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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지지율보다 미운털 더 무섭다? 尹 부정평가에 與 당혹

중앙일보

입력

낮은 지지율보다 미운털 박히는 게 더 무서운 법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치솟는 부정평가가 여권을 들쑤시고 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사흘 만에 여당은 권성동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진용을 재정비했지만, 당내에는 “야당과 본격적으로 마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향한 민심 이반 현상이 뚜렷해 부담스럽다”(당 초선의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윤 대통령의 긍정평가 하락보다 부정평가 상승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긍정평가 하락은 언제든 만회가 가능하지만, 임기 초반에 부정적인 인식이 굳어지면 극복이 쉽지 않다”(당 3선의원)는 이유다. 실제 7월 초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8~9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8.9%포인트 오른 60.8%로 60%대를 돌파했다. 긍정평가는 34.5%를 기록해 긍·부정평가의 격차가 26.3%포인트로 벌어졌다.

리얼미터의 7월 1주차 조사도 비슷했다.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6.8%포인트 상승한 57.0%였고, 긍정평가는 7.4%포인트 하락한 37.0%로 긍·부정 격차는 20.0%포인트였다. 정부 출범 이후 부정평가가 40% 선을 넘지 않았던 한국갤럽 조사 추이도 최근 심상치 않다. 6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42%를 기록하더니 7월 1주차 조사에서는 49%까지 올라가 50% 돌파를 목전에 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변을 마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변을 마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가뜩이나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틀어쥔 여소야대 구도에서 ‘믿는 구석’이던 대통령 지지율까지 추락하자 국민의힘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정부·여당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 물가 대책이나 재정 개혁 등 각종 개혁 과제가 산더미인데 추진 동력이 부족하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 중진 의원은 “의석이나 지지율 중 하나라도 확실해야 일을 추진할 수 있는데, 두 개 다 없으니 개혁 과제에 제대로 손을 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이 8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개최했고, 앞서 6일에는 물가 안정을 다짐하는 첫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렸지만 지지율 위기에 묻혀 임팩트가 없었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유가 어찌 됐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에 여론의 시선이 쏠려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일부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당이 대통령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주변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해결책이 보일 것”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정부 출범 직후 일시적인 상승 가도를 달렸던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가 치솟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부정평가 이유 1위가 인사 문제(25%)였고, 경제·민생 위기(12%), 경험·자질 문제(8%) 순이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 징계에 따른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 징계에 따른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 대통령의 얇은 지지층이 들썩이는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 여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검찰총장 사퇴 뒤 1년 만에 ‘초고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윤 대통령이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전임 대통령들보다 지지 기반이 두텁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콘크리트 지지층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 지지율을 유지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각종 논란 속에서도 팬덤 정치를 바탕으로 임기 후반부까지 4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운명 공동체 수준으로 엮인 옛 친이·친박계 등 과거 보수 정당의 계파와 달리, 상대적으로 급조된 친윤계가 대통령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 내분 양상을 보면 당 의원들이 한 몸으로 대통령을 지원하기보다는 내부 권력 투쟁에 더 골몰하는 분위기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도 지지율 위기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잠재적 지지층인 부동층 비율이 상당했고 상대 후보(이재명 민주당 의원) 논란을 지렛대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부동층이 미미한 상태에서 대통령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려 있고, 임기 초 부정평가는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민생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순 없더라도 국회 원 구성 뒤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와 닿는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민심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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