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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최종확정, 2016년 이후 없었다…헌재의 3번째 판단은

중앙일보

입력

사형제가 헌정사상 세 번째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는 14일 오후 2시 공개변론을 열어 형의 종류에 사형을 포함한 형법 41조와 존속살해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250조 2항 등이 위헌인지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각각 재판관 7 대 2, 5 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외부 전경. 중앙일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외부 전경. 중앙일보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람은 지난 2018년 6월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윤모씨다. 윤씨는 2019년 2월 1심 재판을 받던 도중 "헌법은 사형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는 이후 법원에서 사형이 아니라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윤씨 측 대리인과 법무부 측 대리인이 참석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윤씨 측은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며 "사람의 목숨을 끊는 형벌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없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통해서도 범죄자를 사회에서부터 영원히 격리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법무부는 지난달 제출한 '합헌' 의견서에서 "인륜에 반하고 공공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범죄자는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범죄 예방 등 공익적 목적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형은 죽음에 대한 공포 본능을 고려한 궁극의 형벌이며, 야만적 복수가 아니라 오히려 정의에 합치된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형을 대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우리 헌법이 사형제를 인정하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헌법 제110조 4항은 '비상계엄 아래 군사재판은 간첩죄 등에 대해 단심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형을 선고한 경우'는 제외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무부는 "헌법이 사형제를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윤씨 측은 "사형이 헌법상 근거 없이 운영되던 시기에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조항일 뿐"이라며 "헌법이 사형을 허용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학계 목소리도 심리에 참고할 예정이다. 허완중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윤씨측 참고인,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법무부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헌재는 직권으로 고학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불러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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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확정' 대법원 판결문서 대법관들 찬반 엇갈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는 55명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지만, 법원의 사형 선고는 꾸준히 있어 왔다. 지난달에는 50대 여성 지인을 잔혹히 살해하고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까지 살해한 권재찬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사형이 최종 확정된 건 2016년 'GOP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 임모씨 사건이 마지막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결문에 "법관이 인명 존중과 인권 보호를 중요한 사명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형제도가 존치되어 있고 합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상 최고형으로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서는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법관으로서의 책무에 부합한다"고 적었다.

한편 이상훈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사형 선고 요건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임씨가 겪은 집단 따돌림, 병영 내 관리 소홀 등을 지적하며 "범행의 책임을 피고인에게만 돌려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창석 대법관도 반대의견을 내고 "국가가 사형이라는 궁극의 형벌을 선택해 개인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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