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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실격 선수 [도전! 골프 퀴즈왕]

중앙일보

입력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 열리는 르네상스 클럽. 성호준 기자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 열리는 르네상스 클럽. 성호준 기자

2000년 영국 벨프리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벤슨&헤지 인터내셔널 오픈에서입니다. 파드리그 해링턴이 5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골프클럽의 한 회원은 우승이 유력한 해링턴의 스코어카드를 기념으로 챙기기로 마음먹고 폐기할 스코어카드를 뒤졌습니다. 그런데 없었습니다.

1라운드 스코어카드에 해링턴의 사인이 없었습니다. 해링턴이 다른 선수의 스코어카드에 사인했고 다른 선수가 해링턴의 것에 사인했습니다.

경기를 준비 중이던 해링턴은 소환돼 잘못된 카드를 확인한 후 실격됐습니다.

11년 후 해링턴은 자신의 시즌 개막전인 아부다비 챔피언십에서 1라운드 7언더파 65타를 치며 2위에 올랐습니다. 2라운드 경기를 준비하던 그를 또다시 경기위원회가 호출했습니다.

전날 TV로 경기를 본 시청자가 해링턴의 공이 움직였다고 경기위원회에 신고했다는 겁니다. 볼마커를 드는 과정에서 해링턴은 실수로 볼을 살짝 건드렸습니다.

해링턴은 “움직인 건 맞다. 그러나 볼이 움직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파드리그 해링턴. [AFP=연합뉴스]

파드리그 해링턴. [AFP=연합뉴스]

마크하는 과정에서 공이 움직였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그냥 치면 됩니다. 그러나 비디오로 돌려 보니 볼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1㎜쯤 앞에 멈췄습니다.

해링턴이 이를 알고도 무시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해링턴은 1㎜ 때문에 2벌타를 부과하지 않은 스코어카드에 사인함으로써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됐습니다. 그것도 거실 소파에 누워 중계를 보던 누군가의 신고에 당한 겁니다.

스포츠 스타들이 이런 일을 당할 때 가장 흔한 시나리오는 술을 진탕 마시고 맨주먹으로 화장실 거울을 날리고 손을 다쳐 몇 달간 경기에 못 나오는 겁니다.

해링턴은 대신 경기장에 남아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는 5타 차 선두를 달리다 실격당한 2000년의 일을 얘기하면서 “이보다 훨씬 나쁜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일들 속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더블린의 하급 경찰이었습니다. 법을 지켜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해링턴은 골프 실력이 매우 뛰어났는데 다른 선수들과 달리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20대 중반에 프로가 됐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배움은 매우 중요하다. 삶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해링턴은 왜 규칙이 중요한지 설명했습니다. “규칙은 우리의 게임을 공평하게 하고 지켜주는 것이다. 특히 정직과 명예를 중시하는 골프가 직업인 선수들은 규칙을 잘 지키고 우리 행동기준을 사랑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코스에서 공을 치던 3라운드와 4라운드에 해링턴은 집에 가지 않고  자발적으로 갤러리를 모아놓고 골프 규칙 강의도 했습니다.

해링턴이 부당하게 벌타를 받았다는 여론도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다소 부조리하게 보일는지 모르지만 100년 넘게 골프 룰이 있었던 건 이유가 있다. 지금 움직인 것이 1㎜에 불과할지 몰라도 일주일 후면 1인치(2.54㎝)가 되고 더 지나면 5인치가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스코어카드. 성호준 기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스코어카드. 성호준 기자

해링턴은 오뚝이입니다. 2007년 디 오픈 챔피언십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마지막 홀에서 두 번이나 물에 공을 빠뜨리고도 포기하지 않고 더블 보기로 틀어막아 연장 끝에 우승했습니다.

2008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는 5오버파로 간신히 컷을 통과한 후 3, 4라운드 연속 66타를 쳐 우승했습니다.

그는 가장 멋진 실격자입니다.

골프는 감시하는 심판 없이 플레이어의 양심을 믿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본인이 사인한 스코어카드 오기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합니다.
스코어카드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스코어카드에 대한 두 번째 퀴즈입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출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진하 경기위원장,
참조『골프 규칙을 알면 골프가 쉽다』 (최진하 등 지음, 조이 그림)

[도전!골프 퀴즈왕]

스코어카드 규칙

퀴즈를 풀면서 골프 규칙도 공부해보세요.

N

Q1 : 플레이어가 어느 한 홀에서 친 타수는 실제로 친 스트로크 수와 벌타를 합한 것이다.

정답 : 1번 O( 예를 들어 파4홀에서 티샷이 물에 빠져서 구제(1벌타)를 받고 온그린시켜서 2퍼트만에 홀아웃했다면 이 홀에서의 타수(스코어)는 티샷 1 + 세컨드 샷 1 + 퍼트 2 + 1벌타 = 5타이다. )

Q2 : 플레이어가 파 72에서 파 15, 버디 2, 보기 1를 기록했다. 홀별 스코어는 모두 정확하게 기록했는데, 합산을 잘못하여 70타로 기록한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면?

정답 : 3번 위원회가 71타로 정정하여 접수한다.( 플레이어의 홀 스코어를 합산해야 할 책임은 위원회에 있다. 플레이어가 스코어를 잘못 합산했을지라도 벌타는 없다. )

Q3 : 플레이어가 서명해야 할 칸에 마커가 서명하고, 마커가 서명해야 할 칸에 플레이어가 서명했을지라도 홀별 스코어가 모두 정확하다면 스코어카드는 유효한 것이다.

정답 : 1번 O( 스코어카드에 적힌 홀 스코어들을 플레이어와 마커가 각각 확인하고 서명하였다면 그 스코어카드는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름을 쓰지 않고 사인으로 확인하고 서명한 경우에도 유효한 스코어카드다. )

Q4 : 플레이어가 파5홀에서 파를 했으나 파4홀로 착각하여 4타로 적어서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였다. 그 벌타는?

정답 : 4번 실격( 실제 친 스코어보다 낮은 스코어를 제출하였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실격의 벌타를 받게 된다. )

Q5 : 벙커에서 백스윙 도중에 모래를 접촉했으나 그대로 스윙했다. 백스윙 중 모래 접촉이 2벌타이나 1벌타로 잘못 알고 적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였다면?

정답 : 3번 모르고 누락한 벌타를 추가한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전 벌타를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페널티를 누락하여 홀 스코어를 제출한 경우에는 실격되지는 않고, 포함돼야 할 벌타를 추가하여 스코어카드를 수정하면 된다. )

Q6 : 티샷이 관목 숲에 빠져 언플레이어블볼을 선언했는데 이를 잊고 벌타 없이 타수만 적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였다면?

정답 : 1번 플레이어는 실격이다.( 페널티구제를 받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은 벌타를 받는다는 사실을 모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실제 스코어(실제로 친 4타 + 1벌타)보다 낮은 스코어를 제출한 것으로 간주돼 실격의 벌을 받게 된다. )

Q7 : 그린에서 볼의 왼쪽에 마커를 놓고 볼을 집어 올렸다. 리플레이스할 때 착각해 마커의 왼쪽에 놓고 퍼트했다. 벌타 없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였다면 어떻게 처리되나?

정답 : 3번 잘못된 장소 플레이 2벌타만 추가( 스코어카드 제출 전 벌타를 받는다는 사실을 모른 경우다. 잘못된 장소에서의 플레이 2벌타만 추가된다. 2019년 규칙 개정으로 스코어 오기에 따른 2벌타는 받지 않는다. )

문제 중 문제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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