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욕망세트"…배우 김희선이 홈쇼핑서 파는 물건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2.07.13 13:46

업데이트 2022.07.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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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신작 드라마 '블랙의 신부' 포스터. 13일 오후 홈쇼핑 채널인 GS샵에 김희선 등 주연 배우가 출연해 드라마를 소개한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 '블랙의 신부' 포스터. 13일 오후 홈쇼핑 채널인 GS샵에 김희선 등 주연 배우가 출연해 드라마를 소개한다. [사진 넷플릭스]

오늘(13일) 오후 8시30분 홈쇼핑 채널 GS샵에 김희선 등 배우 5명이 출연한다. 이들이 ‘판매’하러 나오는 건 물건이 아니라 ‘드라마’다. 넷플릭스의 신작 ‘블랙의 신부’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홈쇼핑 상품 판매 형식을 빌려 드라마를 관통하는 복수·야망·욕망 등 주요 키워드를 세트 상품처럼 구성해 배우들 즉석 연기로 전달한다. GS샵 측은 “상품이 지닌 특장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홈쇼핑의 강점에 넷플릭스가 주목하면서 홈쇼핑 업계 최초로 드라마가 상품으로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편의점 업체가 ‘걸그룹’을 키우기도 한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연예기획 스타트업 모드하우스와 손잡고 ‘팬 참여형 아이돌 제작’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전국 1만6000여 개 점포에선 올 하반기 모드하우스의 신규 걸그룹 ‘트리플에스(tripleS)’의 오브젝트(포토카드)를 판매하고, 이 그룹과 협업한 세트 상품도 선보인다. 그룹 멤버들이 GS25 상품을 조합해 요리하는 콘텐트도 내놓고 해당 요리를 실제 상품으로 론칭할 예정이다.

K엔터와 K유통의 융합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로선 유통 업체들의 촘촘한 채널을 활용할 수 있어 이득이다. 유통 업계는 엔터 산업의 콘텐트를 바탕으로 기존 고객을 잡아두는 ‘락인(Lock-in) 전략’에 더해 새 사업 모델로 확장하는 중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작 드라마, 홈쇼핑서 파는 시대”  

이 과정에서 업종간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GS샵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제휴의 경우는 넷플릭스가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 기획을 하게 된 배경은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스캔들을 그린) 작품의 장르와 특성이 홈쇼핑 채널 쪽 시청자 타깃과도 잘 맞는 아이템이라는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홈쇼핑 라이브 방송뿐 아니라 2차 영상 제작을 통해 다른 시청자에게도 바이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GS샵 관계자도 “그간 해오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과 달리 유통 채널과 방송 플랫폼을 콘텐트 기업에 판매하는 개념은 넷플릭스에서 제안해 이뤄졌다”며 “우리는 넷플릭스 쪽에서 수익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일 오후 8시30분이면 홈쇼핑 매출이 많이 일어나는 황금시간대이고, 홈쇼핑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TV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깔렸다”며 “이 같은 사업 모델을 여러 콘텐트 기업과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은 미래 고객 붙잡으려 아이돌 사업 

편의점 소비자들을 아이돌 기획자로 참여시키겠다는 사업 모델은 GS리테일 쪽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 주 고객층은 20·30대지만 미래의 고객인 10·20대 초반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마케팅을 고민하다 유통과 아이돌이 결합하는 첫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0대들은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데 참여형 아이돌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알게 돼 이번 사업을 시작했다”며 “아직 인지도는 낮지만 아이돌 육성에 참여할 수 있는 데다 아이돌이 즐겨 먹는 간식 등으로 자연스럽게 상품과 브랜드를 노출해 10대층에게 호감을 얻는 효과를 볼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와 협업하는 모드하우스는 ‘오픈 아키텍처(개방형 시스템)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아티스트와 관련된 모든 과정이 팬 중심으로 제작되는 것을 추구한다. 여기서 엔터 스타트업은 아이돌이라는 콘텐트를 제공하고, GS 측은 1만6000여 개의 오프라인 점포와 구독자 92만이 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78만이 넘는 인스타그램 채널을 제공해 서로에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GS측은 이번 시도 이후 반기별로 하는 계층별 고객층 선호도 조사를 통해 그 결과 추이를 분석할 예정이다.

GS리테일 이정표 플랫폼BU 마케팅실장(가운데 오른쪽)과 모드하우스 백광현 부대표(가운데 왼쪽), 걸그룹 트리플에스(tripleS) 멤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GS리테일 이정표 플랫폼BU 마케팅실장(가운데 오른쪽)과 모드하우스 백광현 부대표(가운데 왼쪽), 걸그룹 트리플에스(tripleS) 멤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수지·손흥민 보려 쿠팡 멤버십 가입”  

유통 업체가 엔터 산업 콘텐트를 통해 충성 고객을 창출하려는 시도는 더 심화되고 있다. 쿠팡이 만든 OTT인 쿠팡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월 4990원) 이용 시 쿠팡플레이는 무료로 제공된다.

쿠팡플레이 사용자는 배수지가 주연을 맡아 지난달 24일 첫 공개된 드라마 ‘안나’의 흥행과, 손흥민 선수가 속한 토트넘 훗스퍼를 초청해 여는 내한 친선 경기를 독점으로 중계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앞두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드라마 '안나' 제작발표회에서 정은채(왼쪽부터), 수지, 김준한, 박예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드라마 '안나' 제작발표회에서 정은채(왼쪽부터), 수지, 김준한, 박예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를 이끄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토트넘 사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토트넘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12개 구단에서 2명씩 선발해 꾸린 팀 K리그와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을 벌인다. [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를 이끄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토트넘 사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토트넘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12개 구단에서 2명씩 선발해 꾸린 팀 K리그와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을 벌인다. [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와우멤버십 회원 유지에 도움이 되는 락인 효과를 바란 게 서비스 출발 목표였다면, 최근엔 콘텐트가 새로운 회원 유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손흥민 경기 등은 쿠팡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는 스포츠 중계 콘텐트 덕에 이전보다 많은 남성이 쿠팡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행보를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미국 아마존과 겹쳐서 보는 이들도 있다. 아마존은 비디오 등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인 아마존프라임을 운영한다.

이런 시도는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상품 자체를 소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스토리나 재미를 찾기 때문에 기업들은 상품과 콘텐트를 결합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엔터 산업이 발전한 만큼 이런 시도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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