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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인구 대비 병상 수 OECD 3배...서울ㆍ대형 병원 쏠림 현상 여전

중앙일보

입력

13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자 전용 코로나19 검사 센터에서 의료진이 비를 맞으며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자 전용 코로나19 검사 센터에서 의료진이 비를 맞으며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300병상 이상을 갖춘 병원 비율이 낮고 100병상 미만의 소규모 병원 비율이 높아 병상 수는 많지만, 의료 대응에 취약한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026년에는 8만2000 병상 정도가 과잉공급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때도 300병상 이상급에선 오히려 7000여개의 병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병상 과잉 공급…OECD 3배 수준  

14일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5차(2016년~2020년)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5년 주기로 실시되며 이번 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2021년 7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수행됐다. 복지부는 2017년 수행된 4차 보건의료 실태조사 지표 산출 틀을 기반으로 건강보험ㆍ의료급여 자료 외에 보훈급여ㆍ자동차보험ㆍ산재보험ㆍ외국인 환자 등의 자료를 이용해 보건의료 자원공급현황 및 이용행태에 관한 내용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OECD 국가들의 인구 1000명당 요양병상 수. 한국은 5.3개로 OECD평균인 0.6개의 8.8배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OECD 국가들의 인구 1000명당 요양병상 수. 한국은 5.3개로 OECD평균인 0.6개의 8.8배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결과에선 병상 공급 과잉 상황이 두드러졌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전체 병상 수는 13.2개로 OECD(4.4개)의 3배 수준이다. 2020년 기준 병상 유형으로는 일반병상이 30만3066병상으로 가장 많았고 요양 병상이 27만1999병상, 정신 병상이 8만2595병상, 재활 병상이 1만4316병상 등이었다. 최근 5년간 일반ㆍ정신 병상은 감소 추세였고, 재활ㆍ요양 병상은 증가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요양 병상의 경우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5.3개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비율로 OECD 평균(1000명당 0.6병상)과 비교해도 8.8배에 해당한다.

300병상 이상 구성비 낮아 취약한 구조 

일반병상의 병상 규모별 병상 수 구성비를 보면 300병상 이상의 구성비는 낮고 100병상 미만의 구성비가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기준 100병상 미만이 35.4%로 가장 높았고 100~299병상이 31.6%, 300~499병상은 7.7%, 500병상 이상은 25.3%를 차지했다. 영국의 경우 2021년 기준 80.9%가 500병상 이상으로 구성된 것과 다른 양상이다. 일본도 2019년 기준 25.5%가 300~499병상, 22.2%가 500병상 이상이었다. 박수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자원연구센터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은 300병상 이상을 다 합쳐도 33% 정도”라며 “공공의료가 중심인 영국은 그렇다 쳐도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해도 한국은 소규모 병원이 많아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병상규모별 병상 수 구성비. 한국은 300병상 이상의 구성비는 낮고 100병상 미만의 구성비가 다수를 차지한다. [보건복지부]

병상규모별 병상 수 구성비. 한국은 300병상 이상의 구성비는 낮고 100병상 미만의 구성비가 다수를 차지한다. [보건복지부]

실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공급 여부에 따른 의료이용 및 결과 지표 차이를 보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이 없는 지역과 비교해 인구 1000명당 환자 수는 적고, 자체충족률은 높으며 재입원비나 사망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수 자체는 늘고 있지만, 의료 취약지보다는 의료체계가 구축된 곳에 개원되면서 의료 취약지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진료권은 2019년 11개 진료권에서 2020년 12개 진료권(이천, 속초, 제천, 서산, 당진, 여수, 김천, 사천, 거제, 통영, 충주, 광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전체 병상 이용률은 72.8%로 나타났다. 의료기관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93%로 가장 높았고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85.3%,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7.0%, 100병상 이상 병원은 68.8%이었다. 상급종합병원처럼 평균 재원일수가 짧은 대형병원이 병상 이용률이 높게 나타났고 병원 규모가 작아질수록 평균 재원일수는 길면서 병상 이용률은 낮은 경향을 보였다.

2020년 기준 자체 충족률(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입원진료를 받은 비율)은 대구가 88.7%로 가장 높았다. 자체 충족률이 80% 이상인 지역은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울산, 전북, 제주였다. 세종은 29.7%로 가장 낮았다. 세종 거주 입원환자는 30.9%가 세종에서, 30.2%가 대전에서, 13.1%가 서울에서 입원진료를 받았다. 치료 난이도가 높은 전문진료질병군의 입원에서도 서울은 자체 충족률이 92.9%로 가장 높았지만 세종은 8.4%로 가장 낮았다.

26년에는 8만2000개 병상 과잉공급 

복지부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병상 수급을 예측한 결과 2026년에는 최대 8만2000개 병상이 과잉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반병상의 경우 4만4000개∼4만7000개가 과잉공급되고, 요양 병상 역시 약 3만5000개가 과잉될 것으로 봤다. 다만 300병상 이상급에서는 7081~7253병상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은 병상의 과잉 공급이 과잉진료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센터장은 “병상 수가 많고 의원 수가 많은 지역이 의료 이용량이 많은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병상이 과잉공급된 상황에서 지역 간 격차가 여전한 것과 관련해서 이번 실태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불균형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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