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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킹대회 다 지원하겠다" 두바이 왕실, 韓에 러브콜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가 두바이 왕실과 공동 주관하는 'KO-WORLD 해킹방어대회' 장소로 지정된 부르즈 칼리파호텔의 분수쇼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가 두바이 왕실과 공동 주관하는 'KO-WORLD 해킹방어대회' 장소로 지정된 부르즈 칼리파호텔의 분수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왕실이 국가의 미래 먹거리로 K-사이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 나아가 UAE를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컬처의 중동 전진기지로 도약시키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다. UAE는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해 구체적인 진행 방식을 놓고 한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첫 단추는 국내 고교·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해킹방어대회를 두바이 왕실 차원에서 후원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 대회는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가 국내 사이버 인력의 역량 강화를 위해 4년째 개최하고 있는 국내용 대회로 올해가 5년째다.

여상태 폴리텍 강서캠퍼스 학장은 "지난 5월 6일 두바이 왕실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해킹방어대회의 결승전(10월)을 두바이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바이 왕실이 대회 공동 위원장을 맡아 사실상 대회를 주관한다. 대회 명칭은 'KO-WORLD 해킹방어대회'로 바꿨다. 기존 국내 학생들의 경연 방식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 화이트 해커 20여 명을 결선에 별도로 초청해 경쟁하는 형태로 대회 진행 방식도 바꿨다. 두바이 왕실의 요청에 의해서다. 폴리텍대학과 손잡고 명실상부한 국제대회로 키우겠다는 것이 UAE 측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UAE 측은 해킹방어대회 결선 행사에 왕세자가 참석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우승자에게 왕세자가 직접 금메달을 수여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대회를 준비 중인 관계자가 설명했다.

제5회 KO-WORLD 해킹방어대회 사전 설명회가 7일 두바이 현지에서 개최됐다. 설명회가 끝난 뒤 두바이 왕실과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 제공]

제5회 KO-WORLD 해킹방어대회 사전 설명회가 7일 두바이 현지에서 개최됐다. 설명회가 끝난 뒤 두바이 왕실과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 제공]

폴리텍 강서캠퍼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7일 두바이 왕실 초청으로 현지에서 대회 사전 설명회를 개최했다. 세계 30여 개국의 대사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설명회에 앞서 두바이 왕실은 각국의 대사를 개별적으로 불러 행사 참여를 독려하며 협조를 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지원에 나섰다. 전 세계 최고층 호화 호텔로 이름난 부르즈 칼리파 호텔을 대회 장소로 지정했다.

특히 해킹방어대회를 기화로 10월 10일부터 5일 동안 국가적 규모의 K-컬처 쇼를 병행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국 관계자 간의 실무 협상이 두바이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지에서 협상 중인 한국 측 관계자는 "두바이 왕실이 해킹방어대회가 열리는 부르즈 칼리파 호텔 앞, 분수 쇼로 유명한 광장 전체를 닷새간 모두 비우고, 오로지 K-컬처 쇼 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5일 동안 K-팝, K-푸드, K-패션 등으로 부르즈 칼리파 광장을 꾸민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에 소요되는 비용도 두바이 왕실이 부담한다.

오는 10월 K-컬처 쇼가 5일 동안 펼쳐질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호텔 앞 광장 앞 분수 쇼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오는 10월 K-컬처 쇼가 5일 동안 펼쳐질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호텔 앞 광장 앞 분수 쇼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두바이 왕실이 이처럼 한국 IT 기술과 문화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나선 것은 UAE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UAE는 스마트 시티 사업을 미래 국가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정보통신(IT)기술이 필수다. 두바이 왕실은 그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여 학장은 "특히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해서는 자국민을 위한 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여기에 한국의 역량을 이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AE 측이 폴리텍대학과 공동으로 IT 전문학교를 두바이 현지에 설립하는 방안을 재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 UAE를 중동에서의 K-컬처 전진 기지화해서 문화 상품화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는 것이 협상 관계자의 분석이다. 여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몇 년 전부터 K-팝 콘서트를 대규모로 개최하며 유럽과 중동의 K-팝 팬층을 흡수하며 K-문화 요충지로 떠오르는 것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도 UAE의 이런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7일 해킹방어대회 사전 설명회에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관계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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