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층 가세요?" 묻는 목소리…엘베 버튼 안눌러도 움직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스마트 엘리베이터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수정 기자

“몇 층 가세요?”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13일 충북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쇼룸에 설치된 ‘스마트 엘리베이터’가 기자에게 행선지를 묻는 음성이었다. 이 엘리베이터는 레이더를 통해 탑승객의 접근을 인식해 몇 층으로 가는지 묻는다. “4층”이라고 답하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목적층을 인식했다.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호출되고, 4층으로 이동할 수 있게 목적층이 등록됐다.

13일 현대엘리베이터가 새롭게 이전한 충주 스마트 캠퍼스에서 ‘2022년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 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혁신으로 새로운 가능성 열어야”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경기 이천에 있던 본사와 공장을 충북 충주로 이전하고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지난 2019년 이전을 결정하고 2020년 7월 공장 착공에 들어간 지 꼭 2년 만이다. 이날 충주캠퍼스에서 열린 이전 기념행사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등 현대그룹 임직원과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미래의 꿈을 현실화하는 통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하며 “건물에 갇힌 엘리베이터가 아닌 고객의 꿈을 이루는 모빌리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충주에서 현실화하자“고 다짐했다.

13일 비전선포식을 연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의 완공 예상 모습. [사진 현대엘리베이터]

AI가 부르고, 로봇이 타고…쓰레기 수거도 척척

이 회사가 내세운 미래 비전은 ‘Mobility To Possibility(모빌리티에서 새로운 가능성으로)’다. 조재천 대표는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여겨지던 승강기에 AI와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와 접목한 엘리베이터는 탑승객의 음성을 인식해 목적층을 설정하거나 가정 내 AI 스피커를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탑승객의 취향에 맞춘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오픈 API를 통해서는 로봇과 엘리베이터의 연동으로 배달이나 세탁물·쓰레기 수거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

이런 신기술은 세계 주요 승강기 기업이 다양한 사업 플랫폼으로 연구개발하는 분야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승강기에 대한 시장과 고객의 인식이 내 집에 대한 가치를 높인다는 방향으로 바뀌며 엘리베이터 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혁신 기술을 접목하고 고급 엘리베이터를 개발해 도요타 렉서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처럼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 출시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30년까지 매출 5조원, 해외 사업 비중 50%를 달성해 세계 5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매출은 1조9700억원, 해외 비중은 20% 수준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7월 13일 충주 스마트캠퍼스 이전 기념식을 열고 스마트캠퍼스 내부를 공개했다. 자동화된 공정으로 엘리베이터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수정 기자.

충주캠퍼스, 공정 78% 자동화

한편 이 회사의 새로운 터전인 충주캠퍼스는 17만2759㎡ 부지에 총 사업비 3320여 억원을 투입했다. 본사와 스마트팩토리, 복지시설 및 기숙사 등을 갖춘 복합공간으로 6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한다. 스마트팩토리는 자동화율을 78%까지 끌어올렸다. 기존 공장 대비 연간 생산 능력을 25%(약 2만5000대) 끌어올린 점도 특징이다. 제품의 안정성과 신기술을 실험하는 필수 시설인 테스트타워(높이 300m)는 2024년 2월 완공 예정이다.

충주=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