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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의 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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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효식 기자 중앙일보 사회부장
정효식 사회1팀장

정효식 사회1팀장

소년 시절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 빠진 적이 있었다. 달타냥과 다른 세 명의 검사(劍士)들이 루이 13세와 주로 도트리슈 왕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펼치는 무용담이 정의로워 보였다. 당시 프랑스 왕실 근위대에 신설된 머스킷총 부대, 즉 총사대(Mousquetaires de la garde)가 모델이다. 여전히 총사들이 주로 칼을 썼기에 원작 소설이나 동명의 영화엔 검투극만 많이 나온다.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tous pour un, un pour tous)’라는 총사대 구호도 유명하다.

총사대는 따지자면 현재 대통령 경호실의 기원쯤 되지, 검사(檢事) 제도의 연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대신 당시 프랑스 왕의 개인 소송대리인 ‘왕의 대관’(procureur du Roi)이 검사의 기원이다. 혁명 이후 민주공화국이 수립된 뒤에야 검사는 비로소 국가의 법 집행, 특히 형벌권 집행을 책임진 공화국의 대관이 됐다. 미국이 검사를 국가의 대리인(변호인·US Attorney), 검찰총장(법무부 장관)을 그 대리인들의 장(US attorney general)으로 부르는 것도 같은 어원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법 집행을 책임진 만큼 누구보다 중립적이고 공정하란 뜻이겠다.

재직 시절 ‘강골·특수통’으로 유명했던 김진태(70·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추천위원장을 맡았다. [중앙포토]

재직 시절 ‘강골·특수통’으로 유명했던 김진태(70·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추천위원장을 맡았다. [중앙포토]

검찰 원로·전직 검찰총장 여러 명에게 12일 국민 천거 절차와 함께 시작된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의 가장 중요한 자격이 뭐냐고 물었다. 모두가 ‘검찰을 중립적으로 이끌어 갈 능력’을 1번으로 꼽았다. 2300명 검사를 좌고우면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이끌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소신과 능력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다.

총장을 지낸 원로 한 명은 “검찰 출신 대통령과 그 최측근이자 차기 대선 후보로도 거명되는 법무부 장관의 ‘그립’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총장 자신이 조직 안팎으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또 다른 원로는 “누가 되더라도 무능한 총장은 될지 몰라도 식물총장은 안 될 것”이라며 “군령권 없는 각 군 참모총장들과 달리 검찰총장은 군정권과 군령권(수사지휘권)을 24시간 행사한다”라고도 했다.

차기 총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직결된 ‘서해 공무원 피살’ ‘탈북 선원 강제 북송’ 및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고문 관련 사건 등 이른바 전 정부 수사를 지휘하기에 그만큼 중요한 인선이라는 뜻에서 한 말이다. 새 정부 출범 63일 만에 역대 최장 지각 인선을 책임진 총장후보추천위원장을 김진태 전 총장이 맡았다. 그의 어깨가 너무나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