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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쿼드+한국='퀸트'…한일 관계 개선 계기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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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쿼드'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한·일 간 긴장 완화의 길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쿼드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안보 협의체로 현재까지 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한다.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군 최고사령관 제임스 스타브리디스가 지난 3일 니케이아시아 기고를 통해서 이 같은 '퀸트(Quint·다섯)' 전망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월드 뷰] 전 나토군 사령관의 제언, 왜 나왔나 

용어사전쿼드(Quad)

쿼드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안보 협의체로 현재까지 일본ㆍ호주ㆍ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한다. 쿼드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쿼드.김영옥 기자

쿼드.김영옥 기자

용어사전제임스 조지 스타브리디스 (James George Stavridis,1955년2월15일~)

해군에서 37년을 보낸 제독 출신의 스타브리디스는 미군에서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전투 사령관’ 중 한명으로 꼽힌다. 2009년부터 4년간 나토 연합군을 지휘한 후 터프츠대학의 국제대학원에서 5년간 학장을 지내는 등 군사ㆍ외교ㆍ안보 분야에서 다양한 길을 걸었다.

2016년 대선 때는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기도 했다. 방송 출연과 칼럼 등에서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해왔다. 스타브리디스는 부친도 해병대 장교였던 군인 집안이다. 부친은 6ㆍ25전쟁에도 참전했던 경력이 있다. 한국과 나름 인연이 있는 셈이다.사진 어드미럴스타브닷컴 캡처

◇美 예편 장성의 시선 : "한·일, 갈등에서 협력으로"

스타브리디스는 칼럼에서 만만치 않은 한·일 관계에 대해 그 역시 잘 알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태평양 함대에서 오래 근무하는 동안 나는 한국과 일본 간에 흐르는 '적대감'을 실감했다”며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깊고 복잡한 갈등의 역사를 고려하더라도 한·일 간 갈등은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계획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등장을 한·일 관계 변화의 계기로 기대했다. 그는 “한국의 새 정부에선 변화가 감지된다”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는 등 안보 위협이 고조하는 가운데. 한국은 군사력 강화 측면에서 일본과 더 높은 수준의 안보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바로 이런 때가 한국이 인도·태평양 안보체계인 쿼드에 합류할 시점이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가능성도 미국의 그 어느 당국자보다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는) 더 넓은 사정권의 탄도미사일을 갖고 싶어하고, '더 큰 상어'가 될 핵 추진 잠수함 등도 이에 포함될 것”이라며 “물론 이는 지금까지 미국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최근 미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묵인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고 봤다.

그는 이어 일본 역시 국방력 강화에서 한국과 비슷한 처지라는 논리를 들었다. 그는 “일본도 국방비를 늘리고, 공격적 타격 능력과 탄도 미사일 방어에 집중하는 새로운 국가 안보 전략을 짜는 중”이라며 “이런 점에서 조만간 성사될 한·일 정상회담 자리는 양측의 '국방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한국이 일본·호주·인도 등 다른 인도·태평양 국가와 군사적 동맹을 맺는다면 한·미 간 동맹의 강도가 더 공고해질 것”이라며 “이는 한·일은 물론 미국에도 좋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언젠가 '퀸트' 멤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이 최근까지 역사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충돌을 빚었지만, 양측이 군사력 강화를 정책 목표로 내건 만큼 협력의 여지가 생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쿼드' 가입은 양국 군사협력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 생각할 대목 : 총론엔 공감, 문제는 각론

한국의 쿼드 가입과 한·일 안보 협력이 스타브리디스가 거론한 두 현안이다. 일단 큰 틀에서의 한·일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선 한·미 관계 전문가들이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윤석열 정부 등장과 함께 어떤 형태의 한·일 협력이든 시작될 것이란 점은 예측이 됐다"며 "한·일 관계의 특수성과 민감성을 고려할 때 어떤 이슈에서 어떤 조건으로 협력을 가시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양국이 나토에 다녀오며 글로벌 차원에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쿼드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국제안보를 위한 역할을 새롭게 규정하는 전제 조건을 깔아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쿼드가 폐쇄적인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대왕함 초대 함장을 지낸 김덕기 공주대 교수는 "스타브리디스의 견해는 미국, 특히 미군의 입장을 대변한다"며 "북·중 대응을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해선 앞서 한·일 간 의지가 모여야 하는데, (일본 매체를 통해) 일본 정부와 국민에게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쿼드가 한·미·일 안보 연대보다 주변국들에게 상대적으로 압박 수준이 덜 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한·미·일이 안보로 뭉치게 되면 단기간에 북한과 중국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쿼드 플러스' 등이 보다 안전한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일 간엔 다루기 힘든 국민 정서가 존재한다.

안보 측면에선 동북아에서 최대의 효율성·생산성을 낼 수 있는 수순이 한국의 쿼드 가입과 한·일 안보 협력 확대이겠지만 한일 간엔 양국 관계의 다른 현안을 어떻게 풀지에 대한 해법도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군 위안부 피해 배상 등이 대표적이다.

즉 한·일 관계에 관한 한 관계 개선이라는 총론은 공감하지만 실제로 이에 어떻게 다가갈 지에 대한 각론, 즉 해법이 중요해진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고민이 어떻게 각론을 마련하느냐에서 등장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각에선 한국과 일본 모두의 현안인 경제에서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석훈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한·일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쿼드는 안보 프레임이지만, 반도체 등 경제동맹으로도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을 설득할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미국도 이런 점에서 일본을 설득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스타브리디스의 이 칼럼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충격적인 피격 사망 이전에 쓰여졌다. 아베의 사망으로 벌어질 일본 정국의 변화가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변수다.

박영호 한반도포럼위원장 "쿼드 가까워지면 중국 손내밀 것"

박영호 한반도포럼 위원장은 한국이 '퀸트'를 주변국을 향한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론 중국이다. 중국을 상대로 퀸트를 활용하는 일면 어그레시브한 군사외교 접근법이다. 그는 이와 관련 한국이 지금보다 군사·외교적으로 더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고도 논지를 제기했다.

한국이 쿼드에 합류한다면 어떤 득이 생길까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협상력이 생길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과 경제문제 등을 의식해 너무 조심스러웠다. 이제 중국에 과잉 기대할 필요가 없게 됐다. 오히려 '쿼드 플러스' 등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때 중국이 한국에 손 내밀기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이 나토에 다녀오면서 이런 조짐이 일고 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한국과 어느 정도의 안보 협력을 할지 의문이다.  
"일본도 한·일 관계가 진전돼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도 한반도 전략 차원 등에서 일본과 협력이 절실하다. 물론 정치적으로 양측 모두 부담이 크지만, 현실주의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이 일본에 줄 건 주고, 요구할 건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역사문제, 강제징용, 지소미아 등에서 어정쩡한 자세 취해선 안 된다. 예를 들면 강제징용 문제도 일본 정부의 체면을 덜 손상하는 방향으로 먼저 나서야 한다고 본다."
지정학적 특수성이 있는데, 한국이 치고 나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눈치를 보며 너무 소극적이었는데,  이젠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 이전 정부의 '동북아신뢰프로세스', '핵안보정상회의' 등 한국 정부가 나선 안보·군사 의제들이 모두 유야무야됐다. 주변국이 호응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이 더 한·일 군사협력 등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테면 핵 추진 잠수함 이런 것도 이전보다 여지가 더 생겼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점에서 좀 더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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