역시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급 업체 "FDA 승인 직후, 식약처에 승인 신청할 것"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MSD(머크앤드컴퍼니)의 라게브리오 등 기존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는 경증 환자 대상으로,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복용해야 한다. 복용 시기를 놓치게 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팍스로비드는 고위험군이 복용하는 경우 입원·사망 확률을 90% 가까이 낮춰주지만, 증상 발현 사흘 이내 복용 시 89%, 닷새 이내 복용 시 88%로 늦게 복용할수록 효과가 점차 낮아진다.

사비자불린이 도입되면 기존 치료제의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치료제 무기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 관계자는 "기존 치료제를 보완하는 데다, 주사제가 아닌 편하게 쓸 수 있는 먹는 약이기 때문에 처방 기관의 폭이 넓어질 여지도 있다"면서도 "다만, 임상적 효과를 포함해 추후 최종 승인 사안 등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비자불린을 개발한 베루는 지난달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허가요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FDA는 긴급사용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도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러야 가을 이후로 예상된다. 사비자불린을 국내에 도입하게 되면 공급은 신약 개발 기업, 메지온을 통해 이뤄진다. 메지온은 지난 6월 베루와 공공부문 공급 독점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메지온 관계자는 ”미국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지 5주 정도 지났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EUA(긴급사용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가장 빨리 신청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절차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루 측은 내달부터 매달 약 10만 명분의 사비자불린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지온 관계자는 “베루에서 추후 물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 확대(scale-up)가 쉽지 않은 만큼 승인 후 국가 간 물량 확보가 치열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초기 코로나19 백신이나 팍스로비드처럼 서로 물량을 당기려는 국가 간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부실드, 이달 말 도입…8월 2주부터 투약 시작

한편, 정부는 이달 말 코로나19 예방용 항체치료제 '이부실드' 2만 회분을 들여오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이부실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면역 획득이 어려운 혈액암 환자,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 등 중증면역저하자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사용된다. 지난달 30일 식약처가 긴급사용승인 했다. 7월 셋째 주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8월 둘째 주부터 205개 의료기관에서 투약이 시행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예방목적 항체치료제 '이부실드'.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예방목적 항체치료제 '이부실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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