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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정권 사이에 낀 두산에너빌리티, 수주를 기다리며

중앙일보

입력 2022.07.14 07:00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습니다.”(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입니다." (2022년 6월 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전현직 대통령의 발언, 완전 다르죠? 장소도 의미심장. 문 전 대통령은 국내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였던 고리 1호기에서 영구정지 선포식을 열고 ‘탈원전 시대’가 왔음을 천명! 원전 업계에선 이날부터 5년 내내 거의 초상집 분위기였죠.

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 “이건 꼭 뒤집겠다”는 정책이 있을 터!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은 문 정부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되돌리는 것만큼 ‘탈원전 정책 폐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역대 대통령 중엔 처음으로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문 정부 에너지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공장.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공장.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원전에 대해서는 관심 없는 분들도 계실테고, 아니면 이런저런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원전은 지금껏 나온 에너지원 중에 ‘가성비’ 최고다. 저탄소 시대에 탄소도 안나온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못봤니? 한번 터지면 그거 복구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이 이야기 하자면 뭐 끝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골치 아픈 문제들은 뒤로 미뤄두고 정책이 바뀌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챙겨봅시다. 오늘 들여다볼 종목은 두산에너빌리티입니다.

①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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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가 출범하기 전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 주가는 2만~3만원 사이에서 횡보했습니다.(2008~2011년 원자력 붐 땐 무려 16만원 넘었던…)

탈원전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문 정부가 출범한 뒤 월성1호기(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그 원전 맞습니다)를 조기 폐쇄하고, 짓고 있던 신한울 3·4호기(이미 3400억원이 투입됐었다고 하죠)도 중단시킵니다. 원래 짓기로 계획했던 원전 4기(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역시 없던 일 만들었습니다.

이런 정책에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 업체 두산에너빌리티는 속절 없이 무너집니다. 중단했던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갈 주요 부품들을 만들어놓고도 방치할 수밖에 없었죠. 주가는 2020년 3월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뚫어 2500원 밑으로 내려갑니다.

윤 정부 출범 후 최근 다시 원전 생태계 부활 기대감으로 1만8000원대까지 올라왔습니다. 투자 아이디어는 여기서 나옵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으니 더 오를 일만 남은 거 아닌가요?

일단 달라진 원전 정책을 봅시다. 지난 5월 윤 정부가 확정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확정했는데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한 것이죠.

2021년 기준 27.4%인 국내 원전 비중을 공사를 중단했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등 2030년에는 3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문 정부에선 2030년까지 원전 비중 23.9%로 잡았었죠.)

여기에 최근 체코·폴란드 등을 대상으로 ‘원전 세일즈’를 본격화하는데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원전 세일즈에는 한수원과 한전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와 함께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를 구성해 움직입니다.

국내 원전 비중 30% 이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 원전 비중 30% 이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②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비효과…다시 보이는 원전

대외 여건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원전은 발전원 중 단연 가성비가 좋습니다.(아래 그래프)

원자력이 신재생에너지보다 대략 5배 쌉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원자력이 신재생에너지보다 대략 5배 쌉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퍼졌고, 환경에 대한 관심과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으로 그 빈 자리를 신재생에너지 천연가스 등으로 채워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죠.

점점 외면 받던 원전이 최근 다시 주목 받는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입니다. (체르노빌 원전이 있었던 곳이 옛 소련, 현 우크라이나라는 점에서 이게 무슨 운명의 데스티니...)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천연가스를 값싸게 공급받던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량을 조절해가며 무기화하는 것을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유가도 고공행진하고 있죠. 에너지 안보와 자립을 위해 원전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만을 100%로 채우기에는 ‘간헐성’ 문제가 대두되죠. 태양이 안 뜰 때 태양광 발전을 어떻게 하냐는 것. 물론 최근 기술이 발전해 태양이 뜰 때 생산한 전력을 저장해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도 발전했지만, 문제는 비싸다는 것. 결국 원전으로 다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최근 유럽 의회가 녹색분류체계인 '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 경제 활동으로 인정되는 목록을 담은 분류체계입니다. 쉽게 말해 발전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변한거죠. 물론 방사성 폐기물 처리 계획 등을 제대로 준비해둬야 하는 전제가 붙었지만요.

