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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를 지키는 매와 올빼미

중앙일보

입력

올드코스의 매. [사진 앨런 배스터블 트위터]

올드코스의 매. [사진 앨런 배스터블 트위터]

세인트 앤드류스에서 40분 거리의 던디에서는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다. 밤새 갈매기들이 울기 때문이다.

에든버러에서 갈매기들은 도심 쓰레기통을 뒤지고, 거기서 나온 햄 조각을 두고 공중전을 벌이며, 공원에 나온 가족의 샌드위치를 물고 도망갔다.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도 갈매기가 주인이었다. 골퍼의 음식물을 가로채고 분비물을 코스에 뿌린다.

스코틀랜드 갈매기는 크고 사납다. 갈매기가 날아오면 까마귀는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갈 정도였다.

그러나 150회 디 오픈 챔피언십 기간 중 갈매기가 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어 먹을 게 풍성한데 의외였다. 갈매기는 코스 외곽 개울가에서 물만 마실 뿐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갈매기 퇴치용 붉은 등 매가 올드 코스를 지킨다. 이름은 에냐다.

미국 골프닷컴은 “대회 기간 음식 트럭과 아이스크림 트럭이 모이는 코스 주변 지역에서 잠시만 등을 돌리면 갈매기가 피쉬 앤 칩스를 한 입 갉아먹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에냐가 이곳에 있어 코스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고 보도했다.

날개 길이가 1.8m인 올빼미도 함께 순찰했다.

음식물 뿐 아니라 대회 기간 중 몰려든 갈매기의 분비물 때문에 경기가 혼란해 질 수도 있었다. 에냐의 조련사인 스튜어트 밀네는 "새를 차에 태워 30분만 지나면 갈매기들이 다시 몰려들 것"이라고 골프닷컴에 말했다.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의 학생인 린덴 그릭은 스코틀랜드 신문 더 쿠리어 앤 이브닝 텔레그래프에 “갈매기는 크고 위험하다.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갈매기의 크기와 대담함도 커졌다. 이제 그들이 순진한 관광객들의 음식을 빼앗아가고 쓰레기통을 습격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갈매기는 심각한 골칫거리가 됐다”고 했다.

세인트앤드루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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