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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대희의 건강한 미래

바이오헬스가 미래 먹거리가 되려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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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 미래발전위원장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 미래발전위원장

매년 1월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계 유수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혁신적 기술의 경연장 역할도 하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명 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비중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개최된 CES에서는 바이오헬스 기업인 애보트의 로버트 포드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게 되어 ‘올해 CES는 헬스케어 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 솔루션, 원격의료 등의 신기술이 많이 소개되었다. 우리나라 헬스케어 기업도 대거 참가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수면무호흡증 치료기기가 큰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첨단 바이오헬스 기술로 무장한 국내 기업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미래 신수종 산업으로 육성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먼저 바이오 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단위의 조직과 지원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110개에도 바이오헬스 분야가 6개나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과 같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제는 당장 해결해야 하는 현안 과제들에 밀려 정책 집행의 우선순위가 떨어진다. 따라서 대통령도 강조하였듯이 국정 과제에 대한 모니터링과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부처간에 흩어져 있는 업무들을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도 여당내에 바이오헬스본부를 만들어 바이오 의약품, 의료기기, 디지털 의료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규제 개혁과 산업 육성에 필요한 방안들을 제시한 바 있다. 새 정부도 지난 정부가 만들어 놓은 육성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어떤 분야를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반도체가 4차 산업의 꽃이라면 DNA는 5차 산업의 핵심이다. DNA를 활용한 정밀의료, 디지털 의료, 맞춤 예방 등 경쟁력 있는 유망 분야를 선정하여 체계적인 지원을 통한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규제 개혁, 해외진출 지원하고
바이오헬스 육성할 부처 필요
우수한 의과학자 양성이 핵심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다음은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지원이다. 투자 유치와 비즈니스 매칭, 입찰 정보, 법인 설립 시 법률 및 회계 자문, 직원의 비자 문제 등을 담당할 바이오헬스 산업의 해외 진출을 도와줄 기구가 필요하다. 특히 의료 분야는 현지 법 제도의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몇 년 전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하여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미국 헬스케어 회사를 위한 행사를 개최하였듯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70년대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한국무역진흥투자공사가 큰 역할을 했듯이, 보건산업진흥원을 헬스케어산업진흥청으로 격상하여 총리실 산하에 두고 해외 진출에 필요한 항목들을 체계적으로 도와준다면 우리 바이오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은 인력 양성이다. 대한민국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뉴스위크에서 평가한 암 분야 세계 5위에 올랐고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특정 진료 부분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자랑한다. 서양의학이 들어온 지 불과 100년도 안 된 사이에 우리 의료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 것은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이 분야를 전공하게 된 것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수면무호흡증 치료 기기 개발자도 이비인후과 전문의인데 임상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술로 회사를 창업한 케이스다. 이런 사례와 같이 의료계로 들어오는 우수한 인력들이 헬스케어와 생명기술 분야를 선도해 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인력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준비 중인 연구중심 의대 사업이 의과학자 양성의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대학병원들도 진료 기능에만 머물지 말고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면 좋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 상황에서도 축적된 생명 기술과 연구 자본의 과감한 투자로 불과 1년 만에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하였고 우리나라도 국산 최초의 코로나 백신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재택근무와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디지털 의료가 급속히 발전하였고 의료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을 이용한 새로운 의료 기술의 발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래는 생명 기술의 시대다. 미래 생명기술의 시대를 대한민국이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 미래발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