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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별렀다, 손흥민·케인도 쓰러뜨린 콘테 지옥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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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1일 힘겨운 체력 훈련을 소화한 뒤 팀 동료 케인의 도움을 받아 일어서는 손흥민. [뉴스1]

지난 11일 힘겨운 체력 훈련을 소화한 뒤 팀 동료 케인의 도움을 받아 일어서는 손흥민. [뉴스1]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World Class·세계적인 선수)가 맞다.”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53·이탈리아) 감독이 손흥민(30)의 ‘월드클래스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콘테 감독은 토트넘과 팀 K리그의 친선 경기 전날인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선수다. 몇몇 사람들은 손흥민의 기량이 저평가 돼 있다고 말한다. 손흥민은 전 세계 어느 팀에서도 뛸 수 있는 정상급 선수다. 감독 입장에서 손흥민이 뛰는 팀을 이끄는 건 행운이다. 그는 헌신적이며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콘버지(콘테+아버지)’라 불리는 콘테 감독은 사진 촬영 때 손흥민의 전매특허인 ‘찰칵 세리머니’ 포즈를 따라서 했다. 그러나 그는 훈련장에서는 무서운 ‘두 얼굴의 사나이’다. 그는 한국의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지옥 훈련을 시켰다.

사진찍기 세리머니를 함께 선보이는 콘테 토트넘 감독(사진 왼쪽)과 손흥민. [뉴스1]

사진찍기 세리머니를 함께 선보이는 콘테 토트넘 감독(사진 왼쪽)과 손흥민. [뉴스1]

토트넘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6000여명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픈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섭씨 30도에 높은 습도에도 불구하고 콘테 감독은 2시간 동안 강훈련을 진행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훈련 말미에 골 라인부터 반대편 골 라인까지 약 105m를 오가는 왕복 달리기를 했다. 백발의 피지컬 코치 지안 피에로 벤투라의 지휘 하에 조깅보다 빠른 속도로 42차례나 그라운드를 오갔다.

손흥민과 케인(29·잉글랜드) 등 지난달 A매치를 치른 선수들은 30회만 왕복 달리기를 했는데도 지쳐서 쓰러졌다. 거리로는 2.8㎞ 이상을 뛰었다. 케인은 무릎을 꿇고 헛구역질을 했고, 강철 체력으로 유명한 손흥민도 그라운드에 쓰러져 뒹굴었다. 2년 전 해병대 3주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던 손흥민이었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토트넘의 잔혹한 훈련에 케인은 구토를 했고, 손흥민은 쓰러졌다”고 전했다. 풋볼런던은 “콘테의 프리시즌 훈련은 악명 높다. 유벤투스 다큐멘터리에서 나왔던 안드레 피를로 감독은 ‘콘테 시절에 선수들이 여기 있었다면 다 죽었어’ 라고 말한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지쳐 쓰러진 손흥민(오른쪽)과 케인. [사진 MBC 캡처]

지쳐 쓰러진 손흥민(오른쪽)과 케인. [사진 MBC 캡처]

토트넘은 지난 10일 한국 땅을 밟자마자 고양종합운동장으로 이동해 훈련했다. 11일에도 오전·오후 훈련을 하는 등 24시간을 조금 넘는 시간에 3차례나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달 방한 경기를 치른 브라질 대표팀의 행보와는 정반대다. 당시 네이마르는 휴식 시간에 에버랜드를 찾았다. 토트넘은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 3명이 북촌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전통문화를 체험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토트넘 선수들은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최다 합작골(41골) 기록을 세운 영혼의 단짝 손흥민과 케인은 서울 훈련 때도 꼭 붙어 뛰었다. 케인은 바닥에 드러누운 손흥민을 부축해 일으켜 세워줬다. 케인은 소셜미디어에 “힘든 훈련이었지만, 한국 팬들의 응원이 좋았다”는 글을 남겼다. 2019년 유벤투스 방한 경기 때 벤치만 지켰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와 달리 헌신적인 자세를 보인 케인을 향해 국내 팬들은 “역시 영국 신사는 다르다”는 찬사를 보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토트넘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팀 K리그’와 맞붙는다. 손흥민은 12일 “몇 ㎞를 뛰었는지 모르지만 코치진이 내게 요구하는 운동량이 있다. 농사 짓는 것과 비슷하게 프리시즌은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는 시기다. 이벤트 경기지만, 시즌의 시작을 승리로 장식하겠다”고 말했다.

13일 맞대결에 앞서 하루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팀 K리그 김진수·김상식 감독·이승우. [연합뉴스]

13일 맞대결에 앞서 하루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팀 K리그 김진수·김상식 감독·이승우. [연합뉴스]

팀 K리그는 득점 2위(12골) 조규성(24·김천)이 선봉에 선다. 케인의 이름을 따서 ‘K-케인’이라 불리는 조규성은 “평소 토트넘과 케인의 경기를 모두 챙겨본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팀 K리그의 비밀 병기는 벨기에에서 뛰다가 국내로 돌아와 9골을 기록 중인 이승우(24·수원FC)다. 김상식 팀 K리그 감독은 “이승우가 골을 넣고 콘테 감독 앞에서 세리머니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승우를 다시 유럽에 보낼 수 있도록 전술을 짜보겠다”고 밝혔다.

주장 겸 측면 수비 김진수(30·전북)는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 이후 처음으로 손흥민을 상대한다. 2014년 독일 호펜하임에서 뛰던 김진수가 레버쿠젠의 손흥민을 막다가 손톱으로 상처를 낸 적도 있다. 그래도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다.

한편 이날 토트넘과 팀 K리그의 경기는 토트넘을 초청한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TV로는 볼 수 없으며 쿠팡플레이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들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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