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잡아야 더 큰 대가 없다"…영끌족에 남긴 말은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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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물가를 잡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한국은행 역사상 최초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로 치솟은 물가와 4%대까지 올라온 기대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는 빅스텝 대신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7.13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7.13 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설명회에서 “오늘 (기준금리를) 0.5%포인트를 올린 것은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결정했다"며 "향후 경기 흐름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한은이 물가 위험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과 경제 주체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한은은 이날 국내외 경제 동향 자료를 통해 "금년 중 경제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수준(2.7%)을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연 2.25%로 훌쩍 높아졌다. 7년 만에 2%대 고지를 밟았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인상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아래는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물가 정점을 언제로 보나.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를 물가 정점으로 본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다.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주부터 경기 침체 우려로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천연가스 가격은 더 올랐고 농산품과 식료품 가격도 계속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정점 이후 물가가 급격히 낮아지기보다 완만하게 내려가며 높은 물가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통방문만 보면 고물가보다 경기 하방 위험을 더 크게 보는 듯한데.  
자세히 보면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해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연히 경기와 물가 양쪽을 다 보겠지만 현재 물가(상승률)가 6%로 높은 수준이다. 근원인플레이션이 4%대까지 가는 건 경기와 관련 없이 너무 높은 수준이다. 경기 상황은 연말로 갈수록 하방 위험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고 불확실성도 크다. 그러나 아직은 잠재성장률보다 높다.
당분간 점진적 금리 인상을 말했다. 연내 추가 빅스텝은 없다는 의미인가.
이번에 0.5%포인트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 기대심리 낮추려고 했다. 물가상승 경로가 그대로 간다면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저희 예상과 달리 악화하거나,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거나 전 세계 경기침체가 커지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언제 빅스텝 안 하고 다시 할지에 대해서는 시장과 소통하겠다.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내수침체 가능성 없나.  
제일 큰 걱정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기 시작했고, 다행스러운 건 중증환자 수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방역정책 따라 소비가 민감하게 반응할 건 너무 당연하다.   
시장은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연 2.75~3.0%까지 예상한다. 합리적이라고 보나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은 만큼 연말 기준금리를 2.75~3.0%로 예상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 변화와 유가 등에 금리 수준은 달려 있다.   
원화 가치 하락에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오는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의 면담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  
통화스와프는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의 영역이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양국 간의 외환시장 안정 위한 여러 방안 고려하기로 두 정상이 말씀 나눈 바 있다. 관련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옐런 장관 사이에 있을 거라고 본다.  
하반기 경기둔화 각오하고 물가 상승세가 꺾이길 바라나. 
금통위의 현재 입장은 6%가 넘는 물가상승률이 계속되면 경기보다 물가를 우선적으로 잡는 게 경기에도 좋고 전체 거시경제 운영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미국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감내할 수 있는 역전 폭은.  
역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흥국 등 다른 시장으로의 파급효과를 보고 판단해야한다. 과거에 금리 역전은 세 차례 있었다. 과거 역전 폭은 평균 0.5~0.9%포인트, 1%포인트를 넘은 경우도 있었다. 
최근 물가 오름세는 국제 유가나 외부요인으로 인한 만큼 금리로는 잡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물가를 금리만으로 잡을 수 없다기보다는 물가를 금리만으로 잡으려고 하면 그 비용이 너무 크다가 맞다. '볼커 디프레션'(1980년대 폴 볼커 Fed 의장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하며 초래된 침체)라고 들어보셨을 거다. 금리만으로 (물가를) 잡으려고 하면 너무 대가가 크다. 그러나 거시상황에서 물가를 잡는 건 중요하다.   
'영끌족'에게 해주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실까.  
금리가 오르게 되면 부동산과 주식은 조정될 것으로 본다. 현재 2030 세대는 경제생활을 시작한 뒤 한 번도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는 분들이다. 저희 세대만 해도 1970년대를 겪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살았다. 지금 세대는 연 3% 금리로 돈을 빌렸다면 평생 그 수준이 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경제 상황으로 볼 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다. 물가가 얼마나 올라갈지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위험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창용 총재의 기자회견 마무리 발언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게 된 건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왜 올리게 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통화정책 운영할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오늘 0.5%포인트 올린 것은 경기는 불확실성이 높아 대외 여건을 지켜봄이 바람직하다. 반면, 물가는 상당히 높고 물가와 임금이 상호 작용해 고인플레 고착화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듯이 1970년대 물가와 임금 상호작용으로 인해 연평균 소비자물가가 당시 16%를 웃돌았고, 명목임금상승률도 연평균 26%에 달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강도 높은 긴축정책 후 상당한 경기침체 고통을 경험한 뒤에 꺾였다. 지금 상황이 1970년대와 같은 상황이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

다만, 유가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으로부터 그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가 가격과 임금을 서로 올리고 그 결과 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결정이라도 고물가 고착되어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가 다시 초래 될 수 있다.

이 경우 큰 침체 없이는 고물가 해결이 어렵다. 오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한 것도 잘못 반복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통화정책 운영방안에 관해서는 오늘 0.5%포인트 인상한 만큼 현재 예상되는 성장과 물가 전망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금리는 빅스텝 보다 0.25% 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인플레이션 속도나 글로벌 경기 둔화 정도 관련해서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이를 잘 점검하면서 정책 대응 시기와 폭을 유연하게 결정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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