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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따라 하기 바쁜 지리 자동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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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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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표면적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온라인 기술을 구축하는 것이다. 차량은 기술의 운반체나 실험실에 불과하다.

지난 2018년, 지리자동차 창업자이자 CEO인 리수푸(李書福)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테슬라의 전략적 포석을 리수푸는 일론 머스크의 야망을 위한 도구로 본 셈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글로벌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고, 일론 머스크는 다른 분야에서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SpaceX’, 뇌 연구 스타트업 ‘뉴럴 링크(Neuralink)’, 태양광 발전 업체 ‘솔라시티(SolarCity)’, ‘하이퍼루프 알파’ 디자인 공개 후 스페이스엑스와 텔사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설립한 ‘하이퍼루프TT ’까지. 일론 머스크는 위성·우주여행·태양광 발전·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산업을 손에 쥐고 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도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에서 활동하는 신차 브랜드 설립자는 모두 일론 머스크와 비교되어왔다. 그중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지리(吉利·Geely)자동차 CEO 리수푸(李書福)가 중국판 머스크로 불리고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머스크에 회의적 시각을 표했던 리수푸가 어떻게 머스크化가 되고 있을까  

그동안 지리자동차는 자동차 산업 외 다른 영역엔 특별히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돌연 다른 산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근 지리자동차는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메이주(魅族·Meizu)를 인수했다. 스마트폰 제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지난해 9월 싱지 스다이를 설립하면서부터였다. 또 지난해 10월엔 샤오미의 MIUI 수석 디자이너를 전임한 왕원쥔(汪文俊)을 영입했다. 이후에는 중국의 또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 오포(OPPO)나, ZTE로부터 핵심 연구개발 인력과 경영진을 다수 영입했다.

그리고 지난 4일 저장성 항저우에서 정식 계약을 맺으며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리 회장은 메이주 인수에 대해 “새로운 과학기술과 산업혁명 시대, 소비 전자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기술 혁신과 생태계 융합은 필연적인 추세”라며 “휴대전화와 자동차를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arenaev]

[사진 arenaev]

단순히 시기가 겹친 것일까. 테슬라 역시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사업 출시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본체 디자인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출시 시기와 가격 수준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테슬라는 아무런 견해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브라질 IT(정보기술) 매체 테크투두(Techtudo)는 지난달 19일 보도를 통해 관련 내용의 사실 여부를 설명했다. 테크투두는 “현재로서는 애플, 삼성, 샤오미와 경쟁할 것으로 추정되는 테슬라 스마트론과 관련해 사실보다 소문이 더 많다”면서도 “이 제품은 테슬라가 운영하고 있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Starlink)를 이용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가 출시할 것을 기대하며 공개된 스마트폰 렌더링 이미지 '모델 파이'. [사진 ADR 스튜디오 ]

테슬라가 출시할 것을 기대하며 공개된 스마트폰 렌더링 이미지 '모델 파이'. [사진 ADR 스튜디오 ]

테슬라 스마트폰의 출시 시기에 대한 예측도 이어지고 있다. 테크투두는 테슬라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아야 하며, 신제품 개발에 대한 소문은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출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일부는 이달 초에 2023년 4월을 언급했다.

테슬라의 스마트폰 출시는 추측에 의한 소비자들의 희망이 담긴 가설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테슬라가 실제로 스마트폰 출시가 현실화할 시장은 애플 아이폰 이후로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경쟁이 시작되는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과 함께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경쟁할 전장은 역시 차량 분야다. 

지리는 올해 6월 신에너지 픽업트럭에 정식 진입하며 관련 브랜드 ‘라다르(RADAR)’를 발표했다. 이들의 타깃은 미국의 신생 자동차 회사인 리비안(Rivian)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바로 ‘테슬라 킬러’로 알려진 다크호스 자동차 업체다.

테슬라는 이미 2019년 상반기에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Cybertruck)’을 출시했다. 공개 당시 사이버트럭은 우주전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강철과 9mm 탄 방탄 성능을 갖춘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적용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생산 문제로 테슬라는 2023년에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리자동차의 ‘라다르(RADAR)’ 픽업트럭 첫 모델도 2023년에 출시 예정으로 밝혀졌는데, 이들 두 기업이 정면 승부를 겨룰 것이라 업계는 예상한다.

