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이 13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재유행 대응방안과 관련한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50대의 코로나19 사망률이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보다 10배 높습니다."
총리 직속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정기석 초대위원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13일 방역 당국이 50대 백신 접종을 권고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위원회는 방역·의료·사회경제 등의 다양한 분야 민간전문가 21명이 참여한다. 새 정부가 전문가 중심의 방역 정책을 표방하면서 만든 조직이다. 정 위원장은 13일 오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날 발표한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초대위원장 인터뷰 #"10월 중하순 국민면역 최저, 개량백신 도입 전력투구 #이번 겨울 잘 넘기면 내년엔 새로운 세상 온다" #
- BA.5 변이의 치명률이 그 전 변이보다 높은가.
- 오리지널 오미크론(BA.1)과 비슷하다. 어느 나라에서도 중증도가 더 높다는 연구가 나온 게 없다. 다만 바이러스가 폐로 들어간다는 연구가 나온 게 있어서 약간 더 독할 수도 있다.
- 9~10월에 6차 유행 정점이 온다는데.
- 본격적인 유행은 이른 가을에 시작할 것으로 본다. 10월 중하순을 말한다. 지금 4차 접종을 해도 효과가 두 달 정도 밖에 유지되지 않고, 오미크론 확진자의 자연면역도 6개월 안 가는데 바로 그때가 국민 면역력이 가장 약해지는 시점이다. 하루 확진자 20만명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3월 최고치(62만여명)를 넘을 수도 있다.
- 뭘 대비해야 하나.
- BA.5 대항력이 있는 개량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10월 초 출시 목표로 만들고 있다. 모더나도 비슷한 스케줄로 간다. 그걸 빨리 들여오는 데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백신과 치료제가 더해져 겨울을 잘 넘기면 내년에는 새로운 세상을 맞을 수 있다.
- 50대에 4차 접종을 권고한 이유는.
- 한 번도 안 맞은 50대의 사망률이 0.4%, 1~3회 맞은 이는 0.04%이다. 열 배 차이 난다. 4차 접종의 목적은 감염 예방이 아니라 중증화와 사망률 감소이다.
- 일각에서 감기와 다를 바 없다는데.
- 현재 치명률이 0.07%이다. 독감(0.03%)의 두 배가 넘는다. 마스크를 철저히 쓰는데도 그렇다. 감기에 걸려 하루에 수십명이 숨지지 않는다. 치료제 같은 게 딱딱 잘 들어맞으면 치명률이 0.05% 밑으로 내려가고, 그러면 코로나가 독감처럼 돼 안심해도 된다고 본다.
- 지금 4차 백신을 맞고 가을에 또 맞아야 하나.
- 지금은 4차 백신을 맞아야 하는 사람이 나서는 게 중요하다. 웬만하면 맞아달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아직 5차 백신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 치명률이 달라지면 거리두기를 부분적으로 도입한다는데.
- 요양원 등의 취약시설 방역 강화를 말한다. '5명 모임-9시 영업제한' 식의 규제는 진짜 안 한다는 게 원칙이다. 국민이 일괄적 거리두기에 너무 힘들어하는데, 다시 하면 지키겠느냐. 그건 마지막 수단이다.
- 하루 확진자가 4만명 넘는데 자율 방역을 강조한다. 너무 한가한 소리 아니냐.
- 종전 유행과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지금은 치료제와 백신이 있다. 1,2년 전 오미크론 유행 전에는 치료약이 없었다. 입원하면 대증치료 받다 사망했다. 지금은 다르다. 거리두기보다 못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폐해를 피해갈 수 있다.
- 사회경제적 비용 최소화와 거리두기 편익의 균형점을 고려한다는데 그게 가능한가.
- 위원회에 그 분야에 관심 있는 경제학 교수 2명이 있다. 그런 걸 산출해서 국민에게 제시해서 의견을 구하겠다.
- 모임을 일괄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더라도 예비군훈련 같은 건 조정할 수 있지 않나.
- (그런 훈련이) 잘못인 거 같다. 불요불급한 단체회합은 좋지 않다. 거리두기를 재시행하지 않되 그런 건 지켜줬으면 좋겠다.
- 위원회에 이견이 없나.
- 없는 게 이상하다. 중요 사안에는 반대 의견이 반드시 나와야 하고, 그렇게 이끌어 가겠다. 이번에도 격리해제를 강하게 주장한 위원이 있었다.
-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 공무원이 들어오지 않고 민간 전문가가 치열하게 논의해서 결정하고 정부가 최대한 반영한다. 종전 위원회와 차이점이다. 공무원이 유도하고 민간위원이 도장 찍은 거수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정 위원장은 13일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지금 저희가 거리두기도 안 한다, 백신도 강제로 안 한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 국민 여러분이 정말 개인수칙을 잘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에 한두 달 동안 코로나가 거의 사라진 듯해서 조금 해이해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부터는 (확산이) 떨어지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겨울만 잘 넘기면 내년에는 훨씬 다른 세상에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마스크 쓰고, 손 위생을 잘 지키고, 불필요한 모임은 자제하고, 이런 것만 잘 지키면 좋겠다. 좀 더 편안하게, 크게 걱정하지 않고 경제생활과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아무리 면역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도 많은 국민이 면역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초창기 때와는 다르다"라며 "방역 지침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유행이 조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독감처럼 걸릴 사람은 걸리겠지만, 아무리 많은 환자가 발생해도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