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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먹지 않을 이유 몇천가지"…복날 '그만먹개' 나선 영화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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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이 지난 2020년 봄 동물권행동 카라 '더불어숨' 센터 옥상에서 카라가 구조한 유기견들과 함께한 모습이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임순례 감독이 지난 2020년 봄 동물권행동 카라 '더불어숨' 센터 옥상에서 카라가 구조한 유기견들과 함께한 모습이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복날을 앞두고 문화예술가들이 뭉쳤다. ‘그만먹개(犬) 캠페인 2022’와 ‘동물권행동 카라’가 손잡고 “식용 개는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릴레이 영상을 복날 기간 차례로 온라인(두 단체 공식 SNS)에 공개한다. ‘그만먹개 2022’는 카라 전 대표인 임순례(61) 감독을 중심으로 정윤철 감독, 이옥섭 감독, 김문생 애니메이션 감독, 용이 CF 감독, 이제석 광고연구소 소장, 현대미술작가 김소라, 이진숙 프로듀서 등이 결성한 모임이다. 임순례 감독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개 식용 종식을 할 때가 됐다고 말해서 그럼 2022년을 개 식용 종식의 해로 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연말에 모임을 시작했다”면서 “왜 개 식용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관객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기존의 캠페인 영상과 다른 차원의 영상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12일 기획 의도를 밝혔다.

보신탕 된 개의 기억 경험한다면…  

그만먹개 캠페인 2022 릴레이 영상 제작총괄을 맡은 임순례 감독과 참여 감독들. 왼쪽 첫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윤철 감독, 용이 감독, 이하루 감독, 조세영 감독, 이옥섭 감독.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그만먹개 캠페인 2022 릴레이 영상 제작총괄을 맡은 임순례 감독과 참여 감독들. 왼쪽 첫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윤철 감독, 용이 감독, 이하루 감독, 조세영 감독, 이옥섭 감독.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초복인 16일엔 영화 ‘말아톤’(2005)을 만든 정윤철 감독의 초단편 판타지극이 첫 공개 된다. 음식을 맛보면 식재료의 과거가 눈앞에 떠오르는 초능력자가 ‘개고기’를 먹으며 개들의 과거 기억을 재경험한다는 내용이다. 중복인 26일 공개될 조세영 감독의 영상은 잡아먹힐 뻔했다가 구조된 개 ‘꽃별이’가 두려움을 딛고 사람과 친구가 되는 여정을 그렸다. 다음달 15일 말복에는 박새연·용이·이옥섭·이하루 감독이 만든 총 4편을 한꺼번에 공개한다. 최근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에서 가수 이효리, 배우 구교환과 단편영화를 만들어 화제가 된 이옥섭 감독은 농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개 ‘어푸’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또 개와 닭 등 동물들이 복날 대량 도살되는 현실을 뮤직비디오에 담은 ‘동물해방전선’의 활동가 이하루 감독의 영상 등이 공개된다.
영상들은 감독들의 재능기부에 임 감독이 사비를 보태 카라와 함께 제작했다. “젊은 감독들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걸 보고 싶어서 제가 제작 실무 처리를 맡았다”는 임 감독은 “개 식용에 관심이 있어도 실상을 모르는 분이 많다. 작품 시작 전에 다 같이 카라에서 준비한 개 농장 현실에 관한 영상을 보고 공부를 했는데 개 식용에 관한 자료화면이 너무 끔찍해서 감독님들이 많이 놀라시더라”고 했다.

美감독 개고기 실상 고발 다큐, 1년새 76만 뷰  

지난해 동물권행동 카라가 급습한 경기도의 한 불법 개 도살장 현장. 개들이 좁은 쇠창살안에 다닥다닥 갇혀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지난해 동물권행동 카라가 급습한 경기도의 한 불법 개 도살장 현장. 개들이 좁은 쇠창살안에 다닥다닥 갇혀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지난해엔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 제작자로 유명한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초복을 앞두고 다큐멘터리 ‘누렁이’(2021)를 유튜브에 무료 공개해 “전국 대농장이 1만개” “연간 도살량이 최소 150만 마리 이상”이라는 등 한국 개고기 산업의 실상을 밝히기도 했다. 동물권에 관심을 기울여온 브라이트 감독이 4년간 사비를 들여 현장 조사해 만든 이 다큐는 개농장의 열악한 위생환경, 비윤리적 도살 과정 등을 담아, 1년 남짓 만에 조회수가 76만 건에 육박하며 댓글 창에 팽팽한 토론이 벌어졌다.
임순례 감독은 “개를 먹지 말아야 할 이유는 몇천가지”라고 했다. “복날 영양보충을 위해 먹는다지만, 우리 현실을 보면 잔인하게 도살되는 개고기를 먹지 않아도 영양이 충분하다. 비위생적으로 길러지는 개들은 오히려 영양에 해를 끼칠 것”이라면서 “국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고수하는 것보다 먹지 않는 게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을까. 사람이 아닌 생명까지 포함해서 누군가에게 큰 고통을 주는 건 문화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했다.

임순례 "생명에 큰 고통 주는 것 문화라기 어렵다" 

“과거 어쩔 수 없이 먹은 시절이 있었다면, 너무나 많은 대안이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정부가 과감하게 철폐할 때가 됐다”는 그는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문 전 대통령이 올해 4월 말까지 TF팀을 구성해 결론 내자고 하셔서 기대가 많았는데 육견협회와 동물단체의 커다란 입장차이를 정부가 조율해주지 않고 단체끼리 합의하라고 했다. 무책임하다고 느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6월 말까지 2달간 합의 기간을 넘겨받았는데 역시 좁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시절 개 식용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국가 시책으로 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나”고 밝힌 바 있다.
임 감독은 “개 식용은 결국 철폐 시기의 문제”라 강조했다. “개 식용업자들도 사양 사업이고 미래에 지속할 수 없다는 건 인식하지만, 15년 유예기간을 요구한다고 전해 들었어요. 최대한 시간을 끌려는 건데 동물단체는 수용할 수 없죠. 1년에 약 100만 마리가 도살되는데 1500만 마리가 도살된 후에 법이 폐지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정부가 합리적인 기준과 구체적 보상 방안을 마련해 최대한 그 기간을 줄일 수 있길 바랍니다.”

 '식용개는 없다'는 취지를 담아 오는 16일 초복에 맞춰 온라인 공개하는 영상을 촬영 중인 정윤철 감독(왼쪽)의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 촬영 현장에서 찍은 것. 완성된 영상은 16일 '그만먹개 캠페인 2022' 및 동물권행동 카라 SNS를 통해 볼 수 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식용개는 없다'는 취지를 담아 오는 16일 초복에 맞춰 온라인 공개하는 영상을 촬영 중인 정윤철 감독(왼쪽)의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 촬영 현장에서 찍은 것. 완성된 영상은 16일 '그만먹개 캠페인 2022' 및 동물권행동 카라 SNS를 통해 볼 수 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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