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통일부가 전격 공개한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사진에 13일 정치권이 큰 파열음을 냈다. 대통령실은 “반인륜적 범죄행위”라고 전 정권을 정면 조준했고, 사건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무리한 정치공세”라며 맞받아쳤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탈북어민을) 강제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이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날 통일부는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송할 당시 사진 10장을 공개했다. 탈북어민은 포승줄에 묶인 채 군사분계선에 다다르자 강하게 저항하면서 자해까지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헌법과 법률에 의하면 귀순한 탈북어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이들의 범죄행위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북한 말만 믿은 채 강제북송한 것은 중대한 인권유린이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살인범이든, 흉악범이든 사법제도에 의해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며 “행정적인 조사를 잠깐 한 뒤 북으로 추방하는 건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이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쟁점화하자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 몰아세우기가 안보 문제에서부터 본격화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자 민주당은 강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범죄인 인도 차원에서 탈북어민들을 북한으로 인도한 것인데 그걸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그렇다면 (탈북어민이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은 인도적인가. 대통령실이 무리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직 국방위원, 정보위원 등으로 구성된 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단장 김병주 의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어민의 나포·북송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공개했다. TF에 따르면 탈북어민들은 2019년 8월 출항 후 가혹 행위에 불만을 품고 선장과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 북한 당국에 쫓기자 그해 11월 초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다가 한국 해군에 나포됐다.
이를 근거로 김병주 의원은 “탈북어민이 스스로 월남한 것으로 오해하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 군이 탈북어민을 생포한 것”이라며 “군과 관계기관은 여러 정보를 통해 범죄자의 죄질, 의도, 정황을 파악해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북송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귀순과는 다른 도피성인데다가 흉악범이었기 때문에 북송을 결정했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살인 등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 북한이탈주민법 9조 2항도 근거로 들었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엽기적인 살인자들을 국민 세금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며 “그들이 증거인멸을 한 상황에서 만약 법정에 세웠더라도 (살인했다는) 진술만 번복하면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사진을 공개한 통일부에 대한 격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 의원은 “3년 전 통일부와 정반대되는 의견을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가 냈다. 누구의 입김에 의한 것인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의원도 “통일부는 남북통일을 위한 부처인데 정쟁의 한 가운데로 자발적으로 걸어들어오는 모습이 측은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적극적인 반박에 나선 것은 이 사건이 문재인 정부 핵심인사들은 물론 문 전 대통령까지 겨냥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국가정보원은 탈북어민에 대한 조사를 조기에 강제종료시킨 혐의(국정원법 상 직권남용 금지 위반 등)로 서훈 전 국정원장을 지난 6일 검찰에 고발했다. 정보위원을 지낸 민주당 3선 의원은 “서 전 원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검찰이 ‘별건 수사’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연결성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만약 당이 제대로 맞서지 않고 안이하게 대응하면 자칫 문 전 대통령에게로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