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3400여억원 사모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김재현(52)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대표에게 징역 40년이 확정됐다. 1심보다 15년이 늘어난 2심 형량을 대법원이 확정한 것이다. 징역 40년형은 강력 범죄가 아닌 사기 등 재산 범죄에 내려진 역대 최고형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날 특정경제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 징역 40년 및 벌금 5억원, 추징금 751억7500만원을 확정했다.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47)씨에게는 징역 20년에 벌금 5억여원, 옵티머스 등기 이사인 윤석호(45) 변호사에게는 징역 15년에 벌금 3억원도 그대로 확정됐다. 이들 역시 1심보다 형량이 각각 12년, 7년이 늘었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에 투자하는 매우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하며 투자자들에게 1조 3400여억원을 끌어모아 실제로는 부실 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일명 ‘폰지 사기’) 등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3200명에 달하고 법인·단체 투자자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투자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돈은 5542억 원에 달한다.
항소심 재판부 “초대형 금융사기, 평생 참회하라” 꾸짖었다
김 대표는 1심에선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40년으로 형이 훨씬 무거워졌다. 1심은 김 대표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투자자를 속여 306억여원을 가로챈 부분은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봤지만 항소심은 증인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1심 무죄를 파기하는 등 일부 혐의를 추가로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3년 넘게 사모펀드를 운용하며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금 명목으로 총 1조3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편취한 초대형 금융사기 범행”이라며 특히 김 대표에 대해 “장기간 격리해 평생 참회하며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이들 투자금은 대부분 타당성 없는 것에 투자돼 회수할 수 없게 됐고 현재까지 그 피해가 지속돼 회복이 요원한 상태”라며 “특히 김재현, 윤석호 피고인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는 범행까지 저질렀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펀드 환매불능 상황에 직면하자 증거인멸을 위해 상호 역할을 정하고 금감원, 검찰, 법원에 대응하는 전략을 논의해 초기 수사 과정에 막대한 혼란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적, 정신적 충격을 주고 금융시장 신뢰성을 심각하게 손상시켜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펀드 설정 초기 사기 범행 부분에 대해 1심과 달리 유죄를 인정한 항소심이 이날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앞서 1심은 투자금 중 1조 3194원을 사기로 인정해 김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751억원을, 이씨와 윤씨에게는 각 징역 8년 및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복합기 의혹 이낙연, 조사 않고 무혐의 등 ‘용두사미’ 논란도
한편 옵티머스의 내부 문건에는 당시 정부·여당 인사가 관여됐다는 내용이 있어 의혹이 일었으나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는 않아 ‘용두사미’, ‘면죄부’ 비판이 일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캠프 복합기 사용료를 지원받은 의혹이 일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김진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옵티머스 로비스트에게 현직 부장판사를 소개한 의혹을 받았지만 소환 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리됐다. 지난 2020년 12월에는 이 전 대표의 측근 이모 전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다 종적을 감춘 뒤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날 15년형을 확정받은 윤석호 이사의 배우자인 이모 전 청와대 민정실 행정관의 뇌물수수 의혹 등은 아직 결론이 지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