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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초유의 ‘빅스텝’…은행은 지나친 이자 장사 멈춰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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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은, 기준금리 0.5%포인트 올리며 긴축 나서  

이 와중에 예대금리 차 확대, 시장 리스크 커져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을 밟았다. 한은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1.75%에서 2.25%로 올렸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은으로선 서둘러 ‘긴축의 고삐’를 당겨야 할 만큼 최근 물가 상승세가 엄중한 상황이라고 봤다. 원화값이 달러당 1300원대까지 하락(환율은 상승)하며 외환시장이 출렁이는 점도 부담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말까지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번에 한은이 빅스텝을 결정한 건 시장의 예상과 대체로 부합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11월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였다. 한은은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Fed는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만일 Fed가 이달 말 회의에서 다시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발생한다.

금리 인상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동시에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소비가 위축하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경제 주체들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으면서 가계 빚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금융부채 비율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빚투’(빚내서 투자)로 무리하게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들인 가계의 부실 우려가 커졌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대출 상환 유예조치를 종료하는 시점은 오는 9월 말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추진하면서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을 덜어줄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부실채권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자산 건전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이럴 때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늘리며 손쉬운 이자 장사에 몰두하는 건 부적절하다.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조정하는 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는 2.37%포인트(잔액 기준 가중평균)를 기록했다. 2020년 말(2.05%포인트)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과도한 예대마진을 좇는 걸 자제하고 금융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예금과 대출 금리를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