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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칩4' 동참 압박…미·중 선택 기로 정부 “정해진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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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간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안내하는 모습.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간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안내하는 모습.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오는 8월 말 미국·한국·일본·대만 등 4개국 반도체 동맹인 ‘칩4(Chip4)’ 실무 회의를 열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관련 회의 계획은 한국 측과 사전 조율된 일정은 아니다. 일정 통보 자체가 사실상 회의 참석 여부에 대한 확답을 요구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정부는 한·미 반도체 협력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성을 띈 연합체 성격의 칩4에 본격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선 고심중이다. 한국이 칩4 동맹에 본격 참여할 경우 이는 반도체 등 공급망 분야에서 미국 주도의 대중 압박 노선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K-반도체'를 목표로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다만 칩4의 경우 미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인정되면서도 중국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K-반도체'를 목표로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다만 칩4의 경우 미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인정되면서도 중국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이 경우 중국의 반발로 현재 유지되고 있는 대중 반도체 교역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칩4 동맹’이라는 단어 대신 ‘반도체 관련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양한 제도를 통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미국은 지난해 6월 공급망 보고서를 발표해 반도체 분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여러번 강조해 왔다”며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도체 운영 강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회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선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며 반도체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며 반도체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P=연합뉴스]

칩4는 반도체 분야의 특장점을 가진 국가들을 규합한 네트워크 동맹으로 지난 3월 미국이 제안했다. 미국의 경우 반도체 설계 기술에,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및 파운더리(위탁생산) 분야의 선두주자다. 또 대만은 비(非) 메모리 반도체 분야 최강자로 불리고, 일본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4개국이 모여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공급에 이르는 모든 과정과 관련 투자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하는 연합체가 칩4다.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과 대만은 이미 미국 주도의 반도체 협력에 적극 협력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 역시 반도체 원천 기술과 장비 분야에서 대미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미국의 칩4 제안을 마냥 거부하긴 어렵다. 이에 따라 한국은 칩4에 일정 부분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원년 멤버로 참여하는 등 미·중 사이 무게중심을 미국 쪽으로 옮긴 상태다. 다만 추가적으로 중국을 자극할 경우 경제 보복 등의 조치가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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