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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마구 내뿜는 미·중…책임 돈으로 따지니 '4800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미국 콜로라도 크레이그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증기와 함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온실가스 상위 배출국 10개국이 전 세계 기후 피해의 3분의 2를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국 콜로라도 크레이그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증기와 함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온실가스 상위 배출국 10개국이 전 세계 기후 피해의 3분의 2를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AP=연합뉴스

큰 나라, 잘 사는 나라에서 내뿜은 온실가스가 가난한 나라의 기후 피해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국제 사회에서 반박하기 어려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실제 피해 보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피해를 줬는지 구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도 쉽지 않고, 국가별 책임을 따지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 연구팀은 12일 (현지 시각) 국가별로 기후 피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정량화한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 '기후 변화(Climate Change)'에 발표했다.
논문은 열대지역·남반구를 중심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로 피해를 보았지만 중·고위도 지역 일부 국가는 온난화로 생산 활동이 늘면서 기후변화 이득을 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배출 상위 10개국 피해 67% 유발

지난 3월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한 소년이 물통을 나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3월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한 소년이 물통을 나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연구팀은 1990~2014년 사이 세계 143개 국가별 탄소 배출량 데이터와 기후 모델을 사용해서 각국이 기후 피해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는지 추정했다. 국가별 기후 피해액, 즉 국내총생산(GDP) 손실도 함께 계산했다.

1994~2014년 최대 탄소 배출국인 미국은 다른 국가에 1조9000억 달러(2247조 원) 이상의 기후 피해를 준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피해액의 16.5%가 미국 탓이었다.
최근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중국도 다른 나라에 대해 1조 8000억 달러(전체의 15.8%)에 해당하는 기후 피해를 유발했다. 러시아는 9860억 달러, 인도는 8090억 달러, 브라질은 5280억 달러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전 세계 기후 피해의 약 3분의 1인 3조7000억 달러(4800조 원)를 유발했다.
특히, 미국·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까지 포함한 5개국으로 인한 1994~2014년 기후 피해액은 6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연간 GDP의 약 14%에 해당한다.

인도네시아·캐나다 등을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이 피해의 67%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화석연료 사용뿐만 아니라 산불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까지 계산한 탓에 한국은 10위권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하는 국가는 기후변화에서 이득을 챙기기도 한다. 미국은 자국 내 일부 기후 피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오염 배출 등을 통해 183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로 인한 혜택의 18%를 미국이 가져갔다.
중국도 기후변화의 혜택의 16.8%를 차지했다.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은 이익의 70%를 챙겼다. 한국도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보다 이익을 더 많이 거둔 나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최첨단 기후 모델과 경험적 접근 방식을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정확히 누가, 얼마나 일으켰는지 추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를 활용해 국가 간 보상 요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산점과 1인당 배출량 문제도 있어

2019년 11월 28일 중국 중부 산시성 허진에 있는 공장에서 연기와 증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11월 28일 중국 중부 산시성 허진에 있는 공장에서 연기와 증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역사적 책임은 기산점을 어디로 하느냐, 1인당 인구를 고려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논문에서 제시한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연구팀도 "역사적 책임 기산점을 1990년이 아닌 1960년으로 설정할 경우 유럽 국가들의 책임이 훨씬 더 커진다"며 "기산점은 정치적 선택 사항이지만,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도·브라질 등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많아도 1인당 배출량은 적기 때문에 이런 나라들에 책임을 묻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등에서 선진국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와 기후변화 적응 등에 포괄적인 재
정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미 발생한 구체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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