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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재인 이사장 "마약인구 100만명, 사회적 비용 5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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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인(72)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은 “국내에서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한 실제 한국 사회의 마약하는 인구를 100만 명가량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연간 5조원으로 추산했다. 10대 청소년까지 마약이 확산될 정도로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다.

장 이사장은 하지만 근본 해결책인 예방·재활 사업에 쓰이는 정부 지원 예산은 한 해에 30억원 남짓이어서 마약 확산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10대 마약공화국⑨] 장재인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인터뷰

 장재인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이 2022년 6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장재인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이 2022년 6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장 이사장은 지난 6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그는 인천시약사회장과 한국약학교육평가원 감사 등을 거쳐 2019년부터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마약퇴치운동본부는 1992년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마약류 예방과 중독자 재활 활동을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2000년 1월 옛 마약법·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대마관리법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로 통합·제정하며 보칙(제51조의2)에 포함돼 법정단체가 됐다.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받아 ‘마약류의 폐해(弊害)에 대한 대국민 홍보·계몽 및 교육 사업’ ‘마약류 중독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사회복지 사업’ ‘그 밖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불법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 퇴치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보호관찰소나 교도소 등으로부터 마약사범에 대한 수강명령 혹은 이수명령 집행을 위탁받기도 한다.

장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국내 마약 확산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연간 100만 명의 국민이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밀수·밀매에 관여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수는 1만 6153명인데, 수사기관이 포착하지 못한 실제 마약사범은 그 60배 이상으로 본 계산이다.

그가 이렇게 보는 이유는 10대 청소년부터 2030세대까지 청년층에 마약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거된 10대 마약 사범 수는 45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독] 올 상반기 10대 마약사범 또 급증 292명…대부분 마약·향정 

더 심각한 건 올해 또다시 10대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0대 마약류 사범이 292명 검거돼 검찰에 송치됐다. 대부분이 마약·향정신성의약품 투약 사범이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올해 한 해에만 600명 가량의 10대 마약류 사범이 적발돼 다시 한 번 신기록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20대 마약사범 역시 2717명으로 한 해 전체로도 작년(5077명)보다 1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장 이사장은 “지난해 국내에서 마약 확산에 따른 사회적 손실 비용은 총 5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라고 밝혔다. 사회적 손실에는 마약 중독자 치료 및 지원에 드는 의료·복지비와 마약사범 수사 및 처벌에 소요되는 형사사법 비용 등 직접 비용뿐만 아니라 마약 중독에 따른 생산성 손실, 주변 가족·친지의 고통 등 간접 비용을 모두 합친 것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국가 지원 30억원…술·담배·도박에는 최대 수백억원”

그는 “마약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치료·재활은 물론 예방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식약처를 통해 마약퇴치운동본부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약 30억 9800만원이고, 이 가운데 청소년 교육을 포함해 예방 활동과 직접 연관된 지원금은 2억 6000만원가량에 불과하다.

마약퇴치운동본부는 서울의 중앙본부 1곳과 전국에 12곳의 지역본부를 운영하는데, 정부 지원 예산으로는 시설 유지비와 임직원 65명(상근 51명, 비상근 14명)의 인건비를 치르기에도 급급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나마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지원 수억원을 포함해 11억원의 기부금을 거둬, 사업비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고 한다.

중독자 치료·재활을 위한 시설 부족도 심각하다. 국내엔 마약 중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중독재활센터는 서울과 부산에 한 곳씩 두 곳밖에 없어 다른 지역 중독자는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그나마 있는 두 곳도 통원 방식으로만 운영한다. 미국 등에서와 같은 입소식 재활 시설은 없다.

다만 민간 단체인 경기다르크협회가 경기 남양주시에서 정부 지원 없이 운영하는 입소식 재활 시설 한 곳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건상 10대 중독자는 받지 않고 있다.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는 마약중독치료재활센터의 약자다.

장 이사장은 “담배나 술, 도박 등 중독에는 최대 수백억원씩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마약 중독에 대한 지원은 너무 열악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을 조금만 늘려주면 사회적 비용을 훨씬 더 크게 줄일 수 있다”라며 “결과적으로 많은 세금을 아끼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마약 예방 정책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건 증명된 사실이다. 2015년 마약예방 국제표준보고서에 따르면 마약류 오남용 예방에 사용한 1달러는 향후 보건·사회적 범죄비용에 10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엔 마약류 문제에 대응할 전담 기구나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장 이사장은 “충분한 예산만 지원이 된다면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식약처를 포함해 14개 정부 기관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운영하며 매년 마약류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이 협의회가 컨트롤타워 격이다.

그러나 마약류대책협의회에 참여하는 한 민간 전문가는 “형식적으로 각 부처가 각자 제 할 이야기만 하는 데 그친다”라며 “실효성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라고 비판했다. 한쪽에선 “미국 마약단속청(DEA) 같은 마약 전문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식약처 “운동본부 내실 다지는 구조조정 노력 병행해야”

마약류관리의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정 마약류 예방 교육, 중독자 지원 사업 단체인 마약퇴치운동본부의 예산을 늘려줘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라면서도 “마약퇴치운동본부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마약퇴치운동본부에 ▶이사장 권한과 이사 수 축소 ▶지부 통폐합 ▶후원금 운영 투명화 등 내용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명칭도 한국마약안전원 등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다. 식약처는 장기적으로 마약퇴치운동본부를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일수 식약처 마약정책과장은 “예산을 더 따오려면 예산이 왜 필요한지 기획재정부 등에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구조조정을 하고 전문성을 키우는 등 내실을 다진다면 예산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와 마약퇴치운동본부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하고, 국민들도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마약퇴치운동본부를 식약처가 아닌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겨 힘을 키우고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사업을 흡수 통합해야 한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10대 마약공화국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청소년이 해외직구로 마약을 밀수하고 메신저 채팅앱으로 판매하는 세상입니다. 한때 마약청정국에서 시나브로 10대들의 마약공화국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중앙일보가 대검찰청ㆍ국가수사본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ㆍ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가와 단속은 물론 치료ㆍ재활ㆍ교육예방 전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인 6월 26일부터 중앙일보 10대 마약공화국(www.joongang.co.kr/series/11575)을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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