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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월이자 40만원 늘어”…영끌족, 생활비 부족 투잡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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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브랜드 디자이너 김자영(37·가명)씨는 최근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초 연 2.8%였던 신용대출 금리가 4.17%로 뛰었기 때문이다. 당시 ‘벼락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에 남편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5억원대 오피스텔을 산 게 화근이었다. 주택담보대출로 2억8500만원과 1억원 상당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김씨는 “매달 내야 하는 이자(원리금)가 1년 반 사이 40만원 가까이 늘어나 월 290만원에 이른다”며 “월급 받아 이자 갚으면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말 출산까지 앞두고 있어 부담은 배로 커지고 있다. 그는 “배달 앱과 넷플릭스도 해제하고, 주말엔 출판 쪽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 안산에서 기계부품 공장을 운영 중인 김준식(48) 대표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했다는 소식에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2년 동안 직원을 줄이고 설비까지 팔아가며 간신히 도산을 막았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기업 납품 물량이 늘어나면서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이젠 금융비용에 발목을 잡힐 처지다. 김 대표는 “매출이 급감한 지난 2년 동안 제2금융권 대출에 개인 신용대출까지 받아둔 상태”라며 “금리 부담이 커지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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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빠르게 뛰면서 영끌로 집을 산 20, 30대 청년층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금리의 역습’에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은 금리 부담에 대한 우려를 넘어 ‘도산의 공포’에 휩싸였다.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도움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이미 연 5% 중반을 넘어 6% 선에 다다르고 있다.  4대 시중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신용대출 금리(평균치)는 지난 12일 기준 연 4.84~5.5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해 8월(연 3.02~4.17%)보다 1년여 사이 최대 1.82%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금리는 같은 기간 최저금리가 1.6%포인트 상승했다. 고정금리(연 4.6~5.7%)는 지난해 8월(연 2.92~4.42%) 대비 최저금리 기준 1.68%포인트 뛰었다. 변동금리(연 4.22~5.43%) 상단은 5.4% 선을 넘었다. 연 3%대 대출금리도 사라지고 있다.

은행권에선 한은의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영향으로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내 7% 선을 뚫을 것으로 예상한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은행채 등 대출 지표금리가 치솟아 연내 금리 상단은 7%를 넘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은행이 가산금리로 금리 상승세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빚을 과도하게 늘린 대출자(차주)의 이자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1인당 이자 부담은 연간 16만1000원씩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한은 분석대로라면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인상되며 1인당 이자 부담액은 112만7000원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도 금리 인상은 발등의 불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지난 11일 낸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통위의 빅스텝에 따라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 증가액이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대기업 이자 부담(1조100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소상공인 역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자 부담은 물론 고금리에 따른 경기 하락으로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상공인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 2% 이상의 금리 인상으로 체감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 “금융통화위원회의 사상 첫 3연속 기준금리 인상, 0.5%포인트 인상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말 현재 전체 중기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한다”며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하면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그간 플렉스(Flex·과시형 소비)에 집중하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푼돈도 아끼자’는 ‘짠테크’(짜다+재테크) 바람이 불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빚을 내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한 방’ 재테크를 했다면 금리 상승기에는 밥값도 아끼는 짠테크로 돌아선 것이다.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예·적금 금리가 오르자 한 방은 아니라도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식으로 투자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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