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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거래 3만, 남자 노" 이자 2만% 사채업자, 16세 소녀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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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입금해드립니다. 쪽지 주세요, 첫 거래 3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남자는 안 받습니다.”
지난 1월~5월 트위터에 이같은 문자를 남긴 뒤 연락해 온 247명에게 1529만원을 빌려주고 2129만원 거둬들인 A씨(여성)는 16세였다. 대리 입금은 피해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1만~30만원 정도의 소액을 단기간 빌려주며 고리를 챙기는 신종 불법 대부업이다. A씨는 최대 연 2만75%의 이자를 받아았다. 상대는 주로 같은 또래의 여성청소년들이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대출해주며 이름, 나이, 전화번호,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받아내 채무자를 관리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13일 A씨와 같은 불법 대부 행위자 6명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영수 단장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신고·제보·탐문수사, 미스터리쇼핑 등을 통해 불법 고금리 대부 행위에 대해 집중 수사를 실시했다”며 “적발한 6명을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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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90%가 여성청소년 

특사경이 적발한 6명의 대출 규모는 21억원, 피해자는 644명.이들 중 90%가 여성 또는 미성년자라는 점이 특징이다. 특사경에 따르면 피의자 B씨(25)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런 수법으로 피해자 338명에게 2억 9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이자 포함 3억 3000만원을 받아냈다. 1만원을 빌려주고 다음 날 원금과 이자 포함 1만 8000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만 9200%에 달하는 고금리인 셈이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전화·카카오톡 등으로 욕설·협박 등 불법 추심까지 일삼았다.

경기도청 신청사. 경기도

경기도청 신청사. 경기도

피의자 C씨는 서울시 강남구에 등록한 대부업자로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시흥시 일대 저신용 상인들에게 ‘100일 일수’, ‘10일 급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빌려준다고 유인해 대출원금의 10% 수수료와 대출원금 30% 고금리를 받아 챙겼다. C씨는 피해자들에게 원하는 대출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송금해주고 차액은 기록이 남지 않게 현금으로 돌려받으면서 더 많이 입금한 금액까지 합쳐 연 이자율 최고 742%의 고금리를 적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 48명에게 6억원을 대출해주고 7억 2700만원을 변제받았다.

미등록 대부업자인 피의자 D씨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평택시 일대에서 영세 건축업자,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월마다 변제하는 ‘월변’을 진행하며 법정이자율보다 높은 연 48%의 이자를 요구했다. D씨는 상환 시 법정이자에 해당하는 24%의 이자는 계좌로 받고 나머지 24%에 해당하는 이자는 현금으로 받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피해자 5명에게 12억원을 대출해줬다. 특히 채무자에게 인근 법무사 사무실에서 소유권 이전 및 가등기설정계약서 등을 작성하게 해 채무 만기일 전에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을 채권자 명의로 전환해두는 가등기담보를 설정했다. 이후 채무자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담보로 잡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강탈하는 등의 수법으로 불법대부업을 운영해왔다.

김영수 단장은 “수사 결과 청소년 대리 입금, 광역 원정 대부, 법 제도를 악용한 부동산 강취 등 갈수록 수법이 교활해지고 대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민선 7기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이던 지난 2018년 10월 1일 불법 사금융·부동산 비리 등 민생경제 관련 범죄 수사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특별사법경찰단에서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을 분리 신설됐다. 공정특사경은 불법 대부업자나 부동산 거래 질서 위반자 등 15개 분야(21개 법률)를 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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