이게 의미가 있는 게 원전 수출하기 좋아진 거에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EU 택소노미의 유럽의회 통과로 체코·폴란드 등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EU 국가들의 자금 조달이 용이해져 원전 사업 추진에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분위기는 정말 파티가 열리기 전 설레는 마음, 딱 그 느낌입니다. 올 하반기부터 MB정부 때처럼 '원자력 르네상스'가 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6월 24일, 신한금융투자)

③다 좋다는데 불안한 건 왜 때문이죠?

이제 회사 내부를 들여다 봅시다. 일단 '두산중공업'이었던 이름부터 바꿨습니다. 지난 3월 29일 ‘Energy’(에너지)와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을 결합한 ‘에너빌리티(Enerbility)’를 전면에 내세운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습니다. (우연인가, 노린건가...대선이 3월 9일이었죠.)

두산중공업 하면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것을 다루는 ‘중후장대’란 말이 떠오르며 올드한 이미지가 있는데, 두산에너빌리티하면 뭔가 이름에서부터 새로운 것을 많이 할 것 같은 느낌!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마련해놨습니다.  가스터빈과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의 신산업 비중을 늘릴 계획입니다. (자세한 건 2021년 11월 19일 앤츠랩 두산중공업편 참고) 하지만 여전히 ‘늘릴 계획’이라서 아직까지 주가를 좌지우지 하진 않는다는 것.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건 원전 사업. 일단 관건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언제부터 재개되느냐 여부입니다. 회사 측은 "만약 발전소 건설이 취소되면 4900억원 정도가 손실”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손실을 메우려면 공사가 하루 빨리 재개되야 할 텐데요.

핵심은 환경영향평가인데 이게 통상 30개월 걸린다는 것. 정부는 이미 지난 2016년 한차례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점과 신한울 1·2호기에 대한 평가 결과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 기간을 단축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래도 착공까지는 빨라야 2024년 하반기로 예상됩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두산 그룹은 2020년 3월 산업은행 등에 긴급자금을 지원받아 채권단 관리 체계에 있었는데 지난 2월 조기 졸업했습니다. "모범사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재무구조는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도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실적은 이제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단계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7년 동안 적자가 이어졌지만 지난해 드디어 흑자(6458억원)로 돌아섰습니다.

그럼 현재 주가는 싼 거냐. 냉정하게 보면 지금으로선 비싼 편. 이미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 수혜 기대감을 주가에 많이 반영했죠. 올해 3월 당기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인 PER은 27.51배.같은 업종 평균 17.39배과 비교해 높은 편입니다.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인 PBR도 1.52배로 1배를 넘어서 저평가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언급된 좋은 환경은 모두 기대감이고, 올해 실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는 게 증권가의 냉혹한 평가. (때문에 원전주 중에서는 원전 설계를 맡고 있는 한전기술이나 대형 프로젝트에 앞서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비에이치아이, 우진 등 중소형주에 먼저 관심을 가지는 편입니다. 이마저도 이미 많이 올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해외 원전 수주, 팀코리아 손에 올 수 있을까요? 셔터스톡

해외 원전 수주, 팀코리아 손에 올 수 있을까요? 셔터스톡

결국 주가가 한 단계 레벨 업을 하려면 해외 원전 수주 소식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원전 공사가 1년 만에 뚝딱 이뤄지는 건 아니라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가장 코 앞에 다가온 체코와 폴란드의 원전 최종 사업자 결정은 2024년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단가는 1kW당 3717달러로 미국(1만1638달러), 프랑스(7809달러)보다 우위에 있긴합니다. 충분히 기대감을 가져볼만 합니다. (하지만 원전 수주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보다는 외교력!) 체코와 폴란드 원전 사업의 규모는 각각 8조원과 40조원에 육박합니다. 제2의 원전 르네상스가 시작되기에 충분히 큰 시장이죠.

또 세계적으로 SMR 설계를 가장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뉴스케일파워(Nuscale)와의 전략적 관계를 형성해 향후 SMR 성장에 따른 관련 설비 매출 증가도 예상됩니다. 이미 두산에너빌리티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아이다호주에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 공급할 SMR 본제품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죠. 두산에너빌리티, 이제 오를 일만 남았나요?

분위기가 좋아지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아직 확인할 게 많고 충분한 시간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꾸준히 뉴스를 챙겨보면서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한다면 분명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1년 뒤라면 개미가 더 많아질 듯!

1년 뒤라면 개미가 더 많아질 듯!

이 기사는 7월 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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