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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학교 학생 2배 늘었다…'달인' 12명이나 사는 마을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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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농촌 ② 양평 세월리 달강마을  

 경기도 양평 세월리 달강마을은 이른바 달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유명하다. '만능할배·감성할매'로 불리는 이학규, 신정자 부부가 직접 만든 재활용 공예품을 들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경기도 양평 세월리 달강마을은 이른바 달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유명하다. '만능할배·감성할매'로 불리는 이학규, 신정자 부부가 직접 만든 재활용 공예품을 들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경기도 양평 최고 전망으로 통하는 서석산(375m)과 남한강이 감싸고 있는 마을. 세월리 달강마을은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콕 틀어박힌 동네다. ‘달빛 머문 강마을’이란 뜻에서 달강마을이다. 경치보다 더 큰 자랑은 이 마을에 뿌리 내린 사람들이다. 세월리 달강마을에는 여러 달인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짚풀할배, 만능 할배, 발효 달인 등 ‘마을 달인’의 정감 넘치는 작품을 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폐교 위기 넘어 달인 마을로

남한강이 세월리 마을을 관통해 흘러간다. 마을 달인이 작업 달 조형물이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한강이 세월리 마을을 관통해 흘러간다. 마을 달인이 작업 달 조형물이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양평 세월리는 2000년대 급속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사연은 여느 농촌과 비슷하다. 고령화와 도시화로 인한 인구 유출이 원인이었다. 한때 300명 넘게 등교하던 세월초등학교가 학생 수 미달로 폐교 위기에 몰리자, 마을이 하나로 뭉쳤다.

양평 세월리 달강마을의 최영환 이장

양평 세월리 달강마을의 최영환 이장

시작은 축제였다. 2008년 교사와 아이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틀고, 연극을 올리고, 음식을 차려 손님을 맞았다. ‘달님과 손뼉치기’라는 축제 이름은 당시 학교 아이들이 지었단다. 축제가 자리 잡자 마을 부활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빈집을 마을 미술관으로 꾸미고, 마을 옛 사진전과 달시장(벼룩시장)을 마련했다. 마을의 재주 많은 어르신과 학부모 등을 ‘마을 달인’으로 선정하고 지원하는 ‘마을의 달인’ 프로젝트도 있다. 최영환(70) 이장은 “어르신‧아이 할 것이 없이 전 주민이 주도해 마을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고 전했다.

마을에는 다시금 활력이 생겼다. 세월초는 학생 수가 두 배 넘게 증가해 이제는 전교생이 100명을 훌쩍 넘긴다. 도시의 젊은 세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작가도 속속 마을로 이주해오고 있다. ‘달님과 손뼉치기’ 축제는 어느덧 13년을 이어온다. 코로나 영향으로 2년간 멈췄지만, 오는 10월 축제를 다시 열기로 했다.

달인 마을 산책

'만능할배·감성할매'로 불리는 이학규, 신정자 부부. 집은 물론 앞마당과 뒤뜰까지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재활용 공예품으로 꾸몄다. 누구나 방문해 구경할 수 있다.

'만능할배·감성할매'로 불리는 이학규, 신정자 부부. 집은 물론 앞마당과 뒤뜰까지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재활용 공예품으로 꾸몄다. 누구나 방문해 구경할 수 있다.

세월리에는 달인 12명이 살고 있다. 면면이 퍽 다채롭다. 이를테면 짚으로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임경재(85) 할아버지는 ‘짚풀 달인’, 타고난 손맛의 지영자(70) 할머니는 ‘발효음식 달인’, 소를 잘 키우는 이장님은 ‘목장 달인’, 마을 뒷산에 짚라인을 만든 김경회(74) 전 교장 선생님은 ‘모험 놀이 달인’으로 통한다.

세월리를 여행하는 법은 간단하다. 마을 구석구석 천천히 돌아보면 된다. 출발점은 ‘세월 정미소’. 빈집으로 방치돼 있던 옛 정미소를 지난해 문화공간으로 단장했다. 주민과 여행자를 위한 커뮤니티 센터이자 체험장이다. 이곳에서 달인이 사는 집과 볼거리 등이 표시된 마을 여행 지도를 얻을 수 있다. 여행 코스는 마을 안길과 남한강변을 둘러보는 ‘안길산책코스(2시간 소요)’와 서석산골안계곡 탐방을 포함한 ‘자연 놀이 코스(약 2~3시간 소요)’로 나뉜다.

세월리 안쪽의 골안계곡.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계곡 깊은 곳까지 데크 로드가 깔려 있어 걷기 수월하다.

세월리 안쪽의 골안계곡.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계곡 깊은 곳까지 데크 로드가 깔려 있어 걷기 수월하다.

이학규(89)‧신정자(88) 어르신이 사는 ‘만능할배‧감성할매’ 집은 어느 길을 택하든 필수로 다녀갈 만하다. 버려진 농기구와 세간살이, 헝겊 등으로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어 앞마당과 밭, 뒤뜰을 꾸몄다. 여행자를 위해 늘 문을 열어두신다. 두 어르신과 함께하는 모종삽 꾸미기(3000원) 체험도 할 수 있다.

‘도예 달인’ 김경희(62)씨 집에는 개성 넘치는 도자 작품 수백 점이 놓인 ‘세월 갤러리’가 있다. 달인들의 재주와 정성을 엿볼 수 있는 ‘한뼘 갤러리’도 마을 곳곳에 정승처럼 버티고 서 있다.

도예 작가 김경희씨가 운영하는 '세월갤러리'.

도예 작가 김경희씨가 운영하는 '세월갤러리'.

마을 가까이에 걸출한 산과 강이 있어 생태 탐방도 가능하다. 마을 서쪽의 서석산골안계곡은 물이 맑기로 이름난 장소다. 마을 어르신이 대부분이 어린 시절 이곳에서 멱을 감고, 물을 길어다 마셨단다. 계곡 깊은 안쪽까지 데크 탐방로가 깔려 있어 부담 없이 거닐기 좋다.

마을 동쪽에는 남한강이 흐른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갈대밭이 어우러져 인생 사진을 담기 좋은 장소다. 과거 나루터가 있던 자리에도 마을 달인들이 조형물과 포토존을 설치해뒀다.

여행정보

옛 정미소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세월정미소'.

옛 정미소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세월정미소'.

마을 커뮤니티 센터인 ‘세월정미소’에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발효달인과 함께하는 고추장 만들기를 비롯해 도예 체험, 원예 치유 등이다. 약 1~4시간 체험으로 5명 이상부터 예약할 수 있다. 체험 비용은 1만~5만원선이다. 세월정미소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번개간식방’을 운영한다.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해 간식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1개당 500~2000원)에 판매한다. 여행자도 사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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