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자필확인서가 귀순 기준"이라더니…"못믿겠다"며 북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핵심쟁점 중 하나는 이들이 당시 작성한 ‘귀순의향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귀순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통일부는 내부지침으로 당사자가 작성한 확인서를 귀순의사 판단의 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가 2020년 9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자료. 해당 자료에서 통일부는 북한 주민의 귀순의사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유의사에 따라 작성한 확인서″를 꼽았다. 태영호 의원실

통일부가 2020년 9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자료. 해당 자료에서 통일부는 북한 주민의 귀순의사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유의사에 따라 작성한 확인서″를 꼽았다. 태영호 의원실

14일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TF 위원인 태영호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9월 통일부는 귀순의사 유뮤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귀순의향서’를 꼽았다. 당시 태 의원실이 ‘북한주민 송환 시 귀순의사가 없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묻자, 통일부는 “월선 북한주민의 인도적 송환시 합동정보조사 과정에서 북한주민이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작성하는 확인서를 기준으로 귀순의사를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통일부는 해당 답변자료에서 확인서 이외에 ‘귀순의사가 없다’고 판단할 다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태 의원실에 답변서를 제출하기 불과 11개월 전에 발생한 강제북송 사건에서 정부의 대처와 배치되는 기준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지적이다. 당시 정부는 탈북 어민 2명이 탄 배를 나포한 지 5일 만에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은 자필로 귀순의향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어민 2명이)귀순의향서를 작성했으나 동기와 준비과정,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통일부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통일부

이후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여러 차례 북송된 북한 주민 2명이 “귀순 의사가 없었다”거나 “진정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건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지냈던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2021년 2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들은 흉악범이고 귀순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귀순 의향서를 작성해 귀순 의향을 밝힌 것 아니냐는 질의에도 “나포하고 난 다음에 ‘사실 귀순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합동 조사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조사했는데 (이들의 답변이)일치했고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들은 16명을 죽인 엽기적 살인 용의자들”이라며 “귀순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도망을 가다가 체포된 후 귀순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귀순의향서로 귀순의사를 판단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놨음에도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인사들은 탈북어민들에 대해 ‘귀순 진정성이 없었다’고 하는데, 새로운 기준을 만든 게 아닌 이상 그렇게 판단할 근거가 무엇인가”라며 “국민의 자유의지에도, 문재인 정권의 통일부 자체 기준에도 어긋난 자가당착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