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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에 태클 걸다 퇴장…"괜찮다, 뛰어라" 토트넘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팀K리그 수비수 김동민이 토트넘전 도중 등장한 레드 카드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팀K리그 수비수 김동민이 토트넘전 도중 등장한 레드 카드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토트넘 벤치 쪽에서 급히 연락이 왔대요. ‘퇴장 당한 것 괜찮으니 그냥 한 명 더 뛰어도 된다’고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와 팀K리그의 친선경기는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매치업답게 뒷이야기도 풍성했다. 치열한 맞대결의 이면을 장식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과 양 팀 스태프 뿐만 아니라 관중석에서 또는 생중계로 지켜 본 축구 팬들에게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경기의 돌발 변수는 레드카드였다. 토트넘이 4-3으로 앞서가던 후반 27분 팀K리그 수비수 김동민(인천)이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의 돌파를 저지하려다 파울을 범했다.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 시킨 김종혁 주심은 오른손을 바지 뒤춤으로 가져가는가 싶더니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친선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다이렉트 퇴장 상황에 경기장 전체가 술렁였다.

토트넘의 프리시즌 일정을 이끌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왼쪽)은 친선경기 도중 팀K리그 선수 한 명이 퇴장 당하자 "그냥 한 명을 추가해 뛰어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뉴스1]

토트넘의 프리시즌 일정을 이끌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왼쪽)은 친선경기 도중 팀K리그 선수 한 명이 퇴장 당하자 "그냥 한 명을 추가해 뛰어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뉴스1]

팀K리그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이승우(수원FC)는 경기 후 “토트넘 벤치 쪽에서 ‘팀K리그가 (퇴장당한 선수 대신) 한 명을 추가해 다시 11명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왔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투어는 토트넘이 2022~23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한 프리시즌 첫 번째 일정이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겐 ‘친선경기 승리’ 못지않게 ‘새 시즌 대비’가 중요한 과제다. 상대팀 선수가 퇴장을 당해 비대칭 상태로 싸우는 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콘테 감독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가 이미 후반 중반에 접어든 터라 팀K리그 멤버 중 즉시 출전 가능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수적 우세를 점한 토트넘이 일방적인 공세 속에 두 골을 추가하며 스코어가 6-3까지 벌어졌다.

팀K리그를 상대로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키는 손흥민(등번호 7번). [연합뉴스]

팀K리그를 상대로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키는 손흥민(등번호 7번). [연합뉴스]

손흥민의 페널티킥 골도 화제였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3골)에 오르는 과정에서 모든 득점을 필드골로 채웠다. 득점왕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던 시즌 막바지에도 페널티킥 기회가 생기면 공격 파트너 해리 케인의 몫으로 양보했다.

‘안방’ 서울에선 달랐다. 후반 23분 팀K리그 미드필더 아마노 준(울산)이 핸드볼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 기회가 생기자 손흥민이 페널티 스폿에 섰다. 그리고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손흥민의 페널티킥 득점에 6만4100명의 축구팬들이 뜨거운 함성과 환호를 보냈다.

토트넘의 페널티킥 전담 키커 해리 케인(오른쪽)은 손흥민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뉴스1]

토트넘의 페널티킥 전담 키커 해리 케인(오른쪽)은 손흥민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뉴스1]

경기 후 손흥민은 “사실은 페널티킥을 차고 싶지 않았다. 모든 관중들이 나만 바라보는 상황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이라 털어놓았다. 이어 “케인이 키커로 나설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네가 차야지’하며 나에게 공을 줬다”면서  “마치 선물 같았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한 배려인 것 같아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손흥민에게 페널티킥 기회를 만들어 준 아마노도 예상 밖의 ‘신 스틸러’로 주목 받았다.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 판정이 내려진 직후 전광판에 불만 가득한 아마노의 얼굴이 비치며 관중석이 폭소로 물들었다.

자신의 핸드볼 판정에 불만을 터뜨리다 프리킥 골을 넣고 비로소 웃음을 되찾은 아마노 준. [뉴스1]

자신의 핸드볼 판정에 불만을 터뜨리다 프리킥 골을 넣고 비로소 웃음을 되찾은 아마노 준. [뉴스1]

이후 아마노는 전광판에 자신의 모습이 잡힐 때마다 양 팔로 커다란 엑스(X) 자를 만들어 보이며 ‘핸드볼 파울을 범하지 않았다’는 제스쳐를 거듭했다. 아마노의 애교 섞인 항의에 관중석이 거듭 웃음으로 물들었다.

그저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3분 뒤 프리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선 아마노는 절묘한 감아차기 슈팅으로 토트넘의 백전노장 수문장 위고 요리스의 방어를 뚫고 골맛을 봤다. 경기 후 아마노는 “솔직히 핸드볼 파울 여부는 50-50이라 봤다. 하지만 친선경기인 만큼 심판이 휘슬을 불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며 속내를 밝혔다.

전광판을 활용해 애교 있는 항의를 이어간 것에 대해서는 “페널티킥 판정 때문에 경기 분위기가 토트넘 쪽으로 넘어간 것 같아 억울함을 어필하고 싶었다”며 멋쩍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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