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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의 무대뽀 노동…법보다 앞선 연예인 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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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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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매니저먼트 업계에 무대뽀 노동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에 규정된 주 52시간제를 어기고 장시간 노동을 시키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연장근로수당도 주지 않고 떼먹었다. 흔히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패션 어시스턴트에게는 근로계약서 한 장 없이 일을 시켰다. 연예 매니저먼트 업계에선 노동 관계법 대신 연예인 일정을 법과 기준인양 삼고 있는 탓이다.

고용노동부가 연예기획사 두 곳과 패션스타일리스트 10개사 등 12개 연예 매니저먼트 분야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다. 고용부 관계자는 "로드 매니저(이하 매니저)나 패션 어시스턴트 같은 일자리에는 대부분 청년이 몸담고 있다"며 "소위 열정페이 강요와 같은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선제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이번 근로감독에서 총 5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연예기획사의 매니저 고용과 관련해서는 12건이 적발됐다. 연장 근로수당 1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법이 정한 연장 근로시간(주 12시간)을 지키지 않고 마구잡이로 일을 시켰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예인 일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근무하는 특성을 사실상 악용하는 것으로, 무조건 지켜야 하는 강행법인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지 않거나 노사협의회조차 열지 않는 사례도 적발됐다.

연예기획사들은 매니저가 연예인의 동선에 따라 일하는 점을 고려해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제도를 운용하려면 근로자 대표의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근로기준법 제58조), 근로자 대표와 협의 한 번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하고 있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에서는 패션 어시스턴트와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일을 시켰다.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예인 일정에 따라 근로일·시간이 변동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할 때마다 출근해서 일하는 업무 특성, 패션 스타일리스트 업계의 영세함, 연예기획사로부터 도급을 받는 경우 충분한 인건비가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 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근로감독을 실시하면서 매니저 54명과 패션 어시스턴트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매니저 중 24.1%, 패션 어시스턴트 중 20%가 "연예인 일정 등으로 인해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최소한 정기적인 휴가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패션 어시스턴트 중 20%는 직장 내괴롭힘 경험도 있었다.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고용부는 이번에 적발된 사항에 대해 시정지시를 하는 한편, 3개월 뒤 확인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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