지리자동차의 픽업트럭 브랜드 ‘RADAR’. [사진 Geely]

지리자동차의 픽업트럭 브랜드 ‘RADAR’. [사진 Geely]

테슬라가 출시 예정인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Cybertruck)’ [사진 테슬라]

테슬라가 출시 예정인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Cybertruck)’ [사진 테슬라]

또 다른 전장이 있다. 우주 분야다.

자율주행차의 완성은 정확한 위치 데이터다. 더 정밀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제공을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위성 발사에 나서는 이유다.

6월 초 지리자동차는 ‘지리미래출행성좌(吉利未來出行星座·GeeSAT-1)’라는 자율주행차용 저궤도 위성 9개를 쏘아 올렸다. 지리는 남서부 쓰촨성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 Long March) 2C 로켓을 발사해 위성 9개를 저지구 궤도에 안착시켰다. 해당 위성은 지리자동차가 직접 설계·제조했으며, 2025년까지 위성 63개를 추가 발사하고 최종적으로 240개의 위성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지리는 이로써 중국에서 위성 발사에 성공한 첫 자동차 업체가 됐다.

저궤도 인공위성 9개 발사에 성공한 지리차는 2025년까지 63개를 추가로 쏘아올릴 예정이다. [사진 Geely]

저궤도 인공위성 9개 발사에 성공한 지리차는 2025년까지 63개를 추가로 쏘아올릴 예정이다. [사진 Geely]

테슬라는 어떨까.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우주로 가장 먼저 간 곳,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저궤도 위성 2000개 이상을 발사했으며 2025년까지 총 1만 2천 개의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위성 4408개를 띄워 전 세계 하늘에 초고속 인터넷망 스타링크 네트워크를 깐다는 게 머스크의 계획이다.

지리자동차는 고정밀 측위를 제공해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치중했고, 테슬라는 통신과 전송 서비스에 치중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스마트카(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지구 550㎞ 상공 궤도를 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사진 UPI=연합뉴스]

지구 550㎞ 상공 궤도를 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사진 UPI=연합뉴스]

테슬라와 지리차 외에도 혼다, 도요타, GM, 아우디 등도 우주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혼다는 2030년 1t 이하 저궤도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직접 우주로 쏘아 올리겠다고 밝혔고, 포르쉐도 로켓 스타트업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에 7500만 달러(931억 원)를 투자했다. 도요타는 달 탐사선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GM은 지난 2월 탐사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IT와 완성차 업계에선 위치 정보의 정밀도 다툼이 자율주행차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GPS는 오차 범위가 최대 10m에 이르기 때문에 자율주행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저궤도 위성을 통해 이 오차를 줄이면 자율주행 성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리와 테슬라의 화산논검(華山論劍), 결국 승자는 누가 될까.

자동차부터 스마트폰, 픽업트럭, 우주 전쟁까지 다투는 지리자동차와 테슬라지만, 성적표만 놓고 보면 승자는 명확해 보인다. 테슬라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는 단연 테슬라였다. 일본 리서치 기업 마크라인즈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는 93만 6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2위인 상하이자동차그룹(59만 6000대)을 압도했다. 지리자동차는 10위에 위치했다.

매출에서도 격차는 벌어진다. 지리자동차는 2019~2021년까지 81억 9000만 위안, 55억 3400만 위안, 48억 4700만 위안(약 9400억 원)으로 순이익이 잇따라 감소했다. 올해 초부터 주가는 거의 30% 하락했다. 메이주 인수라는 큰 사건이 있었음에도 자본 시장은 큰 동요가 없었다.

반면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순이익만 33억 1800만 달러(약 4조 3천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58% 증가해 머스크의 '현금 기계'로 자리 잡았다. 신에너지차 판매, 수익성, 주가 측면에서 리수푸에 대한 압박이 머스크보다 훨씬 크기에, 사업을 확장할 때 더 많은 질문과 장애물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사진 테슬라]

[사진 테슬라]

업계 전문가들은 지리자동차는 더는 순수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고 입 모은다. 지리그룹의 공식 사이트에는 현재 승용차, 여행 서비스, 디지털 기술, 금융 서비스, 교육 등이 포함된 사업군도 포진해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자동차 업체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함에 따라 리수푸(지리자동차)의 적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테지만, 여전히 테슬라가 가장 큰 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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