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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형벌 ‘징역·벌금→행정제재’ 전환, 기업인 형사처벌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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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형사처벌 수위가 낮아진다. 정부는 경제 형벌 조항을 징역·벌금에서 과태료 같은 행정제재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방기선

방기선

이를 논의할 범정부 경제 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가 13일 공식 출범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이날 공동으로 첫 TF 회의를 주재했다. 환경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차관급 인사와 법률 전문가도 TF에 참여했다.

TF는 국민 생명이나 범죄와 무관한 단순 행정상 의무 위반에 대해선 형벌 조항을 없애거나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행정제재를 먼저 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우선 각 부처는 경제 형벌 조항이 어떤 게 있는 전수 조사를 할 예정이다. 그다음 경제단체, 민간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손질이 필요한 규정을 추리기로 했다. 검토 기준은 ▶사적 자치 영역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형벌인지 ▶다른 행정제재로도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비슷한 목적의 다른 법률과 비교해 형평성에 문제가 없는지 ▶해외 사례보다 형벌 조항이 과도하진 않은지 등이다.

부처별로 사전 검토를 거쳐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TF는 이를 회의에 상정해 확정하는 수순을 밟는다. TF는 법률 개정까지 ‘속전속결’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노공

이노공

앞서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6개 경제부처 소관 법률 가운데 형사처벌 항목이 6568개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6044개(92%)는 법을 위반한 사람과 해당 기업을 동시에 처벌하는 내용이고, 2376개(36.2%)는 징역·과태료·과징금 등 여러 처벌이 중복돼 있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전경련이 주목한 법률은 중대재해처벌법·공정거래법 등이다.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CEO)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에 벌금에 처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을 때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공정거래법 조항도 과잉 처벌이라고 봤다.

지난 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공정거래법과 중대재해처벌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법 등 법률에 있는 징역·벌금 조항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과도한 형벌 조항이 민간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이들 법령을 고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국회에서 개정 법안이 통과해야 가능한 내용이 대부분